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운문록 雲門錄

[운문록 중(中)] 수시대어(垂示代語) 35~72.

쪽빛마루 2015. 5. 25. 06:05

35.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깨닫지 못하겠거든 우선 옛사람의 법도를 따라 아는 것이 좋으리라”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배우는 학인 때문에 있는 것입니다.”

 

36.

 시중하여 말씀하시기를, “차(箚)* 한마디에 칠구 육십삼이 되기 어려우니 어떻게 말하겠느냐?”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아예 아무도 없어선 안됩니다.”

 그리고는 다시 말씀하셨다.

 “뒤에 가서 말할 뻔하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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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箚) : 한마디로 떨쳐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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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스님께서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밝은 낮에 오락가락하면서 밝은 낮에 사람을 분별하다가 홀연히 한밤중에 물건을 가져 오라 하면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에서 어떻게 가져 오겠느냐?”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상당히 많은 사람을 속였군요.”

 

38.

 시중하여 말씀하시기를, “저것 좀 보아라. 법당이 큰방 속으로 들어가는구나”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나부산(羅浮山)에서 북을 치니 소주(韶州)에서 춤을 춥니다.”

 

39.

 상당하여 주장자를 일으켜 세우더니 말씀하셨다.

 “좀 보아라. 삼천대천세계가 일시에 요동하는구나.”

 그리고는 바로 법좌에서 내려오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질질 끄시는군요[拽].”

 

40.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어떤 것이 동시에 밝히는 한 구절이냐?”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한 화살에 두 표적입니다.”

 

41.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어떤 것이 사람을 속이지 않는 말인가?”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이러이러한 것은 사람을 속이는 것이라고 말하지 마십시오.”

 

42.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진흙과 물을 분간하지 못하는구나. 그 허물이 어디에 있겠느냐?”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어제는 막요인(莫徭人 : 부역을 면제받은 사람)이 재(齋)를 올렸습니다.”

 

43.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밝은 대낮에 오가면서 모두가 그대를 알아본다. 어떤 것이 그림자 몸[影身]의 한 구절이냐?”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저도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을 보았습니다.”

 

44.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힘을 다해서 어떻게 말하겠느냐?”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호떡 다섯 개와 차 석 잔입니다.”

 

45.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어떤 것이 보통 질문 한마디를 던지는 것이냐?”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대뜸 곁에 있는 스님을 후려치십시오.”

 

46.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공(空)이 색(色)과 다르지 않음을 어떻게 말하겠느냐?”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원두(園頭 : 채소밭 관리를 맡은 사람)는 무엇이 필요합니까?”

 

47.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어떤 것이 그림자에 잠기지 않는 구절입니까?”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나타납니다[現].”

 

48.

 상당하여 대중이 모여앉자 스님께서는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오랜 비가 그치지 않는군.”

 그리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한 방에 둘 다 쳐서 뚜껑 덮어가지고 오십시오.”

 

49.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교(敎)에서 ‘이 경전을 비방했기 때문에 이러한 죄를 범한 것이다’ 하였는데 어금니를 열고 경전을 가져오너라”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올가미가 비지 않았습니다.”

 

50.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그대들은 여러 해 동안 총림 안에 있었다” 하셨다. 이어서 손을 들었다가 바로 내리더니 말씀하시기를, “앞으로는 그렇게 하질 못하리라”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그렇게 한다면 그것은 스님을 저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51.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어제 있었던 한마디 말을 감히 그대들이 알기를 바라지는 않겠다. 누가 거량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맥[驀]”

 또 다시 말씀하셨다.

 “많은 사람을 쫓아버렸구나.”

 

52.

 상당하여 대중이 자리하자 말씀하시기를, “모두들 올라와 각자 오락가락하여라” 하고는 법좌에서 내려와 대신 말씀하셨다.

 “적지 않군요.”

 

53.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옛사람은 한마디 말에 도를 깨닫고 부딪치는 인연대로 본성을 보았다. 이 문제를 어떻게 헤아려야 할지를 거론해 보라”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운거산(雲居山)의 북이고 윗절[上藍]의 종입니다.”

 

54.

 하루는 말씀하셨다.

 “밝은 대낮에 오락가락하면서 올라오라 하면 올라오고 내려가라 하면 내려간다. 한 번 묻고 한 번 답변하며 마음대로 너희들이 걸머지게 된다. 질문 하나 가져 와 보아라. 어떤 것이 걸머진 것이냐?”

