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임제록·법안록臨濟錄·法眼錄

[임제록] 3. 감변 12~25.

쪽빛마루 2015. 4. 14. 14:11

임제록

 

3. 감 변

 

12. 덕산스님의 몽둥이 30대

 스님께서는 제2대 덕산(德山)스님이 대중에게 법문하여 말하기를,

 "대답을 해도 30대, 대답을 못해도 30대다"라고 한다는 소문을 듣고, 낙보스님을 보내면서 이렇게 시켰다.

 "대답을 해내도 어찌하여 몽둥이 30대입니까? 하고 묻거라. 그가 너를 때리면 그 몽둥이를 받아 쥐고 한번 밀쳐주면서 그가 어찌하는가를 보아라."

 낙보스님이 거기에 도착하여 시키신대로 물으니, 덕산스님은 후려쳤다. 낙보스님이 몽둥이를 잡아 세우고 한번 밀쳐버리자 덕산스님은 방장실로 돌아가버렸다.

 낙보스님이 돌아와 스님께 말씀드리니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내 전부터 그 자를 의심했었다. 그건 그렇다 치고 너는 덕산을 보았느냐?"

 낙보스님이 대답하려는데 스님께서 후려갈겼다.

師聞, 第二代德山이 垂示云, 道得也三十棒이요 道不得也三十棒이니라 師令樂普去問호되 道得이어늘 爲什麼하야 也三十棒고 侍伊他汝하야 接住棒送一送하야 看他作麼生하니라 普到彼하야 如敎而問한대 德山이 便打어늘 普接住送一送하니 德山이 便歸方丈이라 普回擧似師한대 師云, 我從來로 疑著這漢이로다 雖然如是나 汝還見德山麼아 普擬議하니 師便打하다

 

13. 임제스님과 왕상시

 하루는 부주(府主) 왕상시(王常侍)가 방문하여 큰방 앞에서 스님을 뵙고 물었다.

 "큰방 스님들은 경을 보십니까?"

 "경을 보지 않습니다."

 "그러면 선(禪)을 배웁니까?"

 "선도 배우지 않습니다."

 "경도 보지 않고 선도 배우지 않는다면 결국 무얼 합니까?"

 "저들이 다 부처가 되고 조사가 되게 하는 것입니다."

 "금가루가 귀하긴 하나 눈에 들어가면 병이 된다고 하는데 어떻습니까?"

 "그대를 그저 속인으로만 여겼더니…."

王常侍 一日에 訪師하야 同師於僧堂前看할새 乃問這一堂僧이 還看經麼아 師云, 不看經이니라 侍云, 還學禪麼아 師云, 不學禪이니라 侍云, 經又不看하며 禪又不學하고 畢竟作箇什麼오 師云, 總敎伊成佛作祖去니라 侍云, 金屑雖貴나 落眼成翳하니 又作麼生고 師云, 將爲儞是箇俗漢이로다

 

14. 행산스님의 노지백우(露地白牛)

 스님께서 행산(杏山)스님에게 물었다.

 "무엇이 너른 땅의 흰소[露地白牛]인가?"

 행산스님이 "움머, 움머!"하자 스님께서 "벙어리냐?"하셨다. 행산스님이 "노스님께서는 어떠하십니까?"하니 "이 놈의 축생아!" 하였다.

師問杏山, 如何是露地白牛오 山云, 吽吽한대 師云, 啞那아 山云, 長老는 作麼生고 師云, 這畜生아

 

15. 몽둥이와 할

 스님께서 낙보스님에게 물었다.

 "예로부터 한 사람은 몽둥이[棒]를 쓰고 한 사람은 고함[喝]을 쳤는데 어느 것이 친절한 것이냐?"

 "둘 다 친절하지 못합니다."

 "그럼 친절한 것은 어떤 것이냐?"

 낙보스님이 악! 하고 고함치자 스님께서는 후려쳤다.

