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나호야록羅湖野錄

7. 용문사 연수당 벽에 써붙인 글 / 불안(佛眼)선사

쪽빛마루 2015. 8. 21. 13:29

7. 용문사 연수당 벽에 써붙인 글 / 불안(佛眼)선사

 

 불안(佛眼)선사가 서주(舒州) 용문사(龍門寺)에 주지로 있을 때, 연수당(延壽堂) 벽에다 글을 썼다.

 

 "부처님께서 병이 있는 자는 당연히 치료하라고 허락하셨지만, 쉬려고 하는 자에게 이 장소를 제공할 수 있겠는가? 총림에는 몇가지 당우가 있다. 즉 열반당(涅槃堂)이란 법신이 상주함을 보고 법이 나지 않음[不生]을 깨닫게 하는 곳이며, 성행당(省行堂)이란 이 몸의 잘못된 인연이 고(苦)를 행한 데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하는 곳이다. 또한 연수당(延壽堂)이란 혜명(慧命)을 얻고자 색신(色身)을 부지한다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사람으로 하여금 나고 죽는 곳을 깨닫도록 하는 곳이다. 흔히 보는 일인데 조금만 몸이 불편해도 곧 이런 집으로 들어오고, 견뎌 보려고는 하지 않고 몸보신이나 생각하다가 병이 오래되면 고향을 생각할 뿐 잘 돌이켜 괴로움의 근본을 없앨 생각은 하지 않는다. 옛 성인이 말하기를 '병은 중생에게 좋은 약이니 잘만 복용하면 치유되지 않는 경우가 없다'고 하셨고, 어느 큰스님도 '병들지 않는 자가 있음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하셨다. 이 때문에 이 글을 적어 뒷사람에게 고한다."

 

 선사가 변변찮은 사람들을 꼬집어 바로잡고자 한 글을 살펴보면 괴로움의 근본을 돌이켜 생각하도록 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율을 지키며 가르침에 따라 죽어야 함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명백하고도 간절한 그의 말은 약석(藥石)과 같으니, 아! 큰 의원이란 불안선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