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임제록·법안록臨濟錄·法眼錄

[임제록] 3. 감변 1~11.

쪽빛마루 2015. 4. 13. 11:44

임제록

 

3. 감 변 

 

1.  쌀을 가리다

황벽스님께서 부엌에 들어갔을 때, 공양주에게 물었다.

 "무얼 하느냐?"

 "대중 스님네의 쌀을 가립니다."

 "하루에 얼마나 먹느냐?"

 "두 섬 닷 말을 먹습니다."

 "너무 많지 않느냐?"

 "오히려 적을까 싶습니다."

 그러자 황벽스님이 때렸다.

 공양주가 이 일을 스님(임제)께 말씀드리니,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내 너를 위하여 이 노스님을 간파해 주겠다."

 그리고는 그 길로 도착하자마자 황벽스님을 모시고 서 있는데 황벽스님께서 앞의 이야기를 꺼내시므로 스님께서 여쭈었다.

 "공양주가 잘 모르는 모양인데, 스님께서 딱 깨치도록 한마디 대신해 주십시오."

 그리고는 이어서 묻기를, "너무 많지 않습니까?" 하니 황벽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내일 한번 더 먹는다고 왜 말하지 못하느냐?"

 "무슨 내일까지를 말씀하십니까? 지금 잡수십시오."

 말을 마치고 뺨을 올려 붙이니, 황벽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미친 놈이 또 여기 와서 호랑이 수염을 건드리는구나."

 스님께서는 악! 고함을 치고 나가버렸다.

黃檗이 因入廚次에 問飯頭호되 作什麽오 飯頭云, 揀衆僧米니다 黃檗이 云, 一日에 喫多少오 飯頭云, 二石五니다 黃檗이 云, 莫太多麽아 飯頭云, 猶恐少在니다 黃檗이 便打하다 飯頭却擧似師한대 師云, 我爲汝勘這老漢호리라 纔到侍立次에 黃檗이 擧前話어늘 師云, 飯頭不會하니 請和尙은 代一轉語하소서하고 師便問 莫太多麽아 黃檗이 云, 何不道來日에 更喫一頓고 師云, 說什麽來日고 卽今便喫하소서 道了便掌하니 黃檗이 云, 這風顚漢이 又來這裏捋虎鬚로다 師便喝하고 出去하니라

 

 뒤에 위산스님께서 앙산스님에게 물었다.

 "이 두 큰스님의 뜻이 무엇이겠느냐?"

 "스님께서는 어떻다고 보십니까?"

 "자식을 길러보고서야 아버지의 사랑을 아는 것이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럼 너는 어떻게 보느냐?"

 "마치 도적이 집안을 몽땅 망쳐놓은 꼴입니다."

後에 潙山이 問仰山호되 此二尊宿意作麽生고 仰山云, 和尙은 作麽生고 潙山이 云, 養子에 方知父慈니라 仰山이 云, 不然하니다 潙山이 云 子又作麽生고 仰山이 云, 似勾賊破家니다

 

2. 불자(불자)흘 세우다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오는가?"

 그 스님이 악! 하고 고함을 치니, 스님께서는 읍(揖)을 하여 인사하고 앉게 하였다. 그 스님이 무슨 말을 하려고 머뭇거리자 그대로 후려쳤다.

 스님께서 한 스님이 오는 것을 보고 불자(拂子)를 세우시니, 그 스님이 절을 하자 그대로 후려쳤다.

 또 한 스님이 오는 것을 보고 마찬가지로 불자를 세우시니, 그 스님은 본체도 하지 않았는데 스님께서는 이번에도 후려쳤다.

師問僧호되 什麽處來오 僧이 便喝이어늘 師便揖坐하니 僧이 擬議라 師便打하다 師見僧來하고 便竪起拂子하니 僧이 禮拜라 師便打하다 又見僧來하고 亦竪起拂子하니 僧이 不顧어늘 師亦打하니라

 

3. 보화(普化)스님과 극부(克符)스님

 스님께서는 보화스님을 보고 말씀하셨다.