師問樂普云, 從上來로 一人은 行棒하고 一人은 行喝하니 阿那箇親고 普云, 總不親이니다 師云, 親處作麼生고 普便喝하니 師乃打하다

 

16. 손을 펼쳐 보이다

 스님께서는 한 스님이 오는 것을 보고 두 손을 펼쳐 보였는데 그 스님이 대꾸가 없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알겠는가?"

 "모르겠습니다."

 "꼭 막힌 이 바보야! 너에게 노자돈 두 푼을 주노라."

師見僧來하고 展開兩手한대 僧이 無語어늘 師云, 會麼아 云, 不會니다 師云, 渾崙을 擘不開하니 與汝兩文錢하노라

 

17. 대각스님이 참례하다

 대각(大覺)스님이 와서 뵙자 스님께서 불자(拂子)를 들어 세우시니 대각스님은 좌구(坐具)를 폈다. 스님께서 불자를 던져버리니, 대각스님은 좌구를 거두고 큰방으로 들어가버리자 대중스님들이 말하였다.

 "이 스님은 큰스님의 친구 되시는 분인가? 절도 안했는데 얻어 맞지도 않는다."

 스님께서 듣고 대각스님을 부르게 하니, 대각스님이 나오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중이 그대가 나를 아직 참례하지 않았다고들 말하네."

 그러자 대각스님은 "안녕하십니까?" 하고는 대중 속으로 돌아가버렸다.

大覺이 到參에 師擧起拂子하니 大覺이 敷坐具라 師擲下拂子한대 大覺이 收坐具하고 入僧堂하다 衆僧이 云, 這僧은 莫是和尙親故아 不禮拜하고 又不喫棒이로다 師聞하고 令喚覺하니 覺이 出이라 師云, 大衆이 道호되 汝未參長老라 覺이 云, 不審하고 便自歸衆하니라

 

18. 조주스님이 참례하다

 조주(趙州)스님이 행각할 때 스님을 찾아 뵈었다. 마침 스님께서 발을 씻고 있었는데 조주스님이 물었다.

 "조사께서 서쪽으로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

 "마침 내가 발을 씻고 있는 중이오."

 조주스님이 앞으로 다가가서 귀 기울여 듣는 시늉을 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두번째 구정물 세례를 퍼부어야겠군요."

 그러자 조주스님은 내려가버렸다.

趙州行脚時에 參師할새 遇師洗脚次하야 州便問, 如何是祖師西來意오 師云, 恰値老僧洗脚이로다 州近前하야 作聽勢어늘 師云, 更要第二杓惡水潑在니라 州便下去하다

 

19. 정상좌가 참례하다

 정상좌(定上座)란 분이 스님을 찾아뵙고 물었다.

 "무엇이 불법의 큰 뜻입니까?"

 스님께서는 선상[繩床]에서 내려와 멱살을 움켜쥐고 뺨을 한대 후려갈기면서 밀쳐버렸다. 정상좌는 멍하여 우두커니 서 있으니 곁에서 있던 스님이 말하였다.

 "정상좌여! 왜 절을 올리지 않는가?"

 정상좌는 절하려는 순간 홀연히 크게 깨쳤다.

有定上座하야 到參問 如何是佛法大意오 師下繩床하야 擒住與一掌하고 便托開하니 定이 佇立이라 傍僧이 云, 定上座야 何不禮拜오 定이 方禮拜에 忽然大悟하니라

 

 20. 마곡스님이  참례하다

 마곡스님이 스님을 찾아 뵙고 좌구를 펴면서 물었다.

 "12면관음보살은 어느 얼굴이 진짜 얼굴입니까?"

 스님께서 선상에서 내려와 한 손으로는 좌구를 거두면서 한 손으로는 마곡스님을 붙잡고 말씀하셨다.

 "12면관음은 어디로 갔는가?"

 마곡스님은 몸을 돌려 스님의 선상에 앉으려 하였다. 스님께서 주장자를 들어 후려치자, 마곡스님이 이를 받아쥐고 서로 붙잡고 방장실로 들어갔다.

