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석옥화상께 올리는 글
제자 고려국 중흥선사(重興禪寺)의 보우는 9배(九拜)하고, 본사(本師) 하무산 석옥 대화상 좌하에 삼가 글을 올립니다.
8월 1일에 하직한 뒤로 사모하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길이 좋아 10월 15일에 대도(大都)에 돌아왔습니다. 주머니 속의 송곳 끝이 조금 삐져나오듯 숨기려 해도 덕이 드러난다 하여 제방의 큰 스님네와 조정의 대신들이 왕에게 아뢰어, 왕 명령으로 영녕선사(永寧禪寺)에 주지로 있었습니다.
11월 24일은 태자의 생신이어서 금란가사와 불자(拂子)와 향을 내리셨습니다. 천사(天使 : 천자의 신하)의 엄한 명령으로 제방의 사부대중이 거의 백천만 명이나 모여 둘러싸고 북을 치기에 할 수 없이 법좌에 올라갔습니다. 먼저 축리(祝釐 : 왕을 위한 축원)의 향을 사르고 다음에는 노화상을 위해 품에 품었던 향 하나를 꺼내 향로에 사뤘습니다. 그런 뒤에 종승(宗乘)을 연설하여 말법(末法)을 지키고 펼쳤으니, 이 어찌 법유(法乳)로 길러주신 큰 은혜가 아니겠습니까. 감히 아뢰지 않을 수 없어 한바탕 망신스런 일을 두서없는 글로 삼가 적어 올리는 것입니다.
명년 봄에는 다시 가서 종신토록 모시려 하옵니다. 그러나 혹 업연(業緣)에 얽매어 원을 이루지 못하고 고향에 돌아가더라도, 한결같이 가르침에 의지하고 분부를 따라 저와 중생을 이롭게 하되 불법을 천하게 팔지 않고, 나아가서는 후세에 이르기까지 종자가 끊기지 않게 하겠습니다. 그러하오나 이것이 어찌 저 혼자만으로 될 수 있는 일이겠습니까. 바로 부처님과 조사님네들의 본원(本願)이 이끌어주어야 될 일일 것입니다.
지난번에 화상을 뵈온 까닭은 불법대사를 이어받드는 데 있었으니, 오늘 조서를 받들어 개당하게 된 것도 그 까닭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졸렬한 말로 이 마음을 어찌 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살펴주기를 삼가 바라오며, 다시 재배하면서 본사 대화상의 기거 만복하심을 축원합니다. 고향 사람의 편이 있거든 자비로 소식 물어 주시면 위로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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