 "내 남방에 있으면서 편지를 전하려고 위산에 도착했을 때, 그대가 먼저 여기에 와서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들어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와서 그대의 도움을 받게 되었는데 내 이제 황벽의 종지를 세우고자 하니, 그대는 나의 모자란 점들을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보화스님은 인사를 드리고 내려갔다.

 극부(克符)스님이 뒤에 오자, 스님께서는 마찬가지로 말씀하셨고, 극부스님 역시 인사를 드리고 내려갔다. 사흘 후에 보화스님은 다시 올라와서 문안드리며 여쭈었다.

 "스님께서는 전날에 무슨 말씀을 하셨습니까?"

 스님께서는 몽둥이를 들어 바로 내리쳤다. 그런지 사흘 뒤에 극부스님 역시 올라와서 문안드리며 여쭈었다.

 "스님께서는 전날 보화를 때리셨다는데 어찌 된 일입니까?"

 스님께서는 역시 몽둥이를 들어 내리쳤다.

師見普化하고 乃云, 我在南方하야 馳書到潙山時에 知儞先在此住하야 待我來하니라 乃我來하야 得汝佐贊이라 我今에 欲建立黃檗宗旨하노니 汝切須爲我成褫하라 普化珍重下去하다 克符後至어늘 師亦如是道하니 符亦珍重下去하니라 三日後에 普化却上問訊云, 和尙이 前日에 道甚麽오 師拈棒便打下하다 又三日에 克符亦上하야 問訊乃問호되 和尙이 前日打普化하니 作什麽오 師亦拈棒打下하니라

 

4. 보화스님이 밥상을 엎어버리다

 스님께서 하루는 시주 집에서 베푼 공양에 참석한 자리에서 물었다.

 "'터럭 하나가 온 바다를 삼키고 겨자씨 한 알에 수미산을 담는다'고 하는데 이는 신통하고 묘한 작용[妙用]인가, 아니면 근본 바탕[本體]이 그렇기 때문인가?"

 보화스님이 공양상을 걷어차 엎어버리자 대사께서 "몹시 거칠구나!" 하니 보화스님은 "여기가 어디길래 거칠다 세밀하다 하십니까?"하였다.

師 一日에 同普化하야 赴施主家齊次에 師問, 毛呑巨海하고 芥納須彌하니 爲是神通妙用가 本體如然가 普化踏倒飯牀한대 師云, 太麁生이로다 普化云, 這裏是什麽所在관대 說麁說細오

 

 스님께서는 다음날 또 보화스님과 함께 공양에 참석하여 물었다.

 "오늘 공양은 어제에 비해 어떤가?"

 보화스님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공양상을 발로 차 엎어버리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옳기는 하다만 몹시 거칠구나!"

 보화스님이 말하였다.

 "이 눈 먼 작자야! 불법을 무슨 거칠다느니 세밀하다느니 하는가?"

 스님께서는 혀를 내둘렀다.

師來日에 又同普化赴齊하야 問, 今日供養은 何似昨日고 普化依前踏倒飯牀한대 師云, 得卽得이나 太麁生이로다 普化云, 瞎漢아 佛法을 說什麽麁細오 師乃吐舌하니라

 

5. 도적놈아, 도적놈아!

 스님께서 하루는 하양(河陽)장로 · 목탑(木塔)장로와 큰 방의 땅화로[地爐] 안에 앉아 있다가 말씀하셨다.

 "보화가 매일 거리에서 미치광이짓을 하는데 도대체 그가 범부인가요, 성인인가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보화스님이 들어오자 스님이 물었다.

 "그대는 범부인가, 성인인가?"

 "스님이 먼저 말씀해 보시오. 내가 범부요, 성인이요?"

