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록
1. 상 당
1. 일대사인연
하북부주(河北府主) 왕상시(王常侍)가 여러 관원들과 함께 스님께 법좌에 올라 법문해 주실 것을 청하니 스님이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내가 오늘 형편이 부득이하여 인정을 따르다 보니 결국 이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그러나 조사문중에서 일대사를 펴는 일이란 입만 뻥끗해도 틀리니, 발 디딜 곳이라고는 아무데도 없다. 그러나 오늘 왕상시가 간절히 청하니 내 어찌 근본도리를 숨겨두겠는가. 자, 여기에 당장 진을 치고 깃발을 내걸며 한판 붙어볼 만한 본색종장이 있는가. 있다면 대중 앞에 증거를 보여라."
府主王常侍가 與諸官으로 請師陞座하니 師上堂云, 山僧이 今日에 事不獲已하야 曲順人情하야 方登此座하나 若約祖宗門下하야 稱揚大事인댄 直是開口不得이라 無儞措足處니라 山僧이 此日에 以常侍堅請이니 那隱網宗이리오 還有作家戰將하야 直下에 展陣開旗麼아 對衆證據看하라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불법의 요지입니까?"
스님이 대뜸 악[喝]! 하였다. 그 스님이 절을 하니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저 스님과는 그래도 법담을 나눌 만하구나."
그 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서는 누구의 노래와 곡조를 부르시며, 어느 분의 종풍을 이어받았습니까?"
"나는 황벽스님 회하에서 세 번 물었다가 세 번을 얻어 맞았다."
그 스님이 무어라고 하려는데 스님은 악! 고함치고 때리면서 말씀하셨다.
"허공에다 말뚝을 박아서는 안된다."
僧問, 如何是佛法大意오 師便喝한대 僧이 禮拜어늘 師云, 這箇師僧이 却堪持論이로다 問, 師唱誰歌曲이며 宗風은 嗣阿誰오 師云, 我在黃檗處하야 三度發問하야 三度被打니라 僧이 擬議한대 師便喝하고 隨後打云, 不可向虛空裏釘橛去也니라
어떤 강주[座主]가 물었다.
"3승 12분교(三乘十二分敎)가 어찌 불성을 밝힌 것이 아니겠습니까?"
"우거진 수풀에 호미질한 적이 없다."
"부처님께서 어찌 사람을 속이셨겠습니까?"
"부처가 어디에 있느냐?"
강주가 말이 없자 스님이 말씀하셨다.
"상시 앞에서 이 노승을 속이려 하는구나. 어서 물러가거라. 다른 사람 묻는 것까지 방해하겠다."
그리고는 다시 말씀하셨다.
"오늘 이 법회는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을 위한 때문이니, 더 물을 자가 있느냐? 빨리 나와 묻도록 하라. 그런데 입만 뻥긋해도 벌써 어긋나버리는 것이니, 어째서 그런가? '법은 문자도 여의고, 인(因)에도 속하지 않고 연(緣)에도 있지 않다' 하신 부처님 말씀을 듣지 못했는가. 그대들은 믿음이 모자라 오늘 이러니저러니하지만, 상시와 관원들의 불성을 막아서 어둡게 할까 걱정이구나. 그만 물러가는 것이 좋으리라."
스님께서는 악! 하고 나서 말씀하셨다.
"믿음의 뿌리가 약한 자는 영영 깨칠 기약이 없다. 오래 서 있었으니 편히들 쉬어라."
有座主問, 三乘十二分敎가 豈不是明佛性고 師云, 荒草를 不曾鋤로다 主云, 佛豈賺人也리오 師云, 佛在什麽處오 主無語어늘 師云, 對常侍前하야 擬瞞老僧이로다 速退速退하라 妨他別人請問이니라 復云, 此日法筵은 爲一大事故니 更有問話者麽아 速致問來하라 儞纔開口하면 早勿交涉也니라 何以如此오 不見가 釋尊云, 法離文字며 不屬因不在緣故라하니라 爲儞信不及일새 所以今日葛藤이라 恐滯常侍與官員하야 昧他佛性이니 不如且退니라 喝一喝云, 少信根人은 終無了日이로다 久立珍重하라
2. 천수천안의 진짜눈
스님이 하루는 하북부(河北府)에 가니 부주 왕상시가 스님께 법좌에 올라 법문해 주시기를 청하였다.
