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록
2. 시 중
14. 5무간지옥업
"무엇이 무간지옥에 떨어질 다섯 가지 업(業)입니까?"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해치며, 부처님의 몸에 피를 내고 화합승단(和合僧團)을 깨뜨리며, 경전과 불상을 불사르는 것 등의 무간지옥에 떨어질 다섯 가지 업이다."
"무엇이 아버지입니까?"
"무명(無明)이 아버지이니, 그대들 한 생각 마음이 꺼졌다 일어났다 하는 곳을 찾을 수 없어 마치 허공에 메아리 울리듯 하고 어디를 가나 아무 일 없는 것을 아버지를 죽인다고 한다."
"무엇이 어머니입니까?"
"탐내고 사랑함이 어머니이니, 그대들 한 생각 마음이 욕계에 들어가 그 탐내고 사랑함을 찾아보아도 오직 모든 법이 빈 모양임을 볼 뿐이어서 어디에나 집착하지 않음을 어머니를 해친다고 한다."
"무엇이 부처님의 몸에 피를 내는 것입니까?"
"그대들이 청정한 법계에서 한 생각 마음에 알음알이를 내지않아 어디나 칠흑처럼 캄캄한 것을 부처님의 몸에 피를 내는 것이라 한다."
"무엇이 화합승단을 깨뜨리는 것입니까?"
"그대들의 한 생각 마음이 번뇌에 매였음을 정확히 알아 허공처럼 의지할 데 없음을 화합승단을 깨뜨리는 것이라 한다."
"무엇이 경전과 불상을 불사르는 것입니까?"
"인연이 비고 마음과 법이 비었음을 보아서 결정코 한 생각[一念]이 되어 초연히 아무 일 없으면, 그것을 경전과 불상을 불사르는 것이라 한다."
대덕들이여! 만약 이렇게 알 수 있다면, 저 범이니 성이니 하는 이름에 구애되지 않는다.
問, 如何是五無間業고 師云, 殺父 害母하며 出佛身血하며 破和合僧하며 梵燒經像等이 此是五無間業이니라 云, 如何是父로 師云, 無明이 是父니 儞一念心이 求起滅處不得하야 如響應空하야 隨處無事를 名爲殺父요 云, 如何是母오 師云, 貪愛爲母니 儞一念心이 入欲界中하야 求其貪愛하나 唯見諸法空相하야 處處無著을 名爲害母니라 云, 如何是出佛身血고 師云, 儞向淸淨法界中하야 無一念心生解하고 便處處黑暗이 是出佛身血이니라 云, 如何是破和合僧고 師云, 儞一念心이 正達煩惱結使하야 如空無所依가 是破和合僧이니라 云, 如何是梵燒經像고 師云, 見因緣空心空法空하야 一念決定斷하야 逈然無事가 便是梵燒經像이니라 大德아 若如是達得하면 免被他凡聖名礙니라
그대들 한 생각 마음이 빈 주먹 손가락에다가 무엇인가 있다는 생각을 내어 6근 · 6진의 법에서 공연히 괴이한 짓만을 하며 스스로를 대단치 않게 여기고 퇴굴심을 내어 '나는 범부요, 저 분은 성인이다'라고 한다. 이 머리 깎은 바보들아, 무엇이 그리 다급하여 사자 가죽을 쓰고 여우 울음소리를 내느냐. 대장부 사나이가 장부의 기개를 펴지 못하고, 자기 집안의 보물은 믿으려 하지 않으면서, 바깥으로만 찾아 저 옛사람들이 만든 부질없는 명칭과 개념을 이리저리 점(占)치면서 훤출하게 통달하지를 못한다. 그러므로 경계를 만나는대로 반연하고 6진에 부딪치는대로 집착하여, 닿는 곳마다 미혹이 일어나 스스로 안정하지를 못한다.
儞一念心이 祇向空拳指上生實解하며 根境法中虛하야 捏怪하야 自輕而退屈言하되 我是凡夫요 他是聖人이라하니 禿屢生이여 有甚死急하야 披他師子皮하야 却作野干鳴고 大丈夫漢이 不作丈夫氣息하야 自家屋裏物을 不肯信하고 祇麽向外覔하야 上他古人閒名句하야 倚陰博陽하야 不能特達이라 逢境便緣하며 逢塵便執하야 觸處惑起하야 自無准定이로다
도 배우는 이들[道流]이여! 내 말을 곧이듣지 말라. 왜냐하면 내 말은 아무 근거가 없어서, 그때그때 임시로 허공에다 그림을 그리는 격이며, 생긴 모습대로 채색한다고 한 비유와 같은 것이다.