 스님께서 악! 하고 고함을 치자, 보화스님은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하양은 새색시 선(禪), 목탑은 노파선인데, 꼬마 임제다 그래도 한쪽 눈(마혜수라의 천안)을 갖추었다."

 스님께서 "이 도적놈아!" 하자 보화스님이 "도적놈아, 도적놈아!" 하면서 나가버렸다.

師一日에 與河陽과 木塔長老로 同在僧堂地爐內坐하야 因說普和每日에 在街市하야 掣風掣顚하니 知他是凡가 是聖가 言猶未了에 普化入來어늘 師便問, 汝는 是凡가 是聖가 普化云, 汝且道하라 我是凡是聖가 師便喝하니 普化以手指云, 河陽은 新婦子요 木塔은 老婆禪이요 臨濟小厮兒가 却具一隻眼이로다 師云, 這賊아 普化云, 賊賊하고 便出去하다

 

6. 보화스님의 나귀 울음소리

 하루는 보화스님이 큰방 앞에서 생채를 먹고 있는데 스님께서 보고는 말씀하셨다.

 "꼭 한 마리 나귀 같구나."

 이에 보화스님이 나귀 울음소리를 내자 스님께서 "이 도적놈아!" 하니 보화스님이 "도적놈아, 도적놈아!" 하면서 나가버렸다.

一日은 普化在僧堂前하야 喫生菜어늘 師見云, 大似一頭驢로다 普化便作驢鳴한대 師云, 這賊아 普化云 賊賊하고 便出去하니라

 

7. 보화스님의 거리행각

 보화스님은 항상 거리에서 요령을 흔들면서 말하였다.

 "밝음으로 오면 밝음으로 치고, 어둠으로 오면 어둠으로 치며, 사방팔면으로 오면 회오리바람처럼 치고, 허공으로 오면 도리깨질로 연거푸 친다."

 스님께서는 시자를 보내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바로 움켜잡고 "앞의 어느 것처럼도 오지 않을 때는 어찌하십니까?" 하고 묻게 하셨다. 그대로 하자 보화스님은 시자를 밀쳐버리면서 "내일 대비원에서 재(齋)가 있느리라"고 하셨다.

 시자가 돌아와 말씀드리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내 이전부터 그 자를 의심해 왔다."

因普化가 常於街市에 搖鈴云, 明頭來明頭打하고 暗頭來暗頭打하며 四方八面來旋風打하고 虛空來連架打노라 師令侍者로 去하야 纔見如是道하고 便把住云, 總不與麽來時如何오 普化托開云, 來日에 大悲院裏有齋니라 侍者回擧似師한대 師云, 我從來로 疑著這漢이로다

 

8. 일 없다고 말하지 말라

 한 노스님이 스님을 찾아뵙고 인사도 나누기 전에 물었다.

 "절을 해야겠습니까, 절을 하지 않아야겠습니까?"

 스님께서 악! 하고 고함을 치자 그 노스님은 절을 하였다. 스님께서 "정말 좀도둑이로다" 하자 노스님이 "도둑놈아, 도둑놈아!" 하고 나가버리니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일이 없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 좋네."

 수좌가 스님을 모시고 서 있는데 스님께서 물었다.

 "허물이 있느냐?"

 "있습니다."

 "손님 쪽에 있느냐, 주인 쪽에 있느냐?"

 "두 쪽에 다 있습니다."

 "허물이 어디에 있느냐?"

 수좌가 그냥 나가버리니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일이 없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

 뒤에 어떤 스님이 이를 남전스님께 말씀드리자 남전스님은 말하였다.

 "준마(駿馬)끼리 서로 차고 밟는 격이다."

