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설봉록雪峰錄

2. 상당법어(上堂法語) 9.

쪽빛마루 2015. 6. 10. 21:12

9.

 스님께서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알겠느냐?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이미 노파심이다.

 지금은 모두가 갈 곳을 모르고 말 속에 머리를 처박고 들어가 세간에 널리 퍼진 말들로 서로를 붙들어 주고 있다. 그러다가 문득 어떤 기미라도 있게 되면 갑자기 사람들에게 붙잡혀 사실대로 말해 보라는 질문을 받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그는 어지럽게 발걸음을 내디디고 만다. 이는 마치 캄캄한 밤중에 까만 닭을 놓아준 것과 비슷한 일이니 그들과 무슨 말을 하겠느냐. 그들은 도처에서 여기를 디뎠다 저기를 디뎠다 하며 임금과 신하를 묻고 부처와 조사를 묻는다. 또한 부처님이 몸을 벗어난 곳[出身]과 몸을 바꾼 곳[轉身]을 묻고, 몸 있기 전[身前]과 몸 떠난 후[身後]를 물어 보고 있다. 좋고 나쁜 것도 모르는 이런 노스님들도 소리치면 화답할 줄은 알아서 누가 질문을 하면 곧 답은 해 주고있다. 묻는 사람과 답하는 사람, 이 둘이서 서로 쫓아다니며 물 속을 어지럽게 달리고 있는데 어찌해서 그들을 밀어부쳐 몸을 돌리게 하지 못하고 이러한 나쁜 물을 가져다 그들의 마음[識]에 쏟아붓고 있는가? 오직 풀더미 속에서 살아갈 궁리만 하는 사람들이 어느 곳에 가서 옛부터 내려오는 종문의 일이 있다는 것을 알 것인가. 모두가 이렇게 땅 속에 매몰된 사람들이니 어떤 구제할 길이 있겠는가?

 스님들이여! 4대[四大]로 된 몸이란 모두 깨진 사기쟁반 같은 것이다. 갑자기 한밤중에 흩어지고 나면 이 한 조각 땅[田地]에는 도대체 주인이란 없는데 무슨 대단한 말을 한다 말인가?

 부끄러운 줄이나 아는가? 괴롭구나! 괴로워!“

 

 한 스님이 물었다.

 “진리의 경지에서 티끌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니 궁극적인 말씀[了義]입니까, 방편설[下了義]입니까?”

 “똥더미에 쓰레기를 더해서는 안된다.”

 “향상(向上)의 경계는 어떻습니까?”

 “더 이상 구업을 지어서는 안된다.”

 

 한 스님이 물었다.

 “저는 아직도 기틀[機]을 다 깨닫지 못했습니다. 스님께서 기틀을 완전히 깨닫게 해 주시기 바랍니다.”

 스님께서 한참 동안 묵묵히 앉아 있자 그 스님이 문득 절을 올리니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갑자기 다른 곳에 갔을 때 어떤 사람이 너에게 묻는다면 어떻게 전하겠느냐?”

 “감히 잘못 전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래가지고는 문을 나서기도 전에 벌써 우스개거리가 되고 말 것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비밀스런 종지입니까?”

 “그렇게 해서 어떻게 그것을 얻겠다는 것이냐?”

 

 민 땅의 왕이 스님께 은으로 만든 교자상을 보내오자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서는 대왕에게서 이와 같은 공양을 받으시고 무엇으로 보답하시겠습니까?”

 그러자 스님께서는 두 손으로 땅을 짚으면 나를 가볍게 때려다오! 가볍게 때려다오!” 라고 하셨다.

 

한 스님이 소산 광인(疎山匡仁)스님에게 묻기를, “설봉스님께서 나를 가볍게 때려다오라고 하신 말씀은 무슨 뜻입니까?”라고 하니 소산스님이 말하였다.

머리 위에 오이를 꽂아서 그 넝쿨이 밑으로 드리워져 발꿈치까지 닿았다.”

 

 한 스님이 물었다.

 “맞고 안맞는 경계에 아무 차별이 없는 사람이 오면 그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하여 줍니까?”

