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임제록·법안록臨濟錄·法眼錄

[임제록] 4. 행록 1~5.

쪽빛마루 2015. 4. 16. 20:45

임제록

 

4. 행 록

 

1. 깨친 기연

 스님께서 맨 처음 황벽스님의 회하에 있을 때, 한결같이 정진하므로 수좌[睦州 陳尊宿]스님이 "비록 후배이긴 하나 대중과는 다른 데가 있다"고 감탄하며 물었다.

 "스님은 여기에 있은 지 얼마나 되는가?"

 "3년 됩니다."

 "참문(參問 : 조실에 들어가 법을 묻는 일) 한 적이 있는가?"

 "참문하지 못하였는데 무엇을 물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조실스님을 찾아뵙고 '무엇이 불법의 정확한 뜻입니까?' 하고 왜 묻지 못하는가?"

 스님은 바로 가서 물었는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황벽스님은 대뜸 후려쳤다. 스님이 내려오자 수좌스님이 말하였다.

 "법을 물으러 갔던 일은 어찌 되었는가?"

 "묻는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큰스님께서는 바로 후려갈기시니,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다시 가서 묻도록 하게."

 다시 가서 물으니, 황벽스님은 또 때렸다. 이렇게 하여 세 번 묻고 세 번 다 얻어맞은 것이다. 스님은 수좌스님에게 와서 말하였다.

 "다행히 스님의 자비로 큰스님께 세 번 가서 물었으나, 세 번을 다 얻어맞았습니다. 저는 업장이 두터워 깊은 뜻을 깨닫지 못함을 스스로 한탄하고, 이제 하직하고 떠나야겠습니다."

 수좌스님이 말하였다.

 "가려거든 큰스님께 인사드리고 가야 하네."

 스님은 절하고 물러나니, 수좌스님이 먼저 조실스님 처소에 와서 말씀드렸다.

 "법을 묻던 후배가 매우 법답습니다. 만약 와서 하직 인사를 드리거든, 방편으로 이끌어 주십시오. 정진해서 뒷날 한 그루 큰 나무가 되어 천하 사람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드리울 것입니다."

 스님이 가서 하직 인사를 드리자 황벽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다른 곳으로 가지 말고, 고안(高安) 여울가의 대우(大愚)스님 회하로 가도록 하여라. 너에게 반드시 무어라고 말해 줄 것이다."

師初在黃檗會下하야 行業이 純一이어늘 首座乃歎曰, 雖是後生이나 與衆有異로다 遂問, 上座在此 多少時오 師云, 三年이니다 首座云, 曾參問也無아 師云, 不曾參問이니 不知問箇什麽오 首座云, 汝何不去問堂頭和尙호되 如何是佛法的的大意오 師便去問한대 聲未絶에 黃檗이 便打하다 師下來에 首座云, 問話作麽生고 師云, 某甲問聲이 未絶에 和尙便打하니 某甲不會니다 首座云, 但更去問하라 師又去問하니 黃檗이 又打하야 如是三度發問하고 三度被打하니라 師來白首座云, 幸蒙慈悲하야 令某甲問訊和尙하야 三度發問에 三度被打니다 自恨障緣으로 不領深旨하니 今且辭去하노이다 首座云, 汝若去時에는 須辭和尙去하라 師禮拜退하니 首座 先到和尙處云, 問話底後生이 甚是如法하니 若來辭時에는 方便으로 接他하소서 向後穿鑿하야 成一株大樹하야 與天下人作廕凉去在리이다 師去辭한대 黃檗이 云, 不得往別處去요 汝向高安灘頭大愚處去하라 必爲汝說하리라

 

 스님이 대우스님에게 이르자 대우스님이 물었다.

 "어디서 왔느냐?"

 "황벽스님의 회하에서 왔습니다."

 "황벽스님이 무슨 말을 하던가?"

 "제가 세 번 불법의 긴요한 뜻을 묻다가 세 번을 다 얻어맞았는데 저에게 허물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황벽스님이 그토록 간절한 노파심으로 너 때문에 수고하였는데 다시 여기까지 와서 허물이 있고 없고를 묻느냐?"

 스님은 말끝에 크게 깨치고 말하였다.

 "황벽스님의 불법이 원래 별것 아니군요."

 대우스님은 멱살을 움켜쥐고 말하였다.

 "이 오줌싸개야! 아까는 허물이 있느니 없느니 하더니, 이제 와서는 다시 황벽의 불법이 별것 아니라고 말하는데, 그래 너는 무슨 도리를 보았느냐? 빨리 말해라. 빨리 말해!"

 스님은 대우스님의 옆구리를 세 번 주먹으로 쥐어박자, 대우스님은 밀어젖히면서 말하였다.

