7. 조주 진제(趙州眞際)선사
/ 778~897
스님은 남전 보원(南泉普願)스님의 법을 이었으며, 법명은 종심(從諗), 조주(曹州) 사람으로 속성은 학씨(郝氏)다.
하루는 누군가 남전스님에게 물었다.
“무엇이 도입니까?”
“보통 마음[平常心]이 도이다.”
“나아갈 방향[趣向]이 있습니까?”
“향하려 하면 틀린다.”
“하려 하지 않으면 어떻게 도를 알 수 있습니까?”
“도란 안다거나 알지 못한다거나에 속하지 않는다. 안다는 것은 망령된 지각[妄覺]이며 알지 못한다는 것은 아무 생각이 없는 것[無記]이다. 만일 참으로 의심없는 도를 통달하면 마치 드넓은 허공과 같을 것이니, 구태여 잘잘못을 가리겠느냐?”
스님은 이 말 끝에 이치를 깨쳤다.
어느 날 한 스님이 오대산으로 행각하는 길에 어느 노파에게 물었다.
“오대산을 가려면 어디로 갑니까?”
“곧장 가시오!”
그 스님이 곧장 가자 노파는 “멍쩡한 스님이 또 저렇게 가는구나!”
뒷날 그 스님이 조주스님께 이야기하자 스님은 말하였다.
“내가 그 노파를 간파해 보겠으니 기다려라!”
그리고 그 이튿날 곧장 노파를 찾아가 물었다.
“오대산을 가려면 어디로 갑니까?”
“곧장 가시오!”
스님이 곧 떠나가자 노파는 말하였다.
“멀쩡한 스님이 또 저렇게 가는구나!”
스님은 돌아와 그 스님에게 말하였다.
“너를 위하여 오대산 노파를 간파했노라.”
어느 날 한 스님이 찾아와 물었다.
“오랫동안 조주 땅 돌다리의 소문을 들었는데 막상 와 보니 외나무다리만 보입니다.”
“그대는 외나무다리만 보았지 돌다리는 보지 못하는구나!”
“돌다리가 어떤 것입니까?”
“당나귀도 말도 건너는 다리지!”
하루는 진정(眞定)고을 순수인 왕공(王公)이 여러 아들을 데리고 절에 들어오자 스님은 앉은 채 물었다.
“대왕은 아시겠습니까?”
“모르겠습니다.”
“내 어릴 때부터 계를 지녔으나 늙어버린 몸이라 사람을 보고서도 선상에서 내려갈 힘이 없구려.”
이에 왕은 더욱 존경하게 되었다.
어느 날 한 스님이 물었다.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없다.”
“모든 중생 모두에게 불성이 있는데 어째서 개에겐 불성이 없습니까?”
“그에게 업식(業識)이 있기 때문이다.”
스님이 황벽스님을 찾아가니 황벽스님은 스님이 오는 것을 보고서 방장실 문을 받아버렸다. 이에 스님은 법당 안에서 불을 들고 “불이야 불이야!”하고 소리쳤다. 황벽스님은 문으 열어제치고 뛰쳐나와 스님을 움켜주고서 고함을 쳤다.
“말해 봐라. 말해 봐!”
그러자 스님이 말하였다.
“도적이 간 뒤에 활을 당기는구나!”
스님이 수유(茱萸)스님을 찾아가 법당 위에서 주장자를 잡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지나가자 수유스님이 말하였다.
“무엇을 하시오?”
“물을 찾습니다.”
“나의 이 법당 안에는 물이라곤 한 방울도 없는데 무엇을 찾으시오?”
스님은 지팡이를 벽에 기대놓고서 법당을 나가버렸다.
한 스님이 스님에게 물었다.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
“뜰 앞의 잣나무다.”
뒷날 법안(法眼 : 885~958)스님이 각철취(覺鐵嘴 : 慧覺선사의 별명)에게 물었다.
“내 듣자하니 조주스님께서 ‘뜰 앞의 잣나무’라는 말을 하였다는데 사실인가?”
“스승께서는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없으니 스승을 비방하지 않는게 좋겠습니다.”
한 스님이 설봉 의존(雪峯義存 : 822~908)스님에게 물었다.
“옛 개울물이 몹시 차가울 때는 어떻습니까?”
“눈을 부릅떠도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그 물을 마시면 어떻게 됩니까?”
“입으로는 마실 수 없다.”
스님께서 이 말을 전해 듣고서 말하였다.
“콧구멍으로 마실 수도 없다.”
그 스님이 이 말을 듣자마자 물었다.
“옛 개울물이 몹시 차가울 때는 어떻습니까?”
“쓰지.”
“그 물을 마시면 어떻게 됩니까?”
“죽는다.”
그 스님이 설봉스님에게 말해 주자 설봉스님은 멀리 계신 곳을 바라보고 절하면서 “조주 부처님[趙州古佛]이시여!”하고는 그 뒤로는 일체 대답하지 않았다.
엄양 선신(嚴陽善信)스님이 스님에게 물었다.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을 때는 어떻게 합니까?”
“놔버려라[放下着].”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는데 무엇을 놔버리라는 것입니까?”
“놓지 않으려거든 짊어지고 가거라.”
이 말에 엄양스님은 느낀 바 있었다.
찬하노라.
입가에 선(禪)이
납승의 눈을 모두 바꿔버렸네
남전의 독에 중독되니
확 트인 허공에 구태여 시비를 하려는가
설봉의 마음을 죽으니
옛 개울 차가운 물이 뚜렸이 나뉘었네
대왕을 보고서도 선상에서 내려오지 않으시니
법을 높이는 스님이 우리 종문에 있음을 보여 주었고
암주를 간파하여 주렴을 끌어내리고 돌아오니
왕노사(남전)가 이 놈을 의심해 왔다 한 것을 알겠도다
수유에서 물을 찾고
지팡이 세워두니 새 뿌리 돋아나고
황벽산에서 ‘불이야’ 하는 소리에
문 열고 깜짝 놀 간담이 떨어졌네
개에게 불성이 없다 함이여
시퍼런 칼날엔 서릿발 돋아있고
오대산 노파를 간파하여
뒤엉킨 넝쿨을 단칼에 베어내었다
각철취는 우리 스승 그런 말씀 없었다 하니
허튼 말로 교분이 멀어지고
엄양존자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다는 물음에
그대로 어깨에 짊어지고 가라 하였네
외나무다리엔 당나귀며 말들만 건널 뿐 아니라
백세토록 물에 빠진 중생을 건져내어
마하연 저 언덕에 편한 걸음 걷게 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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