 “이 당나귀 같은 놈아! 이 곳에 와서 무엇을 하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

 “옛 스님은 어떤 도리에 근거했기에 40권의 경론을 불태웠습니까?”

 “너는 모름지기 그 분에게 절을 올려야 할 것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눈에 띄는 것마다 도를 알지 못하니 걸음을 옮겨 보았자 어찌 길을 알겠느냐[觸目下會道 運足漹和路]하였는데 무슨 뜻입니까?”

 “아이고! 아이고!”

 

 한 스님이 물었다.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시지 않았을 때는 어땠습니까?”

 스님께서는 주장자를 가로놓고 어루만지며 자리에 앉았다.

 

 하루는 스님께서 현사스님과 함께 산 구경을 하다가 장차 이 한 조각 땅에 장생전(長生殿)을 짓고 싶구나하니 현사스님이 이 한 조각 땅을 보니 무봉탑(無縫塔)을 세우면 좋겠습니다하였다.

 이때 스님께서 땅을 측량하는 시늉을 하자 현사스님이 말하였다.

 “옳기는 옳으나 저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너는 어떻게 하겠느냐?”

 “탑을 세우지요.”

 “좋다! 좋아!”

 

 와관(瓦官)스님이 덕산스님의 회하에서 시자로 있을 때였다. 하루는 덕산스님과 함께 산에 들어가 나무를 하는데 덕산스님이 물 한 사발을 떠다 건네 주니 와관스님은 받아서 다 마셔버렸다. 덕산스님이 알겠느냐?”라고 물으니 와관스님이 모르겠습니다.”라고 하였다. 덕산스님이 다시 물 한 사발을 가져와서 건네 주자 와관스님이 이번에도 받아서 다 마셔버리니 덕산스님이 말씀하셨다.

 “알겠느냐?”

 “모르겠습니다.”

 “그대는 어째서 그 모르는 곳을 뒤집지 못하느냐?”

 “모르는데 무엇을 뒤집는다는 것입니까?”

 “너는 꼭 쇠말뚝 같은 놈이구나!”

 그 후 와관스님이 주지하게 되자 어느 날 스님(설봉)께서 와관스님을 찾아가 차를 들며 이야기하다가 물었다.

 “당시 그대가 덕산스님의 회하에 있을 때 산에서 나무하던 일을 어떻게 생각하시오?”

 “스승께서는 그때 나를 인정하셨소.”

 “그대는 스승 곁을 너무 빨리 떠났소.”

 그 때 그들 앞에는 물 한 사발이 있었는데 스님께서 물을 찾으며 가져오라고 하였다. 와관스님이 물을 건네 주자 스님께서는 받아들자마자 와관스님의 얼굴에 확 뿌려버렸다.

 

 한 스님이 스님 곁을 떠나 영운 지근(靈雲志勤)스님을 찾아뵙고 묻기를,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시지 않았을 때는 어땠습니까?“ 라고 하니 영운스님은 또 불자를 세워 보였다.

 그 스님이 다시 세상에 나오신 다음에는 어떻습니까?”라고 하자 영운스님은 또 불자를 세워 보였다.

 그 스님이 설봉산으로 돌아오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너무 빨리 돌아왔구나.”

 “제가 그곳에 가서 불법을 물어 보았으나 인연이 맞지 않아 곧 돌아왔습니다.”

 “너는 무슨 일을 물어 보았느냐?”

 그 스님이 마침내 전에 문답한 내용을 말해 주니 스님께서 그렇다면 네가 나에게 물어 보아라. 너에게 말해 주겠다.” 하셨다.

 그 스님이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시지 않았을 때는 어땠습니까?”라고 하자 스님께서 불자를 세워 보였다.

 그 스님이 다시 세상에 나오신 다음에는 어떻습니까?”라고 하니 스님께서는 불자를 땅에 놓아버렸다. 그 스님이 절을 올리자 스님께서는 별안간 후려쳤다.

 

 하루는 스님께서 법어를 내리셨다.