麻谷이 到參하야 敷坐具하고 問 十二面觀音이 阿那面이 正고 師下繩牀하야 一手로 收坐具하고 一手로 搊麻谷云, 十二面觀音이 向什麽處去也오 麻谷이 轉身하야 擬坐繩牀이라 師拈柱杖打한대 麻谷이 接却하야 相捉入方丈하니라

 

21. 4할(사할)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었다.

 "어떤 할(碣)은 금강왕의 보배 칼과 같고, 어떤 할은 땅에 웅크리고 앉은 금빛 털 사자와 같으며, 어떤 할은 어부의 고기 찾는 장대와 그림자 풀 같고, 어떤 할은 할로서의 작용을 못하는데, 그대는 어떻게 알고 있는가?"

 그 스님이 대답하려는데 스님께서 악! 하고 고함쳤다.

師問僧호되 有時一喝은 如金剛王寶劍이요 有時一喝은 如踞地金毛獅子요 有時一喝은 如深竿影草요 有時一喝은 不作一喝用이니 汝作麽生會오 僧擬議한대 師便喝하다

 

22. 한 비구니의 할

 스님께서는 한 비구니에게 물었다.

 "잘 왔는가, 잘못 왔는가?"

 비구니가 악! 하자 스님께서 주장자를 집어들고 말씀하셨다.

 "다시 말해 보아라. 다시 말해!"

 비구니가 다시 악! 하고 고함을 치자 스님께서 그대로 후려쳤다.

師問一尼호되 善來아 惡來아 尼便喝하니 師拈棒云, 更道更道하라 尼又喝이어늘 師便打하다

 

23. 용아스님의 선판

 용아(龍牙)스님이 스님께 여쭈었다.

 "무엇이 조사께서 서역으로부터 오신 뜻입니까?"

 "나에게 선판(禪版)을 갖다 주게."

 용아스님이 바로 선판을 갖다 드리자, 스님께서 받아서 그대로 후려치니 용아스님이 말하였다.

 "치기는 마음대로 치십시오만 결국 조사의 뜻은 없습니다."

 용아스님이 뒤에 취미(翠微)스님에게 가서 물었다.

 "무엇이 조사께서 서역으로부터 오신 뜻입니까?"

 "나에게 포단(蒲團)을 갖다 주게."

 용아스님은 바로 포단을 가져다 취미스님에게 드리자 취미스님은 받아 들고 그대로 후려치니, 용아스님은 말하였다.

 "치기는 마음대로 치십시오만 결국 조사의 뜻은 없습니다."

 용아스님이 주지로 있게 된 다음, 어떤 스님이 조실(祖室)에 들어와 법문을 청하여 여쭈었다.

 "스님께서 행각하실 때 두 큰스님을 찾아뵈었던 일에 있어서 두 분을 인정하십니까?"

 "인정하기는 깊이 인정하네만 결국 조사의 뜻은 없었네."

龍牙問, 如何是祖師西來意오 師云, 與我過禪版來하라 牙便過禪版與師한대 師接得便打라 牙云, 打卽任打나 要且無祖師意로다 牙後到翠微하야 問 如何是祖師西來意오 微云, 與我過蒲團來하라 牙便過蒲團與翠微한대 翠微接得便打라 牙云, 打卽任打나 要且無祖師意로다 牙住院後에 有僧이 入室請益云, 和尙이 行脚時에 參二尊宿因緣을 還肯他也無아 牙云, 肯卽深肯이나 要且無祖師意로다

 

24. 경산스님의 5백 대중

 경산(徑山)에는 5백 명의 대중이 있었으나, 조실(祖室)에 들어 법문을 묻는 사람이 적었다. 황벽스님은 스님을 경산에 보내면서 말씀하셨다.

 "너는 거기에 가서 어떻게 하겠느냐?"

 스님이 말하였다.

 "제가 거기에 가면 저절로 방편이 있겠지요."

