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운와기담雲臥紀談

해제

쪽빛마루 2015. 10. 7. 19:31

해제

 

 「운와기담(雲臥紀談)」은 대혜(大慧)스님의 제자인 효영 중온(曉瑩仲溫)스님이 불조들의 기연이나 당시에 그와 친분이 있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모아 놓은 것이다. 이 「운와기담」이라는 제목은 운와암(雲臥庵)이라는 암자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재상이었던 손중익(孫仲益)이 붙여준 것이다. 효영스님의 전기에 대해서는 자세하지 않고 그의 저서 속에서 단편적으로 보일 뿐이다.

 순희(淳熙) 무술년(1178년)에 효영스님은 감산(感山)에 있는 운와암으로 이사하여 여기에 살면서 모은 이야기가 바로 「운와기담」이다. 효영스님에게는 이와 같은 이야기 모음집으로 그밖에도 「나호야록(羅湖野錄)」이 있는데, 그 책의 서문이 소흥(紹興) 을해년(1155)에 씌어진 것으로 보아, 「운와기담」보다 먼저 이루어진 것이라 여겨진다. 그런가 하면 효영스님이 68세에 둔암 무언(遯菴無言)스님에게 쓴 편지가 「운와기담」에 들어있는데, 이 편지에 「운와기담」이라는 서명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운와기담」은 68세 이전에 편찬된 것으로 보인다.

 이 「운와기담」은 상권이 52단락으로, 하권이 42단락으로 나누어지는데, 매 단락마다 서너편의 게송(偈頌)이 실려 있다. 이 게송 가운데는 후세에 전하지 않는 작품들도 실려있어 문헌적인 가치도 상당히 있다. 더구나 당시 사대부들과 선사들 사이에 오고갔던 아름다운 글들이 소개되어 있어 지식인들의 교류를 엿볼 수 있는 대목들도 들어 있다. 특히 황정견(黃庭堅)을 비롯한 이른바 강서시파(江西詩派)들의 이야기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어 당시의 문단(文檀)과 선승과의 관계를 대변해 주고 있다.

 선서(禪書)에 있어서의 게송은 매우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초기의 경우는 스승과 제자가 도를 서로 전하는 식으로 매우 정형적으로 나타타고 있다. 그러다가 후대로 내려가면서 이런 틀에서 벗어나, 형식면은 물론 소재면에서도, 그리고 시를 짓는 시간이나 장소 면에서도 아주 자유스러워진다.

 과거 불조(佛祖)들의 깨닫게 된 기연 내지는 공안(公案) 등을 후대의 스님들이 운율에 맞추어 게송을 붙이는 형태가 당대(唐代)에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여 송나라시대 이후로는 선서의 한 장르로 정착하게 되었다. 그 대표되는 것으로서 「벽암록(碧巖錄)」이라든가 「종용록(從容錄)」등을 들 수 있다. 송대의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부터는 수행상에서 생겼던 일상 체험 내지는 깨달음의 경계를 그대로 게송으로 읊는 불교인들의 문학작품들이 출현하게 되었다.

 이 「운와기담」도 이상과 같은 연장선 속에서 이야기되어질 수 있다. 여기에 소개되어진 작품들은, 체험의 순간을 언어적으로 분석하거나 단계적으로 접근하려는 태도들을 아주 시원스럽게 뛰어넘고 있다. 또한 여기에 실린 게송들에는 초상화 내지는 그림에 제(題)를 다는 형식으로 만들어진 것도 상당수 있는데, 이는 시화(詩畫)의 일치라는 면에서도 매우 시사적이다.

 이런 것들이 이른바 선종의 전등사서(傳燈史書)에서는 많이 생략되거나 정형적으로 나타남에 따라, 도리어 단박에 창공에 뛰어오르는 납승들의 팔팔한 기상들이 굴절되어 있다. 이에 반하여 이 「운와기담」은 당시 이야기들이 매우 생동감있게 기록되어 돈오견성(頓悟見性)이라는 선문의 기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이 책을 편집하는 효영스님의 편집 방침과도 관계가 있다. 서문에서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의 이야기를 강호의 제현들이 반드시 좋다고만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정수만을 뽑아서 책을 만든다면, 이는 오히려 나의 허물만을 가중시킬 뿐이다(깨달음을 설명하는 수단으로). 문자가 있기는 하나 문자란 본디 본성이 없으며 그렇다고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내가 하루종일 이야기했어도 말한 것이 없다고 생각해 준다면 나의 뜻에 가깝다고 하겠다."

 한편, 효영스님은 당시에 유통되고 있던 대혜스님의 「연보」에 대해서 여러 근거들을 들어 그 오류를 제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법통의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눈에 띄인다. 스님은 임제의 법맥이 원오스님을 거쳐 대혜스님에게로 이어졌다고 보고있다. 그러나 대혜스님의 법통을 법굉(法宏)과 도선(道先)스님이 이었다고하는 당시의 얘기에 대해서는 여러 근거들을 제시하여 부정하고 있다. 나아가 강서 지방의 어떤 스님이 편찬한 「융흥불교통기(隆興佛敎統記)」에 대해서도 여러 전거를 들어서 그 잘잘못을 논하고 있다. 그리하여 「대혜정속전(大慧正續傳)」, 「무구문도전(無垢聞道傳)」, 「무착투기전(無著投機傳)」등을 편집하기도 한다. 그 밖에도 여러 스님들의 행장을 기록하는 등등의 선종사가(禪宗史家)로서의 면모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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