 그리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아침 일찍 일어났다 했더니 다시 밤길을 걷는 사람이 있군요” 하더니 다시 “한 번 일어나고 한 번 자빠진다” 하시고, 또 “ 기주(冀州)에서 태어났다” 하셨다.

 

55.

 상당하여 말씀하시기를, “천지가 기우뚱하니 일월성신이 온통 깜깜하다. 어떻게 말하겠느냐?”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좋은 일도 아예 없느니만 못합니다.”

 

56.

 스님께서 무슨 일을 설명하고 나서 일어나면서 주장자로 선상을 한 번 치더니 말씀하셨다.

 “조금 전까지 했던 많은 말들을 어디까지 내려깎겠느냐? 영리한 놈이라면 바로 보겠지만 영리하지 못한 놈은 나의 새빨간 거짓말에 걸려들리라”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설상가상이로군요.”

 

57.

 시중하여 말씀하시기를, “해와 달은 옆으로 세 천하를 비추고 똑바로 사천하를 비춘다. 내 그대들에게 자세히 살파해 주었으니 한마디로 말해보라”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동불바제[東弗于]가 서구야니(西瞿耶尼)로 바뀌었습니다.”

 

58.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불법에서는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세간에서는 무슨 물건이 가장 비싼가?” 하고는 대신 말하되, “이것은 싸구려다 라고 말하지 마십시오” 하고는 다시 “마른 똥막대기니라” 하셨다.

 

59.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오늘 15일은 입하(入夏)이다. 한산자(寒山子)는 어떠하겠느냐?”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스님께서 한산에게 물으십시오. 저는 습득(拾得)에게 대꾸하겠습니다.”

 

60.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여러분은 남의 집에서 행각한다. 인도의 28조사를 아느냐?”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앉은 사람은 앉고 누운 사람은 누웠군요” 하시고는 다시 “조금씩만 먹어라” 하셨다

 

61.

 재를 지낸 차에 하얀 옹기를 가리키면서 말씀하시기를, “이것도 불조를 넘어서는 도리가 있는 줄을 안다” 하셨다.

 그리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오구 사십오입니다.”

 다시 말씀하셨다.

 “스님 혼자 공양을 드십시오.”

 

62.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그대들은 남의 집에서 행각한다. 어떤 것이 주객[賓主]에 떨어지지 않는 말이겠느냐. 말해보라”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얼른 나가시오.”

 

63.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그대들 납자는 강서와 호남에 있으면서 그곳에서 여름결재를 지냈다. 가사와 발우를 누구에게 전하고 왔느냐?” 하고는 대신 말하되, “한 사람도 속이지 않고 왔습니다” 하고 나서 다시 말씀하셨다.

 “대단한 사람[大人相]인 체하지 않는구나.”

 

64.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귀천(貴賤)이 아니면 무엇을 기준삼겠느냐?”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새우는 뛰어봤자 말통[斗]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65.

  시중하여 말씀하시기를, “좀 보아라. 죽어버렸다.” 하고는 곧 자빠지는 시늉을 하면서 말씀하셨다.

 “알겠느냐? 모른다면 주장자 끝에서 알아내도록 하라.”

 그리고는 대신 말하되, “용두사미요 사미용두가 되었습니다” 하고는 다시 자빠지는 시늉을 대신 하셨다.

 

66.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나는 매일 그대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게 되면 밤까지 하지는 못하니 지금 여기서 한번 질문해 보라”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스님이 대답해 주지 않을까 염려스러울 뿐입니다.”

 

67.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어떤 것이 자기가 선 자리에서 하는 한마디냐?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무엇을 말씀입니까?”

 

68.

 스님께서 언젠가는 묻기를, “그대들은 무엇 때문에 나에게까지 누를 끼치느냐?”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제가 스님께 누를 끼치는군요.”

 

69.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어떻게 해야 여기에서 벗어나는 것이냐?”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아침에 나부산(羅浮山)에 노닐다가 저녁에 단특산(檀特山)으로 되돌아옵니다.”

 

70.

 하루는 말씀을 하시기를, “자기를 깨친 사람도 자기가 있는 것을 보겠느냐?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가져와 보십시오.”

   그리고 또 대신 두 손을 펴 보였다.

 

71.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어떤 것이 혀를 웅크리는[蹙] 한마디냐?”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스님께선 제가 말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십시오.”

 

72.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그대들 납자는 천하를 돌며 행각하면서 큰스님네들이 입 여는 것을 보았다 하면 바로 올라와 이쪽 저쪽에서 듣는데, 왜 발우 씻는 곳에서 질문 한마디 던지지 않느냐?”

 “저도 스님이 중생 위하는 까닭을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