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나호야록羅湖野錄

발문

쪽빛마루 2015. 8. 21. 12:53

발문

 

 옛 분들이 도에 들어온 기연이 선서(禪書)에 다 실리지 못한 까닭은 그 당시 뛰어난 고승들이 편집하면서 놓치고 지나간 탓으로, 그들에게 선문을 보호하고 불법을 넓히려는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결과는 훌륭한 분들을 좇아 그들처럼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긴 한숨만을 늘려주었다. 나는 벽촌에 가난하게 살면서 그 좋은 총림의 고사를 들어보지 못한지 오래되었다. 요즘에 들어 강서(江西) 영중온(瑩仲溫)스님이 저 멀리 쌍경사(雙徑寺)에서 내 산채를 방문하여 옛분들의 행적과 명언을 흥미진진하게 들려주며 나의 마음을 달래 주었다. 천천히 그의 보따리를 뒤져보다가 드디어「나호야록」1편을 얻었는데 그 내용은 모두가 큰스님들과 어진 사대부들의 아름다운 언행과 주고받은 기봉(機鋒)들이었다. 그의 뛰어난 문장은
불교에 보탬이 될만하고 분명한 가르침은 후학을 일깨워줄 만 하였다. 그래서 자세히 읽고 깊이 생각하며 차마 손에서 놓지 못하다 보니 중온스님의 도를 배우는 요지를 엿볼 수 있었으며 그의 마음가짐 역시 남보다 훨씬 훌륭하였다. 천하에 일하기 좋아하는 자들과 이러한 저술을 함께 만들어 놓는다면 뒷날 뛰어난 준재들이 뒤를 이어서 부처님의 도를 크게 빛낼 것이니, 그 공이 어찌 크다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소흥(紹興) 경진(1160) 10월 20일
비릉(毘陵)의 무착도인(無著道人) 묘총(妙總)이 삼가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