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설봉록雪峰錄

2. 상당법어(上堂法語) 5.

쪽빛마루 2015. 6. 10. 21:07

5.

 하루는 스님께서 상당하여 대중들이 모였는데 한 스님이 몸 조심하십시오하고 나가버리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두가 저 스님과 같다면 나의 힘을 상당히 덜 수 있겠다.”

 이때 현사스님이 말하였다.

 “스님이 그렇게 학인들을 지도하시면 이 민중 고을 온 성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어떻게 하겠느냐?”

 “그에게 뭉둥이 30대를 때리면 좋겠습니다.”

 스님께서 법어를 내리셨다.

 “온 누리가 사문의 지혜눈[一隻眼]인데 여러분은 어디다가 똥을 누겠느냐?”

 

 한 스님이 조주스님을 찾아가니 조주스님께서 물으셨다.

 “어디서 왔는가?”

 “설봉산에서 왔습니다.”

 “설봉스님은 무슨 법어를 하던가?”

 그 스님이 앞에 말한 설봉스님의 법어를 말해주자 조주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그리로 갈 때 괭이 한 자루를 갖다 드려라.”

 그 후 설두 중현(雪竇重顯 : 980~1052)스님은 조주스님의 이 말씀에 대해 이렇게 평[拈]했다.

 “그 스님은 설봉산에서 온 스님이 아니니 조주스님의 괭이만 아깝게 되었구나!”

 

 영관 오석(靈觀烏石)스님은 늘 문을 닫고 혼자 앉아 있었다. 어느날 스님이 찾아가서 문을 두드리자 영관스님이 문을 열었다. 스님께서 영관스님의 멱살을 움켜잡고 이것이 범부인가, 성인인가?”라고 묻자 영관스님은 침을 뱉으며 이 여우 혼령아!”라고 소리치고 스님을 밀어부치며 다시 문을 닫아버렸다.

 이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래도 이 늙은이를 알아야 하느리라!”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학인 본분의 일입니까?”

 “가을밤이 이렇게도 긴데 어쩌자고 한낮에 졸기만 하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굉장한 일입니까?”

 “물어 보아라.”

 

 한 스님이 물었다.

 “깜깜한 소경은 어떻게 나날을 보냅니까?”

 “차도 마시고 밥도 먹는다.”

 “그렇다면 헛되이 나날을 보내는 것이 아닙니까?”

 “헛되이 나날을 보낸다.”

 “어떻게 해야 헛되이 나날을 보내지 않을 수 있습니까?”

 “뭐라고?”

 

 한 스님이 무엇이 다른 종류[異類]입니까?”라고 묻자 스님께서는 몽둥이로 그를 내쫓아버렸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발걸음 안에 있는 한 종지입니까?”

 “이것은 무슨 종지인가?”

 

 한 스님이 물었다.

 “얼굴을 때리며 다가올 때는 어떻게 합니까?”

 ‘미끄러진다.“

 

 한 스님이 물었다.

 “모양이 분명하지 않을 때는 어떻습니까?”

 스님께서 그를 꽉 움켜잡고 얼굴을 한 대 때리니 그 스님이 말하였다.

 “스님께서는 너무 거치십니다.”

 “그대가 거친 사람인지 내가 거친 사람인지 모르겠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눈에 부딪치는 것입니까?”

 스님께서 불자를 들어올려 보이니 그 스님이 물었다.

 “바로 그것이 아닙니까?”

 “이것이 무엇인가?”

 그 스님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서는 가까운 곳의 일들은 어떻게 하십니까?”

 “나는 아직까지 어느 한 사람도 나에게 묻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지금 스님에게 묻고 있지 않습니까?”

 “이 정신나간 놈아!”

 

 한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옛사람의 격조입니까?”

 “나는 아직 옛사람을 만나지 못하였다.”

 “스님께서는 어찌하여 아직까지 옛사람을 만나지 못했습니까?”

 “그대는 어디 가서 옛사람을 만났느냐?”

 그 스님은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그 가운데의 일입니까?”

 “우선 갔다가 따로 찾아오너라. 그러면 상대해 주겠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말 밖의 일입니까?”

 “그대는 이곳에 와서 무엇을 찾고 있느냐?”

 “지금 스님께 묻고 있지 않습니까?”

 “제법 똑똑한 놈인 줄 알았더니 원래 멍청한 가죽부대였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많은 것은 감히 묻지 않겠습니다. 요점만 추려서 스님께서 한마디만 하여 주십시오.”

 “여러 말 하지 말아라.”

 “어떻게 하면 여러 말을 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이 놈을 끌어내라!”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본래라 할 때의 입니까?”

 “어디서 이 소식을 얻어 들었느냐?”

 “만약 어떤 소식이 있게 되면 그것은 본래라 할 때의 이 아닙니다.”