 “내가 이런 말 저런 말을 하면 너희들은 그 말을 쫓아다니며 찾는데, 내가 만약 영양(羚羊)이 나뭇가지에 뿔을 걸고 숨어버리듯 자취를 감춘다면 너희들은 어디 가서 더듬거리며 찾겠느냐?”

 

 하루는 스님께서 감지행자(甘贄行者)의 처소를 찾아갔다. 행자가 스님이 오는 것을 보고 문을 닫아 걸고는 스님을 부르면서 스님께서 들어오십시오!” 하자 스님께서는 울타리 너머로 납의를 흔들며 지나갔다. 이에 행자가 문을 열었다.

 

 스님께서 하루는 대중들과 산밭에서 운력을 할 때였다. 한 마리의 뱀을 보고 지팡이로 들어올려 대중들을 불러놓고 이것 좀 보아라!” 하면서 마침내 뱀을 두 동강으로 잘라버리니 현사스님이 지팡이로 그것을 걷어올려 등뒤로 집어던지고는 다시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이에 대중은 깜짝 놀랐으나 스님께서는 훌륭하구나!” 하셨다.

 

 한 스님이 물었다.

 “옛 큰스님들께서는 모두가 마음으로 마음에 전하시지 않았습니까?”

 “그것뿐 아니라 언어나 문자도 세우지 않았다.”

 “언어나 문자를 세우지 않았다면 스님께서는 어떻게 전하십니까?”

 이에 스님께서 한참을 묵묵히 앉아 있자 그 스님이 절을 하니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다시 나에게 한마디에 깨치게 할 말[一轉語]을 물어 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제가 스님자리에 나아가 그 질문의 실마리를 스님께 듣고 싶습니다. 되겠습니까?” 

 “이렇게 하면 되었지, 달리 무슨 문답할 일이 있겠느냐?”

 “남아 있습니다. 스님께서는 그렇게만 말씀하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너는 어떻게 하겠느냐?”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렸습니다.”

 

 하루는 스님께서 경청스님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어떤 큰스님은 관리를 끌어들여 큰방을 돌면서 말하기를 여기 있는 대중들은 모두가 불법을 배우는 스님들입니다하니, 그 관리가 말하기를 금가루가 비록 귀중한 물건이지만 눈 속에 떨어지면 눈병이 되는데야 어찌합니까?’라고 하자 그 노스님이 대답을 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

 그러자 경청스님이 말하였다.

 “요즘 스님들은 벽돌은 집어던지고 옥은 끌어당깁니다.”

 법안(法眼)스님은 이에 대해 달리 말씀[別語]하셨다.

 “그 관리는 어떻게 귀는 귀하게 여기면서 눈은 천하게 여길 수 있는가?”

 

 하루는 스님께서 암두스님과 흠산스님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스님께서는 갑자기 옆에 있던 물사발을 손으로 가리키자 흠산스님이 말하기를 물이 맑으면 달이 나타난다고 하니 스님께서는 물이 맑아도 달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러자 암두스님은 물그릇을 발로 차버렸다.

 

 하루는 스님께서 경청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오는 길인가?”

 “절 밖에서 오는 길입니다.”

 “어느 곳에서 달마스님을 만났는가?”

 “또 어디 말씀입니까?”

 “너를 믿지 못할 점이 남아 있다.”

 “스님께선 그렇게 진흙속에 달라붙어 있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스님께서는 여기서 그만두었다.

 

 하루는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제 1(第一句)입니까?”

 스님께서는 한참을 묵묵히 앚아 계셨다. 그 스님이 물러가서 장생교연(長生皎然)스님에게 이야기를 하니 장생스님이 말하기를그래도 그것은 제 2(第二句)이다라고 하였다.

 이에 스님께서 그 스님을 시켜 장생스님에게 무엇이 제 1구인가라고 묻게 하였더니 장생스님이 말하였다.

 “아이고! 아이고!”

 

 하루는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으셨다.

 “어디서 왔는가?”

 “강서(江西)에서 왔습니다.

 “여기서 강서까지는 얼마나 되는가?”

