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천하를 돌며 행각하면서 사람을 알아보는 사람은 어떤 안목을 갖추었는지를 말해보라”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얼음 소리를 듣습니다[聽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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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려깊고 신중함. 여우는 의심이 많아서 물을 건널 때 얼음 갈라지는 소리, 물소리를 주의 깊게 듣고 건너는데 거기서 유래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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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상당하여 말씀하시기를, “누구를 만나면 크게 뽐낸다” 하더니 문득 법좌에서 내려와 대신 말씀하셨다.
“좋고 나쁜 줄을 압니다.”
146.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시끄러운 시장 속에서 한마디 해보라” 하더니 별안간 소리를 내지르고 대신 말씀하셨다.
“마을에서는 등불을 켜지 말아라.”
147.
상당하여 말씀하시기를, “대중을 위해 힘을 다하나 재앙이 사사로운 문[私門]에서 터진다”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뭇 재앙이 싹 사라졌습니다.”
148.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관조해 다하는 한마디를 무어라고 말하겠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저는 두꺼비 입을 열고 싶지 않습니다.”
149.
스님께서 호떡 만드는 채[寮]에서 차를 들면서 말씀하시기를, “너에게 잘못했다 말하지는 않겠다” 하였는데 대꾸가 없자 다시 말씀하셨다.
“무엇보다도 반드시 불을 조심해야 한다.”
그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나가버리자 대신 말씀하셨다.
“대중은 스님을 저버리진 못합니다.”
150.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불법에 굉장한 것이 있다지만 뜸 뜬 상처가 아플 뿐이구나”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뜸 뜬 상처가 아픈 것은 그래도 괜찮지요.”
151.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깊은 구덩이에 빠져서도 남을 해치지 않는다” 하더니 대신 말씀하시기를, “옳으신 말씀입니다” 하더니 다시 말씀하셨다.
“저는 무엇이 좋고 나쁜지를 압니다.”
152.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옛사람은 ‘말을 꺼냈다 하면 바뀐다’ 하였는데 어떠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모양 보고 사람을 판단하시는군요.”
153.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갑자기 맥지[驀點]하는 경계는 어떤 경계이더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절름거리는 두꺼비라고 말해서는 안됩니다.”
154.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내 잘못이 아니로다” 하고 불쑥 일어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어떤 일이든 자기 혼자 일어나는 법은 없습니다.”
155.
스님께서 한번은 말씀하시기를, “자기 일을 밝혀야만 비로소 남의 공양을 쓸 수 있다. 어떤 것이 그대가 밝힐 일이냐?” 하더니 다시 말씀하셨다.
“한 모서리를 들어주었을 때 나머지 세 모서리를 알아낸다 해도 만리나 떨어진 변방이다.”
그리고는 대신 말씀하시기를, “모든 것이 스님에게 비롯됩니다” 하더니 앞의 말을 대신하여 말씀하셨다.
“배 부릅니다[飽].”
156.
스님께서 한번은 주장자를 잡아 세우더니 한 스님에게 묻기를, “이것에 대해 너는 한마디 하지 못했다. 무엇이 납승의 본모습[孔窺 : 본래면목]이냐?” 했는데 대꾸자 없자 다시 말씀하셨다.
“네가 말하지 못하겠다면 콧구멍 안에서 한마디 해보라.”
그리고는 대신 말씀하시기를, “신라의 화철(火鐵), 단주(鄲州)의 침(針)입니다” 하고는 다시 말씀하셨다.
“임금의 배필로는 부족하구나.”
157.
한 스님이 찾아와서 참례하니 그때 스님이 가사를 집어 들고는 말씀하시기를, “그대가 말을 할 수 있다면 내 가사 올가미에 떨어질 것이며, 말하지 못한다 해도 역시 귀신의 굴 속에 빠져 있으리라. 어떻게 하겠는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저는 까딱할 힘도 없습니다.”
158.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자기를 밝히지 못한 사람은 그 허물이 어디에 있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대인께서는 이런 일에는 맞지 않으십니다.”
159.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한마디만 탁 놓으면 안될 것이 없다”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양자(養子)의 인연밖에 안되겠구나.”
160.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이쪽이다 저쪽이다를 짚어주지 않고도 불법을 알 사람은 어떤 사람이겠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외딴 동네 할아버지와 할머니입니다.”
