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나호야록羅湖野錄

14. 도를 얻은 절에서 입적하다 / 용상 굉(龍翔宏)선사

쪽빛마루 2015. 8. 21. 13:33

14. 도를 얻은 절에서 입적하다 / 용상 굉(龍翔宏)선사

 

  온주(溫州) 강심산(江心山)의 용상 굉(龍翔宏 )선사는 천성이 엄숙하고 신중하여 스승 고암 오(高庵善悟)선사의 인품을 따를만 하였다. 또한 그의 게송이 깊이가 있어 총림에서 자주 외워 전해졌다. 용상사에서 소임을 사양한 뒤 안탕(鴈蕩)지방을 돌아다니다가 장난삼아 용비수(龍鼻水)에 대해 글을 지어 그의 뜻을 표현하였다.

 

흠뻑 비 내리고 구름 걷혀 잠시 한가하니

하염없이 머리들어 먼 산을 바라본다

코끝에 한방울 물 많은 것도 아닌데

사람마다 끌어들여 이곳을 찾게하네.

雨足雲收得暫閑  謾將頭角寄空山

鼻端一滴無多子  引得人人到此閒

 

 후일 굉선사는 균양(筠陽) 동산사(洞山寺)에 주지로 있다가 운거사(雲居寺) 삼탑암(三塔庵)으로 물러나서 세상을 떠나셨다. 그러나 운거사는 그가 도를 전수 받은 것이기도 하다. 인연 닿는 대로 아무데나 떠돌아다녔는데 신기하게도 고암스님과 다시 여기서 만나게 되었으니 우연한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