道流야 莫取山僧說處하라 何故오 說無憑據하야 一期間圖畫虛空이요 如彩畫像等喩니라
도 배우는 이들이여! 부처를 완전한 경지[究竟]라고 여기지 말라. 나에게는 그것이 마치 뒷간의 변기와 같다. 또한 보살과 나한은 모두가 목에 씌우는 칼과 족쇄같이 사람을 결박하는 물건들이다. 그러므로 문수는 긴 칼을 비껴 들고 고오타마 붓다를 죽이려 하였고, 앙굴리마라는 단도를 가지고 세존을 해치려한 것이다.
道流야 莫將佛爲究竟하라 我見猶如厠孔이요 菩薩羅漢은 盡是枷鎖 縛人底物이니 所以로 文殊仗劍하야 殺於瞿曇하며 鴦掘은 持刀하야 害於釋氏니라
도 배우는 이들이여! 얻을 부처란 없는 것이다. 나아가 3승(三乘) · 5성(五性)과 원돈교(圓頓敎)의 자취는 모두 그때그때 병에 따라 약을 주는 것이지 실제로 무엇이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설혹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가까운 개념들로 설명하디 위해 설정한 문자로서, 안배(按排)하여 그렇게 쓰는 것이다.
道流야 無佛可得이니 乃至三乘五性과 圓頓敎迹은 皆是一期藥病相洽요 並無實法이니라 設有라도 皆是相似表顯이요 路布文字니 差排하야 且如是說이니라
도 배우는 이들이여! 어떤 중들은 여기에다 힘을 쏟아 출세간법을 구하려고 하는데, 그것은 잘못이다. 누군가 부처를 구한다면 그 사람은 부처를 잃고, 도를 구한다면 도를 잃으며, 조사를 구한다면 조사를 잃는다.
道流야 有一般禿子하야 便向裏許著功하야 據求出世之法하니 錯了也라 若人이 求佛하면 是人은 失佛이요 若人이 求道하면 是人은 失道요 若人이 求祖하면 是人은 失祖니라
대덕들이여! 착각하지 말라. 나는 그대들이 경론을 이해했느냐를 보는 것도 아니고 그대들이 국왕 · 대신인 것도 인정하지 않는다. 또한 그대들의 폭포수처럼 유창한 말솜씨를 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대들의 총명함과 지혜로움을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그대들의 진정한 안목만을 바랄 뿐이다.
도 배우는 이들이여! 백부(部) 경 · 론을 이해한다 하여도 한낱 일 없는 스님네만 못한 것이다. 그대들이 그것을 이해하면 다른 사람들을 경멸하여 아수라 같은 승부심과 인아상(人我相)의 무명이 지옥 갈 업을 기를 것이다. 마치 선성(善星)비구가 12분교(十二分敎)를 알면서도 산채로 지옥에 떨어져 대지(大地)도 용납치 않은 것과 같으니, 일 없이 쉬느니만 못하다. 배 고프면 밥 먹고 잠 오면 자면 되니, 어리석은 사람은 나를 보고 웃겠지만 지혜로운 이라면 알 것이다.
大德아 莫錯하라 我且不取儞解經論하며 我亦不取儞國王大臣하며 我亦不取儞辯似懸河하며 我亦不取儞聰明智慧하고 唯要儞眞正見解니라 道流야 設解得百本經論하야도 不如一箇無事底阿師니 儞解得하면 卽輕懱他人하야 勝負修羅와 人我無明이 長地獄業이니라 如善星比丘가 解十二分敎호되 生身陷地獄하야 大地도 不容하니 不如無事休歇去니라 飢來喫飯이요 睡來合眼이라 愚人은 笑我호대 智乃知焉이로다
도 배우는 이들이여! 문자에서 찾지 말라. 마음을 움직이면 피로하고, 찬 기운을 들이마시면 좋을 것이 없으니, 한 생각에 연기무생(緣起無生)을 깨달아 3승의 방편 보살들을 뛰어넘느니만 못하다.
대덕들이여! 그럭저럭 날만 보내지 말라. 내가 지난날 견처(見處)가 없었을 때는 도무지 캄캄하여 허송세월할 수만은 없었다. 속은 타고 마음은 황망하여 분주히 도를 찾아다니다가 뒤에 힘을 얻고 나서야 오늘에 도 닦는 여러분과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이다. 도 닦는 여러분들에게 권하니, 옷과 밥을 생각지 말라. 세상은 쉬이 지나가고 선지식은 3천년에 한번 피는 우담바라 꽃같이 만나기 어려움을 보아라.