 “그렇게 멀지 않습니다.”

 스님께서 불자를 세우며 이만큼 떨어져 있는가?” 하니 그 스님이 만약 그만큼 떨어졌다고 하면 먼 거리가 되고 맙니다하였다.

 이에 스님께서 후려쳤다.

 

 하루는 스님께서 장생스님에게 물으셨다.

 “늘 경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여래를 짊어질 수 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장생스님은 곧 스님을 번쩍 들어 선상 위에 놓았다.

 이에 스님께서도 그만두었다.

 

 보복 종전(保福從展 : ? ~ 928)스님이 처음으로 스님을 찾아뵈었을때였다. 스님께서 알겠는가?”라고 하니 보복스님이 가까이 다가오려 하자 스님께서 지팡이로 더 못 오게 막았다.

 이에 보복스님은 당장 귀결처를 알게 되었다.

 

 스님께서 하루는 소경융수(紹卿隆壽 : 설봉스님의 法嗣)스님과 산행을 할 때였다. 토란 잎사귀가 흔들거리는 것을 보고 손으로 그것을 가리키자 소경스님이 말하였다.

 “저는 몸시 두렵고 겁이 납니다.”

 “이곳은 너의 집안인데 무엇이 두렵단 말인가?”

 소경스님은 잠을 내려놓듯 깨친 바가 있었다.

 

 하루는 스님께서 영운스님에게 물으셨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앞도 삼삼 뒤도 삼삼[前三三後三三]’*이라 했는데 그 뜻이 무엇인가?”

 “물 속의 고기요, 산위의 새입니다.”

 “무슨 뜻인가?”

 “활을 쏠 만큼 높고 낚시질 할 만큼 깊습니다.”

 

 하루는 한 스님에게 물으셨다.

 “어디서 왔는가?”

 “석상산(石霜山)에서 왔습니다.

 “석상 경제(石想慶諸 : 807~888)스님은 무슨 말씀을 하시던가?”

 “제가 한번은 지척인데도 어찌하여 스님의 얼굴이 보이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더니 석상스님이 말씀하시기를 세상 어디에도 숨긴 일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너는 그 뜻을 아는가?”

 “모릅니다.”

 “석상스님 아닌 곳이 어딘가?”

 그 스님이 돌아가서 석상스님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니 석상스님이 말하기를, “설봉 늙은이는 무슨 급한 일이 있어 달라붙어 있을까?” 하였다. 후에 스님께서 듣고는 말씀하시기를, “내 잘못이다라고 하셨다.

 

 한 스님이 물었다.

 “백추를 들고 불자를 세우고 해도 그것은 모두가 종문에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스님께서는 어떻게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스님께서 불자를 세우자 그 스님은 머리를 싸쥐고 나가버렸는데 스님께서는 돌아보지도 않았다.

 

 하루는 운암 담성(蕓巖曇筬 : 782~841)스님께서 스님에게 물으셨다.

 “어디서 왔는가?”

 “천태산(天台山)에서 왔습니다.”

 “지자대사(智者大師)를 만났는가?”

 “제가 쇠몽둥이 맞을 짓을 했습니다.”

 

 하루는 한 스님이 서산(西山)스님에게 물었다.

 “무엇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바로 그 뜻입니까?”

 서산스님이 불자를 들어 보였는데 그 스님은 긍정하지 않고 인사하고 나가버렸다.

 뒤에 그 스님이 스님을 찾아뵈니 스님께서 물으셨다.

 “어디서 왔는가?”

 “절강(浙江)에서 왔습니다.”

 “이번 여름안거는 어디서 보냈는가?”

 “소주(蘇州)의 서산스님 회하에서 보냈습니다.”

 “서산스님은 안녕하신가?”

 “제가 올 때는 안녕하셨습니다.”

 “좀더 차분히 그곳에 있지 그랬는가?”

 “불법이 밝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

 이에 그 스님이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해드리니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어째서 그 분을 긍정하지 않았는가?”

 “그 스님이 보여 준 것은 경계(境界)였습니다.”

 “너는 소주성(蘇州城) 안의 집과 사람들을 보았는가?”

