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다시 설봉에 올라 인사하고 설봉스님께 물으셨다.
"말을 했다 하면 맞지 않는 것이 없는데, 뉘라서 이것을 알겠습니까?"
설봉스님이 말씀하셨다.
"스스로 여여하게 아는 가운데서."
"아! 반갑게도 저기 초경(招慶)이 돌아옵니다."
"알고 행하는구나."
스님께서 초경스님과 인사하고 말씀하셨다.
"반갑게도 돌아왔군."
초경스님이 말하였다.
"스님께서는 안녕하십니까?"
"그대 스스로 나뉘어져서 무얼 하겠나."
"스님께선 무슨 헛소리를 하십니까?"
"그대의 헛소리다."
"정작 제 헛소리였군요."
"득득(得得)은 무엇인가?"
"지지(知知)는 그렇지 않습니다."
"좋아, 좋아,"
"녜, 녜."
다시 명진(明眞 : 弘瑫)스님과 인사하고는 물으셨다.
"도(瑫)스님, 그대가 큰 스님 한 분을 돕는다니 실로 불가사의하구나."
"스님께서는 무슨 물건이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필요치 않네."
"제가 어찌 그랬겠습니까."
"그대는 성씨가 무엇인가?"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행부(行怤)장로에게 물으셨다.
"형은 저 곳에 있으면서 아무 일 없었습니까?"
"별고 없이 옛날 그 사람일 뿐입니다."
"여기만이야 하겠습니까?"
"다시 전도되어서는 안됩니다."
법연(法演)장로에게 물으셨다.
"형은 그 곳에 있으면서 어떠셨습니까?"
"그러할 뿐입니다."
도린(道麟)장로에게 물으셨다.
"서로 헤어진 지 얼마나 되었습니까?"
"그런 적 없습니다."
도은(道殷)장로에게 물으셨다.
"스님도 초경을 따라오셨군요."
"스스로 알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언조(彦稠)장로에게 물으셨다.
"스님도 청원(淸源)에 있었다면서요?"
"여기는 설봉산입니다."
소숭(紹崇)장로에게 물으셨다.
"무엇이 초경(招慶)입니까?"
"초경이 아닌 줄을 압니다."
"그러면 어디입니까?"
"설봉입니다."
종엄(從弇)장로에게 물으셨다.
"그대는 저 곳에 있을 때 어땠습니까?"
"스님께서는 기거(起居)에 만복하소서."
광휘(光暉)장로에게 물으셨다.
"저 곳엔 고향사람이 몇이나 있었습니까?"
"저 자신이 알아냈습니다."
"몇 사람이나 알았습니까?"
"요즈음은 아무 일 없습니다."
종전(從展)장로에게 물으셨다.
"초경사에는 오늘 몇 사람이나 있습니까?"
"스님께서 저를 심부름시키려 하는군요."
설봉스님께서 물으셨다.
"초경스님이 특별히 찾아와서 차를 준비하였습니다."
"그대는 그만 올라오너라."
"당장 그래야 할 것입니다."
"바깥의 물건이 아니다."
"안이라 해도 틀립니다."
"그래, 그렇지."
초경스님에게 물었다.
"그대는 돌아가서 차를 준비하게.'
"스님은 산에 올라서 편히 지내십시오."
"며칠이나 머물텐가?"
"여기는 좋은 산문(山門)입니다."
스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청원(淸源 : 초경사)의 주지가 이토록 불법을 소중히 하는구나."
"사람마다 고향이 있는 정도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해야만 할 것이다."
"분수 밖은 아닙니다."
전조유나(全祖維那)에게 물으셨다.
"그대는 어디에 있었는가?"
"여기에 있었을 뿐입니다."
"그대에게 언제 불성이 있었겠는가."
그리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여기에 있었을 뿐입니다."
종습(從襲)스님에게 물으셨다.
"그대는 내가 온 줄을 알았는가?"
"저도 이제 막 도착하였습니다."
유경(唯勁)스님에게 물으셨다.
"그대는 어떤가?"
"스님께서는 존체 만복하소서."
태원 부(太原孚)상좌에게 물으셨다.
"초경에 머물기가 어떤가?"
"스님은 어떻습니까?"
영조(靈照)장로에게 물으셨다.
"그대는 저곳에 있으면서도 승려로서 할 일을 했습니까?"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그대는 깨달아 들어갈 곳이 없구나. 밥자루에게 무슨 불성이 있으랴."
그리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필요하다면 말하겠습니다."
행륭(行隆)스님에게 물으셨다.
"왕태부(王太傅)는 초경사에 나오느냐?"
"시시때때로 나옵니다."
"이런 허우대만 큰 놈을 보게나. 밥먹을 줄만 알 뿐이구나. 뒷날 언젠가 말이 되어
그에게 되갚아줄 것이다."
다시 대신 말씀하셨다.
"스님께 꼭 나와달라고 하더가요?"
도부(道怤)장로에게 물으셨다.
"그대는 되돌려올 수 있겠습니까?"
"무엇을 보셨습니까?'
"그런 도리는 아닙니다."
그리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도부의 고향일 뿐 본래 바깥의 물건이 아닙니다."
하루는 초경스님과 산을 유람하면서 말씀하셨다.
"저 곳은 어떤 점이 이 산의 정취와 닮았는가?"
"그저 그럴 뿐입니다."
"어떤데?"
"그렇다면 따로 본모습이 있습니까?'
"한 번 정함은 옳지 않네."
"그것이야말로 옳지 않습니다."
초경스님에게 물었다.
"그대는 평소 무슨 법을 설하여 학인을 지도하는가?"
"스님께 일이 있으면 말할 뿐입니다."
"나도 그대를 믿지 않고 있다네."
"저도 믿음을 받을 만한 게 없습니다."
"진실이라야 될 것이다."
"지난번에 스님께 어떤 인연을 물었더니 스님은 말하지 않는다고 했을 뿐입니다."
"무슨 인연이 있었는가?"
"역시 마찬가지군요."
"그대는 어째서 나귀의 일과 말의 일을 말하는가?"
"저의 속성(俗姓)은 손가(孫家)입니다."
"그대는 어째서 나귀니 말이니 하는가?"
"그래도 고향일 뿐인 걸요."
"알 수 있다 해도 초경(招慶)은 아니지."
"요컨대 스님은 아닙니다."
"어떻게 대의(大意)를 설명하는가?"
"이처럼 전도될 수 있다니요."
"바로 내가 전도되었다네."
"저도 전도되었습니다."
종락(從諾)스님에게 물으셨다.
"초경은 남당(南堂)을 좋아하지."
"그렇습니다."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
대신 말씀하시기를 "집채[屋]일 뿐입니다" 하시고는 게송을 두 수 지으셨다.
작용하는 곳의 오묘한 이치는 바탕을 바꾸지 않아
질문하고 답변함 부사의하여라
응현(應現)이 항상 열려 도우(道友)를 밝히니
사람마다 자재하려면 희유한 공부를 해야 하리.
用處妙理不換機 問來答去不思議
應現常開明道友 人人自在要功希
다시 벗[道友]을 만나 맑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니
사람마다 도를 묻는데 완전하지 않음 없었네
법마다 항상 그렇고 모두가 그러하니
4생 9류는 그 자체가 원만하여라.
再覩道友話淸源 人人問道無不全
法法恒然皆如是 四生九類體中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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