有一老宿이 參師할새 未曾人事하고 便問 禮拜卽是아 不禮拜卽是아 師便喝한대 老宿이 便禮拜라 師云, 好箇草賊이로다 老宿云 賊賊하고 便出去하니 師云, 莫道無事好니라 首座侍立次에 師云, 還有過也無아 首座云, 有니다 師云, 賓家有過아 主家有過아 首座云, 二俱有過니다 師云, 過在什麼處오 首座便出去하니 師云, 莫道無事好로다 後有僧擧似南泉한대 南泉이 云, 官馬相踏이로다

 

9. 병영(兵營)에 가다

 스님께서 군영(軍營)의 재공양(齋供養) 초청을 받고 갔을때, 입구에서 막료를 보고 노주(露柱)를 가리키면서 물었다.

 "이것이 범부인가, 성인인가?"

 대꾸가 없자 스님께서는 노주를 두드리면서 말씀하셨다.

 "말을 해낸다 하더라도 역시 한낱 나무토막일 뿐이다." 하고는 바로 들어가버렸다.

師 因入軍營赴齋할새 門首에 見員僚하고 師指露柱問호대 是凡 是聖가 員僚無語어늘 師打露柱云, 直饒道得이라도 也祇是箇木橛이라하고 便入去하니라

 

10. 현미를 팔다

 스님께서 원주에게 물었다.

 "어딜 갔다 오느냐?"

 "주(州)의 부청(府廳)에 현미(玄米)를 팔러 갔다 옵니다."

 "그래 다 팔았느냐?"

 "네, 다 팔았습니다."

 스님께서는 주장자로 눈앞에다 한일(一)자로 획을 그으면서 말씀하셨다.

 "그래, 이것도 팔 수 있느냐?"

 원주가 악! 하는데 스님은 그대로 후려갈겼다.

師 問院主 什麼處來오 主云, 州中糶黃米去來니다 師云, 糶得盡麼아 主云, 糶得盡이니다 師以杖으로 面前에 畫一畫云, 還糶得這箇麼아 主便喝한대 師便打하다

 

 전좌(典座)가 오자 스님께서 앞의 이야기를 들려주시니 전좌가 말하였다.

 "원주는 스님의 뜻을 몰랐습니다."

 "그럼 네 생각은 어떠냐?"

 전좌가 절을 하자 스님께서는 마찬가지로 후려갈겼다.

典座至어늘 師擧前話한대 典座云, 院主不會和尙意니다 師云, 儞作麼生고 典座便禮拜한대 師亦打하니라

 

11. 낙보(樂普)스님의 할

 어느 좌주(座主 : 경전을 강론하는 스님)가 찾아와 뵙고 인사를 나눈 다음에 스님께서 물었다.

 "좌주는 무슨 경론을 강하는가?"

 "저는 아는 것이 모자라서 그저 「백법론」을 대강 익혔을 뿐입니다."

 "한 사람은 3승 12분교에 통달하였고, 한 사람은 3승 12분교에 통달하지 못하였다면 같은가 다른가?"

 "통달했다면 같겠지만 통달하지 못했다면 다릅니다."

 그때 낙보(樂普)스님이 시자로 있었는데 스님을 모시고 뒤에 서 있다가 말하였다.

 "좌주여! 여기가 어디라고 같다느니 다르다느니 합니까?"

 스님께서 시자를 돌아보시며 물었다.

 "그래 너는 어떻다고 보느냐?"

 시자는 악! 하고 고함을 쳤다. 스님께서 좌주를 전송하고 돌아와서는 시자에게 물었다.

 "아까는 나를 보고 고함을 쳤느냐?"

 "그렇습니다."

 스님은 그대로 후려쳤다.

有座主하야 來相看次에 師問, 座主야 講何經論고 主云, 某甲이 荒虛하야 粗習百法論이니다 師云, 有一人은 於三乘十二分敎에 明得하고 有一人은 於三乘十二分敎에 明不得하니 是同是別가 主云, 明得卽同이요 明不得卽別이니다 樂普爲侍者하야 在師後立云, 座主야 這裏是什麼所在관대 說同說別고 師回首問侍者호대 汝又作麼生고 侍者便喝하다 師送座主回來하야 遂問侍者호되 適來是汝喝老僧가 侍者云, 是니다 師便打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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