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납승이라면 반드시 본분을 체득해야 천하 사람을 알 수 있다. 어떤 것이 납승의 본분소식인가?”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덕산스님의 방망이입니다.”
182.
시중하여 말씀하시기를, “얕게 들으면 깨닫고 깊이 들으면 깨닫지 못한다”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길을 잃고 헤매다가 달마를 만났습니다.”
183.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납승이라면 모름지기 옛사람의 안목을 알아야만 한다. 어떤 것이 옛사람의 안목이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두꺼비가 깡충 뛰어 하늘로 올라갑니다.”
184.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어디에서나 한마디 해보라”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시끄러운 시장 속의 천자이며 온갖 풀잎 끝마다에 노승입니다.”
185.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가만히 한마디 해보라”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머리는 감췄으나 꼬리를 내놨습니다.”
186.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남쪽을 북쪽으로 만들고 북쪽을 남쪽으로 만든다. 무어라고 말하겠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누구 때문인데요?”
187.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선판(禪板)을 치기 전에 한마디 해보라”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무슨 이유를 붙이십니까?”
188.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유(有)를 유(有)라 한다. 어떻게 해야 면할 수 있는가?”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근심입니다.”
189.
스님께서 언젠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대처할 수 있는 근심거리는 근심이 아님을 분명히 알아야 하니 무엇이 그것을 보는 눈이겠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낮에는 해를 보고 밤에는 별을 봅니다.”
190.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밝음과 어둠은 어째서 서로 부딪치지 않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괴상하다 하면서 웃기는 어렵습니다.”
191.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무엇이 잘못되었기에 이토록 어려우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분별하기 때문입니다[辨].”
192.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아득히 넘실거려[渺漫] 분간하지 못한다. 이는 어떤 사람의 경계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사미 행자 같은 생각을 내어서는 안됩니다.”
193.
스님께서 언젠가는 주장자를 세우더니 말씀하시기를, “내가 너희들을 속인다고 말하지 말라. 귀하고 천한 것이 종횡으로 널려있으니 한번에 여기에서 알아차리고 나서 노승을 저버리지 말라”고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모든 새가 새끼를 위해서는 굴복합니다.”
그리고는 다시 말씀하셨다.
“아니면 그와 함께 하고자 함일까?”
194.
스님께서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보느냐?” 하고는 스스로 “봅니다” 하셨다.
다시 “무엇을 보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꽃을 봅니다.”
195.
스님께서는 옛사람이 말씀하신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아 이것 저것 가림을 꺼릴 뿐이다’ 라는 구절을 꺼내며 말씀하셨다.
“이것은 대중 방이고 이것은 법당이다. 어느 것이 가리지[揀擇] 않는 것인가?”
대신 말씀하셨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십니까?”
196.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완전히 뽑는 것[抽]과 반쯤 뽑는 것을 무어라고 하겠느냐? 하더니 다시 말씀하셨다.
“어떤 것이 반쯤 뽑는 것이냐?”
대신 말씀하셨다.
“팔딱 뛰어나오는 죽은 두꺼비입니다.”
다시 말씀하셨다.
“어떤 것이 완전히 뽑는 것이냐?”
대신 말씀하셨다.
“앞산에 천둥 치더니 뒷산에서 비가 내립니다.”
197.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너는 스스로 가장 바보짓을 하는구나. 이 말을 잘못 들먹여서는 안된다”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무슨 일이든 저 혼자 일어나는 법은 없습니다.”
198.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말할 줄을 알면 나와서 말해 보아라. 말 이전의 말을 무어라고 하겠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잘못인 줄 알겠습니다.”
199.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어떤 것이 거듭 묻지 않는 구절이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금년에는 봄기운이 이르니 밤에 금까마귀(陽烏 : 태양)가 웁니다.”
다시 말씀하셨다.
“법당 안에서는 향을 사라고 3문 앞에서는 합장을 한다.”
200.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하안거에 든 지 열하루인데 들어갈 곳을 찾았느냐? 무어라고 말하겠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내일은 열이틀째가 됩니다.”
201.
