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시중하여 말씀하시기를, “여기 형산(形山)에 은밀히 감추어진 보배 하나가 있는데 등롱을 잡더니 법당 안으로 가고 3문을 쥐고는 등롱 위로 오는구나. 무엇이겠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물건 따라 마음이 움직이는군요.”
그리고는 다시 말씀하셨다.
“천둥 치고 구름이 일어나는구나.”
107.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종문(宗門)에서는 어떻게 법령을 시행하느냐?” 하시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훔[吽].”
108.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아야야! 신라(新羅)에서 무쇠를 만드니 화성(火星)이 내 손가락을 태우는구나” 하더니 스스로 대신 말씀하셨다.
“손가락뿐만이 아니로다.”
109.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옛 조사와 삼세 모든 부처님이 설법을 하는데 산하대지는 무엇 때문에 깨닫지 못하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기를, “신참 인사드립니다” 하시고는 다시 말씀하셨다.
“그대는 서울에서 국수를 많이 먹었겠구나.”
110.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만법이 어지럽게 일어나 삼세 모든 부처님과 천하의 큰스님들이 한꺼번에 나왔다. 이런 허물은 원인이 어디에 있겠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무슨 유래를 들먹이십니까?”
111.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홀연히 큰 스님 한 분이 활과 칼을 잡고 긴 칼을 어루만지며 쏜살같이 지옥으로 들어간다. 이런 경계를 아는 사람이 있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자물쇠가 스님의 손 안에 있습니다.”
112.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옛사람은 ‘남을 헷갈리게 하는 말을 하지 않기가 어렵다’ 하였는데, 어떤 것이 남을 헷갈리게 하지 않는 말이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남의 입을 어떻게 막겠습니까?”
113.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눈과 속눈썹은 길게 시방에 뻗쳤으며, 눈썹은 위로 하늘 땅을 뚫고 아래로는 황천(黃泉)까지 닿았는데 수미산이 그대 목구멍을 막아버렸다. 누구 아는 사람 없느냐? 아는 사람이 있다면 점파국(서역)과 신라를 한판 붙게 할 것이다”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헤헤[哂].”
114.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옛사람은 ‘소리 · 냄새 · 맛 · 감촉 어느 것이나 늘 삼매이다’ 하였다. 내 그대들에게 실없는 말을 하겠다” 하고는 주장자를 잡고 말씀하셨다.
“이 주장자는 삼매이다. 그대들이 이 주장자를 알 수 있다면 천하의 큰스님을 알 수 있으리라.”
다시 말씀하시기를, “그대들이 이 주장자를 안다 해도 꿈속에서도 천하 큰스님의 발밑에 있는 털끝 하나도 못 볼 것이다”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스님께서는 사람 차별 마십시오.”
115.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화살 한 발에 두 표적일 땐 어떻게 하겠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장안이 즐겁긴 합니다만….”
116.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해가 지니 나무에 그림자가 없구나. 이것은 법당이고 저것은 그림자가 없다”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하마터면 남북을 나눌 뻔 하였군요.”
117.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어떻게 말해야만 두 번째 질문에 떨어지질 않겠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홍주(洪州)의 신발입니다.”
118.
하루는 주장자를 잡아 세우면서 말씀하시기를, “해탈의 깊은 구덩이에서 펄쩍 뛴다”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나오십시오[出].”
119.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한마디 말에 밝힐 수 있으면 분수 밖의 것이 필요치 않다”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하늘과 땅이라 하렸더니….”
120.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6진(六塵)은 자기 성품이 없어서 진여(眞如)를 붙들고서야 이루어진다. 어떤 것이 이루어지는 일이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다섯 자 짜리 주장자, 석 자 되는 죽비입니다.”
121.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설명하면 천지차이로 벌어지고 설명하지 않으면 눈 속에 몸을 숨기고 눈썹 위에서 깡충거린다”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삼삼(三三).”
122.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옛사람은 ‘한 번은 말해주지만 두 번 말해주지는 않는다’ 하였다. 어떤 것이 한 번 말해주는 것이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이른 아침엔 죽을 먹고 점심 먹은 뒤엔 차를 마십니다.”
123.