 “어떻게 해야 본래라 할 때의 이 되느냐?”

 그 스님이 대답이 없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물어 보아라. 내가 말해 주겠다.”

 이에 그 스님이 그대로 묻자 스님께서는 그 스님을 잡고 바지를 벗겨 몇 대 때려서 쫓아버렸다.

 

 한 스님이 물었다.

 “헤아렸다 하면 천리나 동떨어지게 되니 어떻게 갈고 닦아야 합니까?”

 “천리나 동떨어졌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옛 관문의 빗장을 열지 못했을 때는 어떻게 합니까?”

 “열었느냐?”

 “열지 못했습니다.”

 “열어버리는 것이 좋겠다.”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 말씀에 비밀히 삶을 구제하는 물건이 있다고 하셨다는데 다른 사람은 이것을 모르니 어찌합니까? 어떻게 비밀히 사람을 구제합니까?”

 “네가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공왕(空王 : 부처님)의 궁전입니까?”

 “보잘것없다.”

 “어느 분이 공왕(空王)이신 부처님입니까?”

 “뭐라고?”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서 방장(方丈)속에 다 받아들인다라고 말씀하셨다는데 무엇을 받아들인다는 말씀입니까?”

 “방장에서 나와서 찾아오너라. 그러면 너와 흥정해 보겠다.”

 “지금은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나왔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

 “제가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는 어찌해야 합니까?”

 “너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

 그 스님은 대답이 없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학인의 안목입니까?”

 “나라를 위해서는 인재를 아끼고 법을 위해서는 사람을 아낀다.”

 

 한 스님이 물었다.

 “나머지 여러 가지는 묻지 않겠습니다. 스님께서는 막바로 이야기하여 주십시오.”

 “좋다!”

 

 한 스님이 물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뿌리[根]로 돌아가야 종지를 얻는다라고 하였다는데 어떤 것이 뿌리입니까?”

 “무우(蘿蔔) 뿌리면 순무(蔓菁 : 무우의 일종) 뿌리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작용[照]을 따르면 종지를 잃게 되는 것입니까?”

 “잃어버렸다.”

 

 하루는 스님께서 한 강사[座主]에게 물었다.

 “‘여시(如是)’라는 두 글자는 모두가 과문(科文 : 서술방식을 보여 주는 목차)인데 어떤 것이 본문인가?”

 강사가 대답을 못하자 스님께서 스스로 대신 말씀하셨다.

 “대장경 속에 들지 않는 것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정월 초하룻날 네 사람의 재상이 모두 조정에 나와 임금께 하례를 드리는데, 이때 왕은 그들을 어떻게 대접합니까?”

 “네 사람의 재상은 나이에 따라 늙은 사람이 앞자리에 서지만 임금은 나이에 상관하지 않는다.”

 

 한 스님이 물었다.

 “꽁꽁 얼어붙어 몹시 추울 때는 어떻게 추위를 막아야 합니까?”

 “옷을 껴입지 않는다.”

 

 한 스님이 물었다.

 “옛날 승유(僧유)스님은 어찌하여 지공(志公)의 초상화를 그릴수 없었습니까?”*

 “붓 끝이 종이에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생사의 바다는 망망한데 어떻게 하면 배를 저어 건너갈 수 있습니까?”

 “뗏목을 타면 뗏목이 가라앉고 배에 오르면 배가 가라앉는다.”

 

 한 스님이 물었다.

 “외롭고 힘없어 의지할 곳이 없을 때는 어떻게 합니까?”

 “고단한 물고기는 늪 속에 머물고, 병든 새는 갈대밭에 산다.”

 

 한 스님이 묻기를 허공을 눈으로 삼았을 때는 어떻습니까?”라고 하니 스님께서는 손으로 눈을 닦았다.

 

 한 스님이 물었다.

 “만법은 하나로 돌아가는데,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갑니까?”

 “해골에 소가죽을 씌우는구나.”

 스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만약에 실지로 그런 사람이 있다면, 땅에서부터 푸른 하늘까지 황금을 쌓아올려 그것으로 그 사람을 공양한다 하더라도 부족하니 한 조각 옷이나 밥 한 입으로 공양했다고 말하지 말아라.”

 그리고는 불쑥 말씀하셨다.

 “이것은 무엇인가?”

 

 스님께서 엔젠가는 한 스님에게 물으셨다.

 “어디서 오는 길이냐?”

 “땔나무를 나르고 옵니다.”

 “땔나무를 운반하는 일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잘못 물으신 것이 아닙니까?”

 “잘못 묻지 않았다.”

 

 하루는 스님께서 육조스님의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요,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며, 그대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다.”라는 말씀을 들려주며 말씀하셨다.

 “못난 조사스님이여,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구나. 몽둥이 스무 대를 때려 주었으면 딱 좋겠다.”