 "너의 스승은 황벽이니, 나와는 상관이 없다."

師到大遇한대 大遇問, 什麽處來오 師云, 黃檗處來니다 大遇云, 黃檗이 有何言句오 師云, 某甲이 三度問佛法的的大意라가 三度被打하니 不知某甲이 有過닛가 無過닛가 大遇云, 黃檗이 與麽老婆하야 爲汝得徹困이어늘 更來這裏하야 問有過無過아 師於言下에 大悟云, 元來에 黃檗佛法이 無多子니다 大遇搊住云 這尿牀鬼子야 適來에는 道有過無過러니 如今에 却道黃檗佛法이 無多子라하니 儞見箇什麽道理오 速道速道하라 師於大遇脅下에 築三拳한대 大遇托開云, 汝師는 黃檗이요 非干我事니라

 

 스님은 대우스님을 하직하고 다시 황벽스님께로 돌아오자, 황벽스님은 스님이 오는 것을 보고는 물었다.

 "이 놈이 왔다갔다 하기만 하니 언제 마칠 날이 있겠느냐?"

 스님이 말하였다.

 "오직 스님의 간절하신 노파심 때문이옵니다."

 인사를 마치고 곁에 서 있으니, 황벽스님이 물었다.

 "어디를 갔다 왔느냐?"

 "지난번에는 스님의 자비하신 가르침을 듣고, 대우스님을 뵙고 왔습니다."

 "대우가 무슨 말을 하더냐?"

 그리하여 앞의 이야기를 말씀드리니 황벽스님이 말씀하셨다.

 "어떻게 하면 이 놈의 작자가 오는 것을 기다렸다가 호되게 한 방 줄까?"

 "오기를 기다릴 것까지야 있으십니까? 지금 곧 잡수십시오."

하고는 바로 뺨을 올려붙이니 황벽스님이 말씀하셨다.

 "이 미친 놈이 다시 여기 와서 범의 수염을 만지는구나."

 스님이 '악!'하고 할을 하자 황벽스님이 말씀하셨다.

 "시자야! 이 미친 놈을 선당으로 데려가서 참례하게 하여라."

師辭大愚하고 却回黃檗하니 黃檗이 見來하고 便問, 這漢이 來來去去에 有什麽了期리요 師云, 祇爲老婆心切이니다 便人事了하고 侍立하니 黃檗이 問, 什麽處去來오 師云, 昨奉慈旨하야 令參大愚去來니다 黃檗이 云, 大愚有何言句오 師遂擧前話한대 黃檗云, 作麽生得這漢來하야 待痛與一頓고 師云, 說什麽待來오 卽今便喫하소서 隨後便掌하니 黃檗이 云, 這風顚漢이 却來這裏捋虎鬚로다 師便喝하니 黃檗이 云, 侍者야 引這風顚漢하야 參堂去하라

 

 뒤에 위산스님이 이 이야기에 대해 앙산스님에게 물었다.

 "임제가 당시에 대우의 힘을 얻었느냐, 황벽의 힘을 얻었느냐?"

 "범의 머리에 타고 앉았을 뿐만 아니라, 범의 꼬리도 잡을 줄 안 것입니다."

後에 潙山이 擧此話하야 問仰山하되 臨濟當時에 得大愚力가 得黃檗力가 仰山이 云, 非但騎虎頭요 亦解把虎尾니다

 

2. 소나무를 심다

 스님이 소나무를 심고 있는데, 황벽스님께서 물었다.

 "깊은 산속에 그 많은 소나무를 심어서 무얼 하려느냐?"

 "첫째는 절[山門]의 경치를 가꾸기 위해서이고, 둘째는 뒷사람들에게 표본이 되기 위해서입니다."

 말을 마치고 괭이로 땅을 세 번 내리치니, 황벽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비록 그렇기는 하나, 너는 이미 나에게 30방을 얻어맞았다."

 스님은 다시 괭이로 땅을 세 번 내리 치고 나서 '허허!' 하니, 황벽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나의 종(宗)이 너에 이르러 세상에 크게 일어날 것이다."

師栽松次에 黃檗이 問, 深山裏에 栽許多하야 作什麽오 師云, 一與山門作境致요 二與後人作標榜이니다 道了하고 將钁頭하야 打地三下한대 黃檗이 云, 雖然如是나 子已喫吾三十棒了也라 師又以钁頭로 打地三下하고 作噓噓聲하니 黃檗이 云, 吾宗이 到汝하야 大與於世하리라

 

 뒤에 위산스님이 이 이야기에 대해 앙산스님에게 물었다.

 "황벽스님이 당시에 임제 한 사람에게만 부촉한 것이냐, 아니면 다른 사람도 있느냐?"