그때 마곡(麻谷)*스님이 나와서 물었다.
"대비관음보살의 천개의 손과 천개의 눈 가운데 어느 것이 진짜 눈[正眼]입니까?"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대비관음보살의 천개의 손과 천개의 눈 가운데 어느 눈이 진짜 눈인가? 어서 말하라, 어서."
마곡스님이 스님을 법좌에서 끌어내리고 자기가 올라가 앉자 스님이 앞으로 가까이 가서 "안녕하십니까?" 하였다.
마곡스님이 머뭇거리자 스님도 똑같이 그를 법좌에서 끌어내리고 다시 앉았다. 마곡스님이 획 나가버리자 스님도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師, 因一日에 到河府한대 府主王常侍가 請師陞座하니라 時에 麻谷出問, 大悲千手眼에 那箇是正眼고 師云, 大悲千手眼에 那箇是正眼고 速道速道하라 麻谷이 拽師下座하고 麻谷이 却坐하니 師近前云, 不審이로다 麻谷이 擬議한대 師亦拽麻谷下坐하고 師却坐라 麻谷이 便出去어늘 師便下座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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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곡 보철(麻谷寶徹) : 당나라 사람. 마조스님의 제자인 마곡 보철로 통용되어 왔으나, 확실하지는 않다.
3. 자리 없는 참사람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붉은 살덩이 위에 자리 없는 참사람[無位眞人] 하나가 있어서 항상 그대를 모두의 얼굴로 드나드니 아직 확정을 잡지 못한 사람은 살펴보아라."
그때 한 스님이 나와 물었다.
"무엇이 자리 없는 참사람입니까?"
스님은 선상에서 내려와 그를 움켜잡고 말씀하셨다.
"말해라, 말해!"
그 스님이 머뭇거리자 스님은 그를 탁 놓아버리면서 말씀하시기를, 자리 없는 참사람이라니, 무슨 마른 똥막대기 같은 소리냐" 하고는 방장실로 돌아가버렸다.
上堂云, 赤肉團上에 有一無位眞人하야 常從汝等諸人面門出入하나니 未證據者는 看看하라 時에 有僧出問, 如何是無位眞人고 師下禪牀하야 把住云, 道道하라 其僧이 擬議한대 師托開云, 無位眞人은 是十麽乾屎橛고 便歸方丈하다
4. 두 수좌의 동시 할
스님이 상당하자 어떤 스님이 나와 절을 하니 스님이 별안간 악! 하였다. 그 스님이 "노스님께서는 사람을 시험하지 마십시오" 하니, 스님께서 "네가 말해 보아라. 할(喝)이 어디 떨어졌느냐?" 하자 그 스님이 대뜸 악! 하였다.
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불법의 큰 뜻입니까?"
스님이 악! 하자 그 스님이 절을 하니 스님이 말씀하셨다.
"말해 보아라. 좋은 할(喝)이라고 생각하느냐?"
"좀도둑이 크게 패하였습니다."
"허물이 어디 있느냐?"
"재범(再犯)은 용서치 않습니다."
스님이 악! 하였다.
上堂에 有僧出禮拜어늘 師便喝한대 僧云, 老和尙은 莫深頭好로다 師云, 儞道하라 落在什麽處오 僧이 便喝하니라 又有僧問, 如何是佛法大意오 師便喝한대 僧이 禮拜어늘 師云, 儞道하라 好喝也無아 僧云, 草賊이 大敗로다 師云, 過在什麽處오 僧云, 再犯을 不容이로다 師便喝하니라
이 날 선당의 두 수좌가 서로 만났는데 동시에 악! 하고 고함을 치니 한 스님이 스님께 물었다.
"손님[賓]과 주인[主]이 있습니까?"
"손님과 주인이 분명하다."
그리고는 다시 말씀하셨다.
"대중들이여! 손님과 주인에 관한 나의 법문을 알고자 한다면 선당의 두 수좌에게 묻도록 하라."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是日에 兩堂首座相見하고 同時下喝하니 僧이 問師호대 還有賓主也無아 師云, 賓主歷然이로다 師云, 大衆아 要會臨濟賓主句인댄 問取堂中二首座하라하고 便下座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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