道流야 莫向文字中求니 心動疲勞하고 吸冷氣無益하니 不如一念緣起無生하야 超出三乘權學菩薩이니라 大德아 莫因循過日하라 山僧往日 未有見處時에 黑漫漫地라 光陰을 不可空過니 腹熱心忙하야 奔波訪道하야 後還得力하야 始到今日하야 共道流如是話度니라 勸諸道流하노니 莫爲衣食하라 看世界易過하며 善知識을 難遇니 如優曇華가 時日現耳니라
그대들 제방에서는 임제 늙은이가 있다는 말을 듣고 나타나서 말문이 막히게 하려고 어려운 질문을 한다. 그러다가 나에게서 나의 완전한 활용을 직접 당하고서는 눈만 둥그렇게 뜨고 입도 뻥긋 못하며, 멍청하여 어떻게 대답할지를 모른다. 그러면 나는 '큰 코끼리가 밟는 곳은 나귀 따위가 갈 곳이 아니다' 라고 말해준다.
그대들 제방에서는 어깨를 으쓱대고 가슴팍을 가리키면서 말하기를, '나는 선을 알고 도를 안다'고 하지만, 두 사람이건 세 사람이건 여기에 이르러서는 어쩌지 못한다. 애닯도다! 그대들은 이러한 몸과 마음을 가지고 가는 곳마다 입술을 나불대면서 여염집 선남선녀들을 속이고 있으니, 쇠 몽둥이를 얻어맞을 날이 있을 것이다. 이들은 출가한 사람이 아니며, 모조리 아수라 세계에 빠지게 된다.
儞諸方이 聞道有箇臨濟老漢하고 出來便擬問難하야 敎語不得타가 被山僧全體作用하야 學人이 空開得眼하나 口總動不得하고 懵然不知以何答我하니 我向伊道호되 龍象蹴踏은 非驢所堪이로다 儞諸處에 祇指胸點肋하야 道我解禪解道하나 三箇兩箇가 到這裏하야 不奈何하니 咄哉라 儞將這箇身心하야 到處簸兩片皮하야 誑諕閭閻하니 喫鐵棒有日在로다 非出家兒요 盡向阿修羅界攝이니라
지극한 이치는 논쟁으로 그 도를 드러내는 것도 아니고, 큰 소리로 싸워서 외도를 꺾는 것도 아니다. 불조(佛祖)가 면면이 이어오는 것에도 무슨 별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설혹 부처님 말씀의 가르침이 있다 하더라도 3승(三乘) · 5성(五性)과 인천(人天)의 인과 등 교화 방편에 떨어진다. 그러나 원돈교에서는 그렇지 않으니, 선재동자가 53 선지식을 다 구하여 찾아다닌 것이 아니다.
夫如至理之道는 非諍論而求激揚이며 鏗鏘以摧外道니라 至於佛祖相承하야는 更無別意요 設有言敎라도 落在化儀 三乘五性人天因果니라 如圓頓之敎는 又且不然하야 童子善財가 皆不求過니라
대덕들이여! 마음을 잘못 쓰지 말라. 마치 큰 바다가 죽은 시체를 그냥 두지 않듯 그렇게 한짐 잔뜩 짊어지고 천하를 돌아다니며, 스스로 견해의 장애를 일으켜 마음을 막는구나. 해 뜨고 구름 한점 없으니 맑은 하늘에 온통 햇빛이 비치고, 눈 속에 티가 없으니 허공에 헛꽃이 없다.
大德아 莫錯用心하라 如大海不停死屍니라 祇麽擔却하야 擬天下走하나니 自起見障하야 以礙於心이라 日上에 無雲하니 麗天普照요 眼中에無翳하니 空裏無花로다
도 배우는 이들이여! 그대들이 법답게 되기를 바란다면 다만 의심을 내지 말아라. 펼치면 온 법계를 싸고도 남으며, 거두면 실터럭만큼도 있지 못하니, 뚜렷하고 호젓이 밝아 한번도 모자란 적이 없었다. 눈으로도 볼 수 없고 귀로도 듣지 못하니,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겠느냐? 옛사람이 이르기를, '한 물건이라 하여도 맞지 않습니다'라고 하였으니, 그대들은 다만 자기 스스로 보아라. 더 무엇이 있느냐? 설명한다 해도 끝이 없으니, 각자가 힘써 노력하라. 편히들 쉬어라.
道流야 儞欲得如法이면 但莫生疑하라 展則彌論法界하고 收則絲髮不立하야 歷歷孤明하야 未曾欠少하고 眼不見이요 耳不聞이니 喚作什麽物고 古人이 云, 說似一物則不中이라하니 儞但自家看하라 更有什麽오 說亦無盡이니 各自著力하야 珍重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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