 "있습니다만 하도 연대가 멀어서 스님께 말씀드리지 않으렵니다."

 "그렇긴 하나, 나도 알고 싶으니 말해 보아라."

 "한 사람이 남쪽을 가리켜 오(吳) · 월(越)에서 법령(法令)을 행하다가 큰 바람[大風]을 만나면 그칠 것입니다."(이는 風穴和尙을 예언한 것이다)

後에 潙山이 擧此話하야 問仰山하되 黃檗이 當時에 祇囑臨濟一人가 更有人在아 仰山이 云, 有하나 祇是年代深遠하야 不欲擧似和尙이니다 潙山이 云, 雖然如是나 吾亦要知하니 汝但擧看하라 仰山이 云, 一人이 指南하야 吳越에 令行타가 遇大風卽止리다하니(讖風穴和尙야)라

 

3. 덕산스님의 선상을 뒤엎다

 스님이 덕산스님을 모시고 곁에 서 있는데, 덕산스님이 "오늘은 피곤하구나" 하자 "이 노장이 무슨 잠꼬대야!" 하니 덕산스님이 후려쳤다. 스님이 선상을 뒤엎어버리자, 덕산스님은 그만두었다.

師侍立德山次에 山이 云, 今日困이로다 師云, 這老漢이 寐語作什麽오 山이 便打라 師掀倒繩牀한대 山이 便休하니라

 

4. 산 채로 파묻다

 스님이 운력 중에 호미로 밭매다가 황벽스님이 오는 것을 보고는 괭이에 기대 서 있었다. 황벽스님께서 "이 놈이 피로한가?" 하니 "괭이도 아직 들지 않았는데, 피로하다니요?" 하였다.

 황벽스님이 후려치자, 스님이 몽둥이를 받아 쥐고는 황벽스님을 탁 밀쳐 넘어뜨렸다. 황벽스님께서는 유나를 불러 말씀하셨다.

 "유나야! 나를 부축해 일으켜라."

 유나가 가까이 다가가 부축해 일으켜드리면서 말하였다.

 "큰스님! 이 미친 놈의 무례한 짓을 어찌 그냥 두십니까?"

 황벽스님은 일어나면서 유나를 후려갈기니, 스님은 괭이로 땅을 찍으면서 말하였다.

 "제방에서는 모두 화장을 하지만 여기 나는 한꺼번에 산 채로 파묻어버린다."

師普請鋤地次에 見黃檗來하고 拄钁而立하니 黃檗이 云, 這漢이 困耶아 師云, 钁也未擧어니 困箇什麽오 黃檗이 便打하니 師接住棒하야 一送送倒하다 黃檗이 喚維那호대 維那야 扶起我하라 維那近前扶云 和尙이 爭容得這風顚漢無禮닛고 黃檗이 纔起하야 便打維那하니 師钁地云, 諸方은 火葬이어니와 我這裏는 一時活埋하노라

 

 뒤에 위산스님이 앙산스님에게 물었다.

 "황벽스님이 유나를 때린 의도가 무엇이냐?"

 "진짜 도적은 달아나버렸는데 뒤쫓던 순라군(巡邏軍)이 봉변을 당한 꼴입니다."

後에 潙山이 問仰山호대 黃檗이 打維那意作麽生고 仰山이 云, 正賊은 走却하고 邏蹤人이 喫棒이니다

 

5. 황벽스님이 입을 쥐어박다

 스님이 하루는 큰방 앞에 앉아 있다가 황벽스님이 오는 것을 보고 눈을 감아버렸다. 황벽스님은 두려워하는 시늉을 하며 바로 방장실로 돌아가버렸다. 스님은 뒤 따라 방장실로 가서 무례하였음을 사죄하였다.

 수좌스님이 황벽스님을 모시고 곁에 서 있는데 황벽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스님이 비록 후배이긴 하나 이 일이 있는 줄을 안다."

 수좌스님이 말하였다.

 "노스님께서는 발꿈치가 땅에 닫지도 않았는데 후생을 증명하십니까?"

 황벽스님께서는 자기 손으로 입을 한대 쥐어박으니, 수좌스님이 "아셨으면 됐습니다."하였다.

師 一日에 在僧堂前坐러니 見黃檗來하고 便閉却目하니 黃檗이 乃作怖勢하고 便歸方丈이어늘 師隨至方丈하야 禮謝하다 首座黃檗處侍立이러니 黃檗이 云, 此僧이 雖是後生이나 却知有此事로다 首座云, 老和尙이 脚跟도 不點地어늘 却證據箇後生이로다 黃檗이 自於口上에 打一摑한대 首座云, 知卽得이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