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총림성사叢林盛事

해제

쪽빛마루 2015. 9. 23. 11:02

해제

 

 「총림성사(叢林盛事)」의 저자는 중국 송나라의 도융(道融)스님으로 그의 호는 고월(古月)이다. 이는 어머니의 꿈 속에 어떤 스님이 머리에 달을 이고와서 어머니 품에 던져주는 꿈을 꾸고 태어나게 되어 붙은 호이다.

 이 책은 현행 유통본에 의하면, 도융스님이 자신이 경원(慶元) 3년(1197년)에 자서를 쓰고 경원 5년(1199년)에 둔암 종연(遯菴宗演)스님한테 발문을 받아 간행되었다. 도융스님은 임제종 황룡(黃龍)계의 한 스님으로 도독 지책(塗毒智策)스님의 제자이다. 어느날 단구산(丹丘山)에서 수행하던 중 효영(曉瑩)스님의 「나호야록(羅湖野錄)」을 접라게 되어 느낀 바가 있어 30여년간 총림에 살면서 보고듣고 했던 납자들 내지는 거사들의 이야기를 모아놓게 되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이것이 양기(楊岐)스님의 법손으로 육왕산(育王山)에 살고 있던 불조 덕광(佛照德光 : 1121~1203)스님에게 보여지게 되었다. 그 스님은 이를 보고 기뻐하시면서 "이는 참으로 우리 종문의 훌륭한 일[盛事]이다. 목판에 새겨 후세에 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하여, 이름이 「총림성사(叢林盛事)」라고 붙여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모두 상하 2권으로 되어있는데 상권은 70 단락으로 하권은 71 단락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는 남송의 효종(孝宗)시대에 활약했던 스님들의 이야기가 많이 실려있다. 특히 양기스님 계통 종장들의 이야기를 많이 싣고 있으며, 그중에도 특히 대혜종고(大慧宗杲 : 1089~1163)스님과 그를 둘러싼 여러 수행승들 사이에 오고간 이야기가 비교적 많다.

 여기에서 우리는 당시에 양기스님의 제자들과 황룡스님의 제자들과의 교류를 엿볼 수 있다. 양기스님의 제자가 황룡스님의 문중에 주지로 초빙되기도 한다. 그 예로서 도융(道融)스님의 은사인 쌍경사(雙徑寺)의 도독스님이 입적하자 육왕사(育王寺)의 불조 덕광(佛照德光)스님을 주지로 초빙하게 되었다. 이때에 산중의 대중들이 이를 흔쾌히 맞아들이는 일 등이 기록되어 당시의 풍속을 엿볼 수 있다. 송대에 접어들어 육왕사는 대대로 양기파의 스님들이 주지를 하던 곳으로 쌍경사와 함께 임제 선풍을 날리던 본산 중의 하나이다.

 여기에 수록되어 있는 내용은 이른바 임제종 황룡스님 계통의 이야기가 많고, 뿐만아니라 후세에 운문종이라 불리우는 스님들의 이야기도 많이 실려 있다. 이 책에는 당시 스님들의 전기도 실려있고, 때로는 문수보살상 내지는 관세음보살상에 대한 찬(讚)들도 실려있어 당시의 신앙형태도 엿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효종임금의 칙서를 비롯하여, 황정견(黃庭堅)을 비롯한 당대 문인들의 이야기도 소개되어 문인들과 승려들과의 관계를 살펴보는 데에도 좋은 사료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또한 도융스님은 당시에 유통하고 있던 전등사서(傳燈史書)에 실린 내용 내지는 법통에 대한 비평도 하고 있어, 승사(僧史)에 대한 그 때의 상황과 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그 일례로 소흥(紹興 : 1131~1162) 연간에 사명산(四明山)에서 재판된 「전등통요(傳燈統要)」에 대해 혹독한 비평을 하면서 귤주(橘州)와 호주(湖州)에 있는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원본과 대조해 보아야만 한다고 하고 있다. 이것은 당시의 종문의식(宗門意識)과도 서로 얽힌 것으로 당시의 교세(敎勢)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이 「총림성사」에는 편자 자신의 이야기는 거의 실려있지 않아서 편자의 품격을 알기에는 매우 어렵다. 다만 몇가지 그를 소재로 한 게송이 실려있어 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다. 그의 은사인 도독(塗毒)스님은 고월 도융(古月道融)스님을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만고토록 떠있는 허공의 저 달에

어찌 밝고 어두움이 있을까

이 마음은 원래 하나이어서

어느 곳에서나 신령스러이 빛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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