161.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네가 의발 아래 앉는다면 너를 꽁꽁 묶겠으며, 달려서 올라온다면 쫓아버리겠다. 어떤 것이 머물러 있지 않는 한마디이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빨리요[速].”
162.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신라에서 질문 한마다 던져보아라”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그러면 묻습니다.”
163.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만법은 어디에서 나오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똥더미에서요.”
164.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제일구(第一句)를 무어라고 말하겠느냐? 네가 말할 수 있다면 섬부(陝府)의 무쇠소[鐵牛]*가 천지를 삼켜버리리라”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스님께서 거듭 배려해 주신 데 대하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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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하의 범람을 막기 위해 우왕(禹王)이 만들었다는 큰 무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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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어떤 것이 안목을 갖춘 질문이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소경입니다.”
166.
시중하여 말씀하시기를, “하나는 들지만 둘은 들지 못한다. 네가 둘을 든다면 셋을 들도록 너를 놓아 주겠다”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여십시오.[開].”
167.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천당 · 지옥과 온갖 불지옥이 너의 머리를 덮었고, 삼세 모든 부처님이 모두 너의 발밑에 있다. 30년 뒤에 자만심이 하늘에 닿도록 뽐내리라”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더이상 여우같은 망상을 지어서는 안됩니다.”
168.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5음 6율(五音六律)은 있느냐, 없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두꺼비 굴 속에서 살 궁리해서는 안됩니다.”
169.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한 구절에 5천여 수(首)를 담는다. 소로 스바하(蘇嚕薩訶)”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3문에서 북을 치니 법당에서 향을 사릅니다.”
170.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지금이 여름 반결제이다. 이 회중에서 한마디 던져보아라” 하고는 다시 말씀하셨다.
“밀달리고(蜜怛哩孤) 밀달리지(蜜怛哩智).”
그리고는 다시 말씀하시기를, “밀달리고 밀달리지가 무엇이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부림(㖣阝啉)”
또 말씀하셨다.
“개(磕 : 돌 부딪치는 소리)”
171.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30년 뒤에나 알 것이다”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손해를 보았습니다.”
172.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머리 위에 치는 번개는 묻지 않겠으나 발밑에 지나는 용은 한마디 해보라”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아침에는 구름이 일고, 저녁에는 비가 내립니다.”
173.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묻기를, “덕산스님은 대뜸 방망이로 후려쳤다. 말해보라. 학인에게 잘한 점이 있었는지를” 하시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이유가 없습니다.”
174.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모든 것을 다 아는 청정한 지혜에도 생멸이 있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야차(夜叉)가 게송 반마디를 설합니다.”
175.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가고 머물고를 안다면 어느 겁(劫)엔들 조사와 부처가 없겠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나타나십니다[發].”
176.
시중하여 말씀하시기를, “어떤 것이 칼끝을 드러내지 않는 한마디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수행하는 사람[今時人 : 本來人의 對語]이라면 분명하게 도를 밝혀야만 합니다.”
스님은 이에 게송을 읊었다.
칼끝을 드러내지 않는 한마디
말하기 전에 먼저 부촉하였네
걸음을 내딛고 시끄럽게 떠드나
그대 갈 바 모름을 알겠네.
不露鋒骨句 未語先分付
進步口喃喃 知君大罔指
177.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 ‘시방국토 가운데 일승법(一乘法)만이 있을 뿐이다’ 하였다. 말해보라. 그대들은 일승법 안에 있느냐, 일승법 밖에 있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들어갑니다[入].”
“그렇다.”
178.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반으로 깨지고 세 동강 난 침통(針筒)들아! 콧구멍 안에서 한 구절을 말해보라”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바다 속에서 산 위에 있는 배에다가 바람을 불어 줍니다.”
179.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반으로 깨지고 세 동강 난 침통들아! 콧구멍이 어느 곳에 있느냐. 나에게 낱낱이 집어내어 보여다오”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아래 위 가운데[上中下]입니다.”
180.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경계를 정해 땅을 나누는 일을 무어라고 말하겠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문수(文殊)는 문수고, 해탈(解脫 : 오대산에서 문수를 친견하고 깨친 스님)은 해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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