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나호야록羅湖野錄

42. 참소를 입어 속인이 되다 / 운거 효순(雲居曉舜)선사

쪽빛마루 2015. 8. 21. 13:22

42. 참소를 입어 속인이 되다 / 운거 효순(雲居曉舜)선사


 운거 순(雲居曉舜 : 운문종)선사의 속성은 호씨(胡氏)며 의춘(宜春)사람이다. 황우(皇祐 : 1049~1053) 연간에 서현사(棲賢寺)의 주지로 있었는데 귀종 보(歸宗寶)선사 · 개선 섬(開先暹)선사 · 동안 남(同安南)선사 · 원통 눌(圓通訥)선사와 명망이 비슷하여 선승들이 서로 왕래하니 여산의 총림이 성황을 이루었다.

 그 곳에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탐욕스러운 군수가 있었는데 순선사는 전혀 절의 물건을 가지고 그의 환심을 사서 지위를 굳히려 하지 않았다. 그러다 누군가 군수에게 스님을 참소하자 그는 스님을 환속시켰다. 스님은 그 뒤 태평암(太平庵)에 머물렀는데 인종(仁宗)황제가 스님의 도행을 듣고 다시 승복과, 그리고 총애의 표시로 은발우를 하사하였다. 그리고는 다시 서현사에 주석하도록 주선하니 절에 들어가면서 게송을 지었다.

 

까닭없이 참소 입어 쫓겨났다가
반년남짓 속인이 되었네
오늘 다시 삼협사로 되돌아왔으니
좋아할 이 몇이며 노여워할 이 몇일까.

無端被譖枉遭迍  半載有餘作俗人

今日再歸三峽寺  幾多道好幾多瞋

 

 얼마 후 운거사로 옮겨가니 도는 더욱 높아지고 대중도 더욱 많이 모였다. 이에 게송으로 대중에게 설법하였다.

 

도를 찾아 구하고 이치로 나아가는 일 둘 다 잘못이요
이 두 길을 밟지 않는다 해도 병통은 마찬가지
그 가운데 분명한 것을 누가 말하랴
가슴치는 가난뱅이 돈 한푼인 것을

尋求就理兩俱愆  不涉二途病亦然

孰謂箇中端的處  椎胸貧子一文錢

 

 아! 비위를 거슬린 말을 하여 군수에게 추방 당했지만 명성이 가득하여 천자의 총애를 입었으니 재앙과 복은 맞물려 있는 법이다. 그러나 이런 것이 순선사에게 무슨 이야기거리가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