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묘고대에 새긴 싯구 / 무진(無盡)거사
보령(保寧) 기(琪) 도인이 원우(元祐 : 1086~1093) 연간에 홍주(洪州) 취암사(翠巖寺)의 주지로 있을 때였다. 당시 무진거사는 강서지방의 조운사로 있으면서 강을 건너 선사를 찾아가니 기도인이 도중에서 그를 맞이하였다. 무진거사는 느닷없이 물었다.
“취암사의 경계는 어떻습니까?”
기도인이 대답하였다.
가파른 언덕, 천길 우물가에 문이 서 있고
시냇물에 가로놓인 돌다리를 소나무 숲이 둘러 쌌네.
門近洪崖千尺井 石橋分水繞松杉
“평소에 스님의 명성을 듣긴 했지만 어쩌면 이렇게 대답을 잘하시오?”
“어쩌다 그렇게 됐소.”
무진거사는 웃으면서 읊조렸다.
길손을 맞으러 저녁안개 해치고 내려온 스님에게
취암사 경계가 어떻소 물었더니
가파른 언덕, 천길 우물가에 문이 서 있고
시냇물에 가로놓인 돌다리를 소나무 숲이 둘러쌌다 하네.
野僧迎客下煙嵐 試問如何是翠巖
門近洪崖千尺井 石橋分水繞松杉
이 글을 묘고대(妙高臺)에 새겨놓았는데 지금까지도 돌에 새긴 것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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