 스님은 경산에 이르러 행장(行裝)을 풀지도 않은 채 법당으로 올라가 경산스님을 보았다. 경산스님이 막 고개를 들려는데, 스님은 악! 하고 할을 하였다. 경산스님이 입을 열어 뭐라고 말하려고 하자, 스님은 소매를 떨치고 바로 나가버렸다. 뒤이어 어떤 스님이 경산스님에게 물었다.

 "아까 왔던 그 스님은 무슨 문답을 나누었길래, 스님께 대뜸 고함을 쳤습니까?"

 "그 스님은 황벽스님 회하에서 왔는데 너는 그를 알고자 하느냐? 그렇거든 그에게 직접 묻도록 하여라."

 경산의 5백 대중은 절반 이상이 흩어져버렸다.

徑山에 有五百衆호되 少人參請이어늘 黃檗이 令師로 到徑山하고 乃謂師曰, 汝到彼作麽生고 師云, 某甲이 到彼하야 自有方便이니다 師到徑山하야 裝腰上法堂하야 見徑山하니 徑山이 方擧頭라 師便喝한대 徑山擬開口어늘 師拂袖便行하다 尋有僧問徑山호되 這僧이 適來에 有什麽言句관대 便喝和尙이닛고 徑山이 云, 這僧이 從黃檗會裡來하니 儞要知麽아 且問取他하라 徑山五百衆이 太半分散하니라

 

25. 보화스님의 전신탈거(全身脫去)

 어느날 보화스님이 거리에 나가 사람들더러 장삼(長衫)을 달라고 하였다. 사람들은 매번 장삼을 주었으나, 보화스님은 그때마다 필요없다고 하였다. 스님께서는 원주를 시켜서 관(棺) 하나를 사오게 하고, 보화스님이 돌아오자 말씀하셨다.

 "내 그대를 위해 장삼을 장만해 두었네."

 보화스님은 곧 스스로 그것을 짊어지고 나가서 온 거리를 돌면서 외쳐댔다.

 "임제스님이 나에게 장삼을 만들어 주었다. 나는 동문(東門)으로 가서 세상을 떠나리라."

 시내 사람들이 다투어 따라가 보니 보화스님이 말하였다.

 "오늘은 가지 않겠다. 내일 남문(南門)으로 가서 세상을 떠나리라."

 사흘을 이렇게 하니 사람들은 아무도 믿지 않았다. 나흘째 되던 날 따라와서 보려는 사람이 없자, 혼자 성 밖으로 나가 관속으로 들어가서 길 가는 행인더러 뚜껑의 못을 치게 하였다. 삽시간에 말이 퍼져서 시내 사람들이 쫓아가서 관을 열어보니 몸은 빠져 나가버렸고[全身脫去] 공중에서는 요령소리만이 은은히 울려갈 뿐이었다.

普化一日 於街市中에 就人乞直棳하니 人皆與之호대 普化俱不要라 師令院主로 買棺一具하고 普化歸來에 師云, 我與汝做得箇直棳了也노라 普化便自擔去하야 繞街市叫云, 臨濟與我做直棳了也니 我往東門遷化去하리라 市人이 競隨看之하니 普化云, 我今日에는 未요 來日에 往南門遷化去하리라 如是三日하니 人皆不信이라 至第四日하야 無人隨看이어늘 獨出城外하야 自入棺內하야 倩路行人釘之하니라 卽時傳布하야 市人이 競往開棺하니 乃見全身脫去하고 祇聞空中鈴響이 隱隱而去하니라 

'선림고경총서 > 임제록·법안록臨濟錄·法眼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제록] 4. 행록 6~10.  (0) 2015.04.16
[임제록] 4. 행록 1~5.  (0) 2015.04.16
[임제록] 3. 감변 1~11.   (0) 2015.04.13
[임제록] 2. 시중 14.  (0) 2015.04.12
[임제록] 2. 시중 11~13.   (0) 2015.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