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오가정종찬五家正宗贊

9. 목주 진존숙(睦州陳尊宿)

쪽빛마루 2015. 2. 7. 07:52

9. 목주 진존숙(睦州陳尊宿)

 

 스님의 법명은 도종(道蹤 또는 道明)이며, 속성은 진씨(陳氏)로 강남 이왕(江南 李王)의 후손이다. 어느 날 개원사(開元寺)에 놀러 갔다가 부처님께 절하고 스님을 만나보니 전부터 알던 사이처럼 느껴졌다. 돌아와 부모에게 출가하기를 바란다고 하니 부모가 허락하였다. 구족계(具足戒)를 받고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가 황벽스님에게서 종지를 깨쳤다. 뒷날 사부대중의 청으로 관음사에 머물게 되었는데 항상 백여 명의 대중이 법을 물었다. 묻는대로 거침없이 대답하면서도 말씀은 준엄하여 아무도 그 기봉을 꺾을 수 없었으므로 총림에서는 스님을 ‘존숙(尊宿 : 높은 어른)’이라 하였다.

 

 지난날 황벽스님 밑에서 수좌로 있을 때, 임제(臨濟 : ?~867)스님이 마침 그곳 대중에 들어왔다. 스님은 그를 큰 그릇이라 하여 황벽스님을 찾아 불법 대의를 묻게 하니, 황벽스님은 그를 몽둥이로 세 차례 때려 주었다.

 

 운문(雲門 : 864~949)스님이 처음 찾아왔을 때, 스님은 문을 확닫아서 운문스님의 다리를 부러뜨리고는 말했다.

 “이런! 쓸모없는 것[탁轢鑽 :만리장성 쌓던 기계]이었잖아!”

 운문스님이 이 말에 크게 깨쳤다. 그리고는 운문스님에게 설봉스님을 찾아뵈라고 일렀다.

 

 스님은 뒤에 개원사(開元寺)로 돌아왔으나 노모를 받들 사람이 없어 조용한 방에 머물며 날마다 미투리를 짜서 쌀을 사 모친을 공양하였다. 그래서 스님을 ‘진미투리[陳蒲鞋]’라 하였다.

 도적 황소(黃巢)가 목주(睦州) 땅 경계에 이르자 스님은 큰 신발을 성문에 매달아 표를 해 두었다. 황소는 있는 힘을 다했지만 짚신을 들어올릴 수 없었다. 그러자 “목주에는 큰 성인이 계신다”하여 탄식하고 성을 그대로 두고 떠났으므로 목주성은 난을 피할 수 있었다.

 

 스님께서 하루는 한 좌주(座主)에게 물었다.

 “무슨 경을 강의하시오?”

 “열반경을 강의합니다.”

 “한 구절을 물어봐도 되겠소?”

 “그러십시오.”

 그러자 스님은 허공에 발길질을 하고 입으로 한 차례 후- 불면서 말하였다.

 “이것이 무슨 구절이오?”

 “경전에는 그런 구절이 없습니다.”

 “이런 사기꾼! 힘 센 5백명의 장사[力士] 가 돌 드는 구절이 없다고 말하는가?”

 한번은 한 선비가 스님을 찾아와 스물네 가지 글씨체를 모두 통달했다고 하자 스님은 지팡이로 공중에 점을 하나 찍고서 말하였다.

 “알겠느냐?”

 그러자 그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또다시 스물네 가지 글씨체를 안다고 말할텐가? 영자 8법(永字 八法 : 永字를 쓰는 데는 8종의 기본법이 있다)도 모르고서!”

 

 한 스님이 찾아오자 스님은 물었다.

 “이곳에는 처음 왔는가?”

 “녜!”

 “우선 생각을 놔야 한다. 알겠느냐.”

 “잘 모르겠습니다.”

 “목에 칼을 쓰고 죄상을 분 뒤 네 발로 나가거라!”

 그가 떠나려는데 스님께서 말하였다.

 “이리 오너라. 진짜로 묻겠는게, 어디서 왔는냐?”

 “강서 땅에서 왔습니다.”

 “늑담(泐潭 : 馬祖)화상께서 네가 함부로 지껄일까봐 너의 등 뒤에서 두려워하시는데, 보이느냐?”

 그는 대답하지 못하였다.

 

 스님은 납자들을 만나면 자주 ‘이 꼭막힌 놈아[擔板漢 : 판때기를 짊어지면 앞쪽 밖에 못 본다]!’하였다. 스님의 가풍은 준엄하여 인가하는 이가 적었으며, 뒤에 상서(尙書) 진조(陳操) 한 사람을 지도했을 뿐이다.

 

 찬하노라.

 

이 놈은 평생 널판을 짊어진 놈이라 하여

기꺼이 학인을 다른 데로 가게 하니

 

불조의 명맥을 끊는데는

무딘 칼날 빌리지 않고

납승의 눈동자를 바꾸는데는

진흙덩이를 쓸 뿐이었네

 

임제에게 황벽스님을 찾아보도록 가르친 일은

산 뱀을 대통 속으로 집어 넣은 격이며

운문을 맞아 설봉의 법을 잇게 함은

새까만 거북이가 흰 고니의 알을 낳은 꼴이네

 

5백 역사가 돌 드는 구절은

허공을 냅다 차고 뒤집은 일이며

스물네 가지 글씨체를 타파하여

주장자로 허공에 점을 찍었네

 

새로 온 스님을 꾸짖어

강서의 썩은 알음알이를 놓으라 소리치고

흔적도 없이

진나라의 큰 탁력찬 내던졌네

 

조용한 방에서 어머니를 받드올제

헤진 미투리는 몇 푼이나 되었는고

옛 사찰에 몸 숨기니

집안 물건 다 뒤져도 깨진 바리때 하나 없네

 

성문에 난적이 이르자 큰 짚신 매달아

부질없이 성인이라는 이름 얻고

자리 함께 하며 무너진 기장 일으켜

인천의 모든 눈을 봉사로 만들었네

 

견우 북두를 찌르는 기개 제방을 가볍다 하고

죽은 참새를 땅에서 뛰게 하였네

모든 기연과 관문을 다 써서

결국에 속인 하나 얻었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