 이때 부상좌(孚上座)가 스님 곁에 서서 손가락을 깨물고 있었는데 스님께서 보시고는 말씀하셨다.

 “내가 이런 말을 한 것도 몽둥이 스무 대를 맞기에 알맞겠지?”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보이는 그대로가 모두 깨달음[菩提]인 경계입니까?”

 “좋은 노주(露柱 : 법당 앞의 석등)로구나!”

 

 스님께서 하안거(夏安居)가 끝나는 날 승당 앞에 앉아 있다가 스님들이 모여들자마자 주장자를 세워 들고 말씀하셨다.

 “나는 이것으로 중 · 하근기를 위한다.”

 그러자 한 스님이 불쑥 묻기를 갑자기 상상근기가 찾아오면 그때는 어떻게 하시렵니까?”라고 하자 스님께서 그를 때려 주었다.

 

 하루는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었다.

 “사람들의 말을 듣자니 스님은 전에 황제의 사자로 이곳에 왔던 적이 있다 하던데 사실인가?”

 “, 그렇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올 수가 있었는가?

 “스님의 도를 우러르는데 첩첩산중인들 가리겠습니까?”

 “그대는 아직도 취해 있구나. 나가거라!”

 그 스님이 곧 문을 나서자 스님께서는 다시 스님!” 하고 부르셨다그 스님이 고개를 돌려 스님을 보자 이것은 무엇인가?”라고 하니 그 스님도 이것은 무엇입니까?”라고 하였다. 스님께서 이 칠통아!”라고 소리치자 그 스님은 대답을 못하였다.

 이에 스님께서는 경청 도부(鏡淸道怤 : 864~937)스님을 돌아보며 좋은 스님이야! 그런데 칠통에 가서 붙어버렸다라고 하셨다.

 그러자 경청스님이 말하기를, “스님께선 조문(條文)에 의거해서 사건을 판결하시는군요라고 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이것 역시 내가 평소에 흔히 쓰는 방편이다. 만약에 갑자기 그가 나를 부르면 이것이 무엇인가?”라고 하여 그에게서 ‘이 칠통아!라는 소리를 듣게 되면 또 어쩔 뻔했는가?

 경청스님이 말하기를, “그래서 무슨 도리가 이루어졌습니까?”라고 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그에게 그렇게 했을 때도 너는 '조문에 의거해서 사건을 판결한다' 하였고, 그가 나에게 그렇게 했다 해도 너는 '그래서 무슨 도리가 이루어졌느냐?'라고 하겠는데, 이렇게 똑같은 상황을 놓고도 그중에 되고 안되고가 있는 것이다.”

 이에 경청스님이 말하였다.

 "'제호(醍醐)는 맛이 썩 좋아서 세상사람들이 진귀하게 여기는 것이지만 이러한 사람을 만나면 도리어 변해서 독이 되는 것이다'라는 옛말을 듣지 못하셨습니까?"

 스님께서 하루는 뱀같이 생긴 작대를 하나를 주워서 그 껍데기에 "본래 그대로가 뱀이라 애써 깎고 다듬을 것 없구나"라고 써서 그것을 서원(西院)스님에게 보내니 서원스님이 그것을 받고 말씀하시기를, "진짜 산에 사는 주인이구나. 조금도 칼과 도끼를 댄 흔적이 없다"라고 하셨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억지로 해서는 안됩니다."

 

 한 스님이 물었다.

 "조주스님의 '무빈주(無賓主)'라는 말씀이 무슨 뜻입니까?"

 스님께서는 이때 그 스님을 발로 밟아주고 다시 가까이 오라고 불러 그 스님이 가까이 오자 "가라!"고 하셨다.

 

 스님께서 언젠가 말씀하셨다.

 "하늘 땅 온 누리가 네 자신인데 따로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그런 까닭에 「능엄경(楞嚴經)」에 이르기를, '중생들은 자기를 잃고 사물을 따라다니니 만약 사물을 돌릴 수 있다면 곧 여래와 같아진다'라고 하였다."

 

 스님께서 하루는 밥을 먹는 곳에서 한 스님에게 물으셨다.

 "무엇을 먹고 있느냐?"

 그 스님이 대답을 못하자 옆에 있던 스님이 스님께 물었다.

 "이 스님이 무엇을 먹고 있습니까?"

 스님께서는 호떡 한 개를 집어들고 한 바퀴 빙 돌린 다음 그 스님에게 물으셨다.

 "이것이 너의 혓바닥이다. 아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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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 무제가 당시 화공의 우두머리인 승유(僧유)에게 지공의 초상화를 부탁하였는데, 승유는 붓을 대려 할 때마다 어디다 대야 할지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다. 이에 지공은 손가락으로 얼굴을 당겨 여니 11면 관음보살이 나왔다. 자비롭고도 위엄스런 모습은 너무도 수려하여 승유는 결국 그 모습을 그려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