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반야의 영험 / 잠암 청원(潛菴淸源)선사
잠암 원(潛菴淸源) 선사가 처음 늑담월(泐潭月)스님을 찾아뵙자 월스님이 물었다.
"어디에서 무슨 일로 왔는가?"
"얼마전 홍주(洪州)를 떠나서 불법을 배우고저 왔습니다."
"법당에 있으니 그곳에 가서 배우라."
"오늘 진흙덩이를 만났군."
"대낮에 귀신이 나타났군."
이에 원선사는 악! 하고 할을 하였다.
얼마 후 황벽사를 찾아가 남선사(南禪師)의 법회에 참여하였다. 원선사의 인품은 겉으로는 간 하고 담담한 듯 하나 속은 매우 민첩하였다. 남선사는 그를 좋아하여
가장 오랫동안 시봉하게 하니 원시자(圓侍者)의 명성이 총림에 알려지게 되었다. 일찍이 삼관(三關) 화두에 대하여 송을 지었다.
하나를 들고 하나를 버리니
햇빛과 칠흑이라
그림의 떡을 깨부수니
푸른 하늘에 찬란한 태양이로다
영취산 정상의 기연을 알고 싶은가
마하반야바라밀
拈一放一 烏光黑漆
打破畫缾 靑天白日
欲識鷲峰峰上機 摩訶般若波羅蜜
나이 30이 넘어 눈이 멀었는데도 학인들은 스님을 더욱 가까이 하였다. 어떤 이는 스님의 법문 중에 요점만을 출간하여 세상에 유포하자고 하였으나 원선사는 이를 거절하여, "만일 나의 말이 불조의 도에 맞다면 백일 후에 나의 눈이 밝아질 것이다. 그 때 그대의 청을 따르겠다."고 하였는데 그 날이 되자 과연 회복되었다. 승려와 신도들은 찬탄하고 기뻐하여 반야의 영험이 아니겠냐고 하였다.
96세에 입적하여 건염(建炎) 기유년(1129) 겨울, 장례 뒷 절차를 모두 마쳤다. 그리고는 며칠 안되어 홍성(洪城)에 오랑캐가 침범하여 잔인한 살륙으로 살아 남은 사람이 없었다. 원산사가 이 재난을 당하지 않은 것도 그의 도와 덕의 효험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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