스님께서 언젠가는 주장자를 잡아 세우면서 말씀하시기를, “그대들은 어떻게 이 운문을 알아보며, 운문은 어떻게 여러분을 알아보느냐?”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똑같습니다[平].”
124.
한 스님에게 묻기를, “불법에도 청황적백(靑黃赤白)이 있겠느냐?”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동방은 갑을목(甲乙木)이며 서방은 경신금(庚辛金)입니다.”
125.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어떤 것이 6진 속에서 주인공을 분별하는 것이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도주(道州)]는 강화(江華)에서 멀지 않습니다.”
126.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한 사람은 질문하는 입이 말뚝같고, 한 사람은 질문하는 입이 폭포같다. 말해보라. 두 사람의 허물이 어디에 있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허물이 있으면 잡아내보십시오.”
127.
대중에게 말씀하시기를, “총림에서 하는 말은 필요치 않다. 어떤 것이 종문의 본모습인가?” 하더니 대신 두 손을 펴 보일 뿐이었다.
128.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 ‘미혹한 몸’ 한마디를 무어라고 말하겠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어디에 있습니까?”
129.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눈앞에 빠지지[溺] 않음을 무어라고 말하겠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내려놓더니 들질 못하는군요.”
130.
대중에게 말씀하시기를, “강서에서는 군신부자(君臣父子)를 설명하고 호남에서는 다르게 설명하는데, 여기 나는 전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너희들은 차이[壁]를 알겠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무엇이 다릅니까?”
131.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어떤 것이 다시 묻지 않음이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가을바람 지나더니 봄바람이 오는군요.”
132.
점심 때 북소리가 들리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석가노인이 소리치며 부른다.”
그때 어떤 스님이 물었다.
“석가노인이 소리쳐 불러서 무엇하시련답니까?”
“네가 그 꼴이니 어느 세월에 꿈엔들 보겠느냐?”
그리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오늘 공양이 꽤 늦었습니다.”
133.
언젠가는 말씀하셨다.
“나는 올해 일흔 여덟 늙은이라서 하는 일이 어렵구나.”
한참 잠자코 있다가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말해보라. 저 물병[淨甁]은 몇 살이나 되겠느냐?”
대꾸가 없자 대신 말씀하셨다.
“갑자년인줄 압니다.”
134.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영리한 사람은 얻기 어렵다. 어떤 이가 영리한 사람이더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어려울 것 없습니다.”
135.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하나를 물으면 열을 답하고 열을 물으면 백을 대답하는 사람은 어디서 왔겠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서경(西京)에서 왔습니다.”
136.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불법을 안 사람은 어떤 사람과 대화하겠느냐?” 하더니 말씀하셨다.
“수행자(修行者)와 합니다.”
137.
어떤 스님에게 묻기를, “3장(三藏)의 가르침과 세상 큰스님들의 말씀을 두꺼비 입안에서 다 집어내어 한마디로 해보라”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어제는 새로 천둥이 쳤습니다.”
138.
스님께서 거량하시기를, “옛사람은 ‘경을 천번 읽어도 종이 위에서 경을 보면 홀연국사(忽然國師)를 알지 못한다’ 하였다. 그대들에게 묻노니, 무엇이냐?” 하시고는 또 말씀하셨다.
“홀연국사가 꺼내 든 것이 무엇이냐?”
그리고는 앞의 말을 대신하여 “옴[唵]”하더니 뒷말을 대신해서 말씀하셨다.
“아침에는 「화엄경」을 보고 저녁에는 「반야경」을 봅니다.”
139.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누군가 질문을 하면 대답을 안할 수 없다. 어떻게 말하겠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길에서 검객을 만나면 검을 꺼내야 합니다.”
140.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무엇이 천사와 비난 양쪽에 통하는 한마디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선인(善因)이긴 하나 악과(惡果)를 부르는군요.”
141.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행주좌와와 옷 입고 밥 먹는 그 모두가 법신이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4대(四大)이겠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스님께서는 금년 연로하십니다.”
142.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그대가 나를 알아보고 내가 그대를 알아 봄은 보통 있는 일이다. 거기에 한 가지가 더 있으니 어떻게 알아 보겠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압니다[識].”
143.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어려운 말은 반드시 이 사람이라야만 한다. 어떤 것이 어려운 말이겠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보석이 물 속에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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