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대혜 종고(大慧宗杲)선사
/ 1089~1163
스님의 법명은 종고(宗杲)이며 원오스님의 제자로 선주 해씨(宣州 奚氏) 자손이다. 처음에 담당 문준(湛堂文準 : 1061~1115)스님을 찾아뵙고 시자가 되었는데 문준스님의 병세가 악화되자 스님이 말하였다.
“스님께서 이 병환으로 일어나지 못하신다면 저는 누구에게 귀의해야 합니까?”
“원오스님이 좋을 것이다. 나는 그를 모르지만 그대가 만일 그를 만난다면 반드시 나고 죽는 큰 일을 깨칠 수 있을 것이다.”
그 후 스님은 원오스님을 찾아가 종지를 깨쳤다.
스님은 담당스님의 묘비문을 부탁하기 위하여 장무진(張無盡)거사를 찾아갔는데 그때 용안 조(龍安照)스님이 소개장을 써 주었다. 스님은 무진거사를 만나 말하였다.
“금강(金剛)의 눈동자가 붓끝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그 금강의 눈[金剛眼]에 점을 찍어 그 빛으로 하늘을 비추고 땅을 비추오리다.”
스님이 앞으로 나아가 몸을 숙여[揖] 인사하고 말하였다.
“스승[先師]께서는 복이 많으신 분입니다. 상공께서 탑명을 써주신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이에 무진거사는 크게 웃었다.
스님이 경산사(徑山寺)에 있을 때 송을 지었다.
신비궁(神臂弓)을 한 번 쏘니
천 겹 갑옷을 꿰뚫는구나
납승의 문하를 보아라
어느 냄새나는 가죽 버선에 맞았는가를.
神臂弓一發 透過千重甲
衲僧門下看 當甚臭皮襪
때마침 조정에서 신비궁을 만들고 있던 터라 재상 진회(秦檜 : 1090~1155)는 스님과 장구성(張九成)이 모의하여 대군을 일으키고 조정을 비난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스님은 형주(衡州)로 유배되었다가 다시 매주(梅州)로 옮겨다니며 모두 17년이 지난 뒤에야 사면되어 다시 경산사에 주지가 되었다. 매주에서 돌아오는 길에 복주(福州)에 도착하니 장참정(張參政 : 張埈)이 양서암(洋嶼庵)으로 맞이하였는데 한해 여름에 13명이나 깨우쳐 주었으며 그 가운데 귀산 미광(龜山彌光)스님이 가장 뛰어났다.
조거제(趙巨濟)가 찾아왔을 때 스님은 말하였다.
“내가 죽은 뒤에 만일 다른 사람이 너에게 선을 가르쳐 준다고 하면서 ‘이 공안은 어떻게 참구해야 하고 저 공안은 어떻게 깨쳐야 한다’ 하거든 뜨거운 똥물을 퍼부어 부어라. 이 말을 꼭 기억 하거라.”
스님은 응암 담화(應庵曇華)스님이 불법을 드러낸다는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말하였다.
“양기화상의 정맥이 이 사람에게 있구나!”
마침내 정통으로 전해내려온 양기스님의 가사와 아울러 송을 지어 그에게 보냈다.
금륜 제일봉에 버티고 앉으니
온갖 요괴가 모조리 자취를 감추고
몇해 사이에 또다시 참 소식 들려와
양기스님 정맥을 통했음을 알려주었네.
坐斷金輪第一峯 千妖百怪盡潛蹤
年來又得眞消息 報道楊岐正脈通
찬하노라.
모과나무에 향기로운 꽃피고
호랑이 신장은 집을 수호하는데
여우 살쾡이 자취 감추니 그늘진 나무에 바람이 일고
눈서리 덮힌 언덕에 봄볕이 쏟아진다
금강의 눈동자에 붓끝으로 점찍어 낸다 하니
용안스님 소개받아 무진거사를 넘어뜨리고
훈풍도는 법당에서 말끝에 산 채로 묻어버리니
담당스님 원오스님을 찾아보라 한 것이 안타깝구나
오석령을 뒤흔들 때
새까만 죽비를 이리저리 휘두르고
오봉산 구름을 헤칠 때
부러진 지팡이로 이곳저곳을 떠받쳤네
운문스님 보이신 법이라고*
사람들을 속이고
문열스님 다시 온 것이라고
불조를 기만했네
마치 장수들이 모여 서로 싸울 때
적마를 빼앗아 타고 달아나버리듯
누군가 너에게 선을 가르치거든
뜨거운 똥물을 퍼부어 주라 하였네
형주 매주 유배생활 17년에
냄새나는 가죽버선 구린내가 범천까지 이르고
양서암에서 열세 사람 원한을 풀어주니
독을 바른 북소리가 온 누리에 가득하다
불법은 인정에 맡기지 않는 법이라
양기스님에게서 정맥으로 전해온 가사를
불법을 드러내는 조카 담화에게 전해주니
법왕의 법령이 마땅히 이래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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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대혜스님에 대한 평판이 ‘운문스님이 법을 보이신 것이다’ ‘문열스님이 다시 왔다’ ‘임제스님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하는 정도로 높았음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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