 “보았습니다.”

 “길가에 있는 숲과 나무를 보았는가?”

 “보았습니다.”

 “네가 본 집과 사람들, 대지와 숲, 못 등은 모두가 경졔인데 너는 그것들을 긍정하는가?”

 “긍정합니다.”

 “그런데 불자를 뽑아올린 일만은 어찌해서 긍정하지 않는가?”

 그 스님이 마침내 절을 올리고 말했다.

 “제가 엉겁결에 말을 잘못했습니다. 스님께서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천지가 다 눈인데 너는 어디 가서 웅크리고 앉아 있느냐!”

 그 스님은 대답이 없었다.

 

 한 스님이 조주스님을 떠나려 하자 조주스님께서 물으셨다.

 “어디로 가려 하는가?”

 “설봉산으로 가려 합니다.”

 “거기 가서 설봉스님이 불쑥 묻기를 조주스님은 무슨 법문을 하시던가?’라고 한다면 너는 어떻게 대답하겠느냐?”

 “스님께서 대답할 말을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덮다고 말했다고 하여라.”

 조주스님께서 또 물었다.

 “갑자기 또 묻기를 그래서 궁극적으로 일이 어떻게 된다는 것이냐?’라고 한다면 어떻게 대답하겠느냐?”

 그 스님이 대답을 못하자 조주스님 스스로 대신 말씀하시기를,“제스스로 조주에서 이곳으로 온 것이지 결코 어떤 말을 전하고 다니는 사람이 아닙니다라고 하셨다.

 그 후 그 스님이 설봉산에 이르자 스님께서 물으셨다.

 “어디서 왔는가?”

 “조주에서 왔습니다.”

 “조주스님은 어떤 법문을 하시던가?”

 그 스님이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우리 조주스님이라야 비로소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다.”

 

 하루는 스님께서 장경 혜릉스님을 보고 말씀하시기를, “이것이 무엇인가?” 하니 장경스님이 말하였다.

 “날씨가 맑으니 운력하기에 좋습니다.”

 

 하루는 스님께서 물으셨다.

 “어디서 왔는가?”

 “강서(江西)에서 왔습니다.”

 “어디서 달마스님을 만났는가?”

 “달마스님은 멀지 않아 곧 이곳을 떠나실 것입니다.”

 장경스님이 대신 말하였다.

 “어젯밤에는 대목(大目)스님에게서 자고 왔습니다.”

 

 하루는 스님께서 운력을 하시다가 장작을 쪼개서 한 무더기의 불을 피워 놓고 말씀하시기를, “대중들아! 가까이 와서 불을 쬐라하니 장경스님이 장작 한 개비를 들고 와서 불속에 던지면서 스님과 인연을 맺었습니다하였다.

 

 한 스님이 물었다.

 “옛사람은 화살촉을 씹어라말하였고, 암두스님은 땅에 버티고 앉아라하였습니다. 이 두 가지가 같은 뜻입니까, 다른 뜻이 있습니까?”

 “강서와 호남에서 이 이야기가 성행하고 있으나 암두스님의 말은 그런 뜻이 아니다.”

 “무슨 뜻입니까?”

 “만약에 땅에 버티고 앉기로 말한다면 모두가 다 땅에 버티고 앉아야 하지만 만약 화살촉을 씹기로 말한다면 중생을 물리치는 일이 상책이고, 중생을 따라가면 하책의 방편이 될 것이다.”

 

 스님께서 암두, 흠산스님과 함께 세 사람이 좌선하고 있었다. 동산(양개)스님이 차를 끓여서 들고 오니 흠산스님이 이때 눈을 뜨자 동산스님이 말씀하셨다.

 “어디 갔다 왔느냐?”

 “()에 들었다가 왔습니다.”

 “()에는 들어가는 문이 없는데 어디로 들어갔었는가?”

 그러자 스님(설봉)께서 말씀하셨다.

 “이 졸음뱅이에게 차를 마시라고 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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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철스님 법어집 1집 7권『자기를 바로 봅시다』177쪽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