스님이 차를 마시면서 찻잔을 들고 말씀하시기를, “한번에 다 마시면 어떠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차를 좀더 드십시오.”
202.
시중하여 말씀하셨다.
“인도 28조사와 중국의 여섯 분 조사, 그리고 천하 노스님들이 모두 나왔다. 무엇이 잘못되었느냐?”
다시 말씀하셨다.
“너희가 여기에서 겨울 세 철과 여름 두철을 보냈다. 외출했을 때 어떤 사람이 불쑥 묻기를, ‘운문 노스님은 무슨 말씀을 하셨습니까?’ 하면 무어라고 말하겠느냐?”
대신 말씀하셨다.
“이 여우같은 망상꾸러기 얼굴에 침을 탁 뱉겠습니다.”
앞의 말에 대신하여 말씀하셨다.
“그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203.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옛사람은 ‘문을 통해 들어오는 것은 보배가 아니다’ 하였는데 어떤 것이 문이더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말한다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204.
북소리가 들리자 말씀하셨다.
“이 북소리가 서까래(七條)를 물어뜯는구나.”
다시 어떤 스님을 가리키며 말씀하시기를, “고양이를 안고 오너라”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다른 사람은 필요없습니다.”
205.
스님께서 어떤 스님에게 묻기를, “행각하는 일이라면 그대에게 묻지 않겠다. 32상 80종호를 한마디로 해보라. 말할 사람이 있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달살아갈( 薩阿竭 : 如來) 2천년”
206.
스님께서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그대에게 총림의 가르침[言敎]은 묻지 않겠다. 이것은 하늘이고 이것은 땅이다” 하더니 손으로 몸을 가리키면서 “이것은 나이다” 하고 다시 법당 앞 큰 돌기둥을 가리키더니 “이것은 기둥이며, 저것은 불법이다”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그래도 정말 어렵습니다.”
207.
스님이 큰방에서 차를 마시면서 큰 찻잔을 들어올리더니 말씀하셨다.
“찐빵과 만두는 그대들 마음대로 먹거라. 그렇지만 말해보라. 이것이 무엇이냐?”
대신 말씀하셨다.
“마른 개똥입니다.”
다시 말씀하셨다.
“차나 마저 마시거라.”
208.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그대들은 덕산(德山)스님을 아느냐? 내가 양민을 짓눌러 천민을 만든다고 말하지 말라”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스님께서 저 때문에 그러시는 줄을 저도 압니다.”
209.
스님께서 공양을 알리는 북소리를 듣더니 말씀하시기를, “말해보라. 북은 무엇 때문에 설치해 두었는가?”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가죽 때문에 두었습니다.”
210.
스님께서 공양을 알리는 북소리를 듣더니 말씀하시기를, “그대는 노파선(老婆禪)을 아느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북소리가 밥 먹으라고 부르는군요.”
211.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옛사람은 ‘훌륭한 솜씨나 형편없는 솜씨나 모두가 살리고 죽인다’ 하였다. 어떤 것이 살리고 죽이는 것이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위로 짝하기엔 부족하고 아래로 짝하면 남습니다.”
212.
상당하여 대중이 모여앉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중은 공양을 하라.”
그리고는 어떤 스님에게 묻기를, “말해보라. 내가 저들에게 가라고 했는데 허물이 있느냐?”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스님께서 특별히 그렇다 할 것은 없습니다.”
213.
스님께서 거닐던 차에 주장자로 돌기둥을 한 번 치더니 말씀하시기를, “신라(新羅)의 천자(天子)가 깡충 뛰어 범천으로 올라간다”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일 없습니다.”
214.
스님께서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세제(世諦)는 말하지 않겠다. 불법을 한마디로 해보라”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부자지간의 정입니다.”
215.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휜히 깨친 사람은 어째서 그러하냐?”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사람 기죽이지 마십시오.”
다시 말씀하셨다.
“석가노인, 수미산이니라.”
216.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옛사람은 ‘아침마다 부처를 안고 자다가 일어날 때도 함께 일어난다’ 하였는데 말해보라. 정신이 몽롱한 사람은 어떠하겠는가?” 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아직 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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