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건염(建炎) 3(1129)년 윤달 11일, 전 운거사 주지 원오선사(圜悟禪師) 극근(克勤)이 경룡학(耿龍學)에게 보낸 편지 끝에 붙인 글
묘희(妙喜)가 보낸 편지를 받고 보니 그가 이 불법대의에 얼마나 열렬한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하물며 그는 불법진리레 푹 익어서 비원(悲願)을 잊지 않았다 하겠습니다. 게다가 종문의 바른 눈으로 알음알이를 비추어내고 요긴함을 꿰뚫어 보았으니, 어찌 안목이 이렇게도 밝은지요.
바른 종풍이 적막해진 지 오래인지라, 후학들은 형식만을 익히고 살림살이나 지키면서 서로가 서로를 바보로 만드는데도 온 세상이 잘못임을 깨닫지 못합니다. 모두가 말을 따라 알음알이를 내니 조사의 도는 거의 없어질 지경입니다. 탁월하게 깨달은 인재가 없다면 무엇으로 바로 잡겠습니까. 정념(正念) 만이 진실로 불법을 외호할 수 있는 길입니다. 시절이 시끄러워 산에 살면서 대중 거느리는 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형편인데, 더욱이 몸을 전변(轉變)할 계책으로서 믿을 만한 방편은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불일 종고(佛日宗杲)는 어느 하안거에 대중을 떠나 이 산 저 산 다녀보고는 옛날 운문(雲門)스님이 살던 산 정상에 띠풀을 베어 은둔하려 하니, 그 뜻이 매우 가상합니다.
지금 도겸(道謙) 편에 제가 쓴 몇 마디 말과 소(疏)를 보냅니다. 이를 함께 묶어서 길이 재물이 되게 하였으니, 한 번 볼 만할 것입니다.
그는 밭이나 갈고자 한다 하니 진정으로 농사 잘 짓는 사람이 아니겠습니까.
극근(克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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