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용록
中
제 33칙
삼성의 금빛 잉어[三聖金鱗]
시중 |
대중에게 보이시다.
강한 자를 만나면 약해지고, 부드러운 자를 만나면 굳세지거니와 두 억센 자가 마주칠 땐 반드시 한쪽이 상한다. 일러보라. 어떻게 피해야 할꼬?
본칙 |
드노라.
삼성(三聖)이 설봉(雪峰)에게 묻되 "그물을 꿰뚫은 금빛 잉어는 무엇으로 먹이를 삼습니까?" 하니,
-낚싯줄 드리우기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낚시를 따라 올라온다.
설봉이 이르되 "그대가 그물에서 벗어난 뒤에 그때 가서 말해 주리라" 하였다.
-사람을 만나거든 우선 삼분의 일만을 말해야 하는 법이다.
삼성이 다시 이르되 "천오백 명 거느릴 선지식이 말귀[話頭]도 못 알아듣는군요" 하니,
-영산회상의 수기도 오늘만은 못했으리!
설봉이 이르되 "노승이 주지의 업무가 번거롭구나!" 하였다.
-뒤통수에서 뺨을 보는 격이라.
평창 |
스승께서 이르시다.
근대 장로 청료(長蘆淸了) 화상은 천동(天童)과 동문[同參]으로서 1,700 대중과 함께 살았는데 죽암 규(竹庵珪)와 더불어 죽솥을 열어 여름을 지내고 승당 방을 나누어 입실하였지만 설봉과 삼성은 다른 세대에 같은 가풍을 이룬 사이다.
대위 철(大潙喆)이 이르되 "삼성은 가히 만 길 용문(龍門)에 일찍부터 나그네 노릇에 익숙했고, 설봉은 맹상군(孟嘗君)이 문을 열어놓고 '어찌 큰 손님을 두려워하리요?' 한 것과 같다" 하였으니, 삼성이 질문을 던진 것은 가시덤불 속에서 아교동이를 끌어내려는 격이라 해도 무방하겠다. 한편 설봉은 미리 30보 앞에서 그가 스스로 젖어들고 스스로 얽어매는 것을 보고 이르기를 "그대가 그물에서 벗어나거든 그때 가서 일러주리라" 하였으니, 기이하고 괴이함이 마치 국수(國手)가 바둑을 놓을 때 몇 수 앞을 미리 보는 것과도 같다.
삼성은 그 한 수로는 승패의 가름길이 분명치 않음을 보고 따로이 한 길을 걸으면서 이르되 "천오백 명 거느릴 선지식이 말귀도 못 알아듣는다"고 하여서 법굴의 발톱과 어금니[法窟爪牙]를 써서 산 채로 잡으려 들었다. 그러나 설봉은 여유있게, 그저 말하기를 "노승이 주지의 일이 번거롭다" 하였다. 이에 대해 보복(保福)은 이르기를 "다투면 부족하고 양보하면 남음이 있다" 하였고, 설두는 이르되 "아깝다! 놓아버리지 말고 30 방망이를 주었어야 했다 . 그 방망이는 한 방망이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거늘 다만 그런 작가를 만나기 어려울 뿐이다" 하였으니, 이 두 노숙이 하나는 부추기고, 하나는 억눌렀으나 각각 살려내는 길이 있다. 고우(高郵)의 정(定) 화상에게 어떤 이가 묻되 "그물을 벗어난 금빛 잉어는 무엇으로 먹이를 삼습니까?" 하니, 고우가 이르되 "똥 말리는 막대기[乾屎橛]니라" 하였는데, 설암(雪岩)선사께서는 들으시고 이르되 "공양을 올려주니 고맙다" 하였다. 이 법희선열(法喜禪悅)이야 옛사람보다 줄 데가 없거니와 천동의 처지에는 또 어떠하던가? 그의 송을 보라.
송고 |
폭포의 세 계단을 처음 오르니 구름과 우레가 서로 전송하고
-하늘까지 이르지 못함이 한이다.
펄펄 뜀이 늠름하니, 큰 작용 보이도다.
-속히 세 번 절을 하라.
꼬리를 태우니, 분명하게 우문(禹門)을 지났고
-급히 눈길을 돌리라.
화려한 비늘이니, 김치독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다시 후흑(侯黑)이 있을 줄이야.
늙어 성숙한 사람이기에 대중 앞에서 놀라지 않고,
-평온스럽고 자연스럽다.
평소 큰 적을 상대해왔으니 전혀 두려움이 없다.
-욕됨을 영광같이 보고 죽음을 삶같이 본다.
가분가분하기란 분명 다섯 냥[五兩]의 가벼움 같고
-멀리서 보면 자세하지 않더니
듬직하기란 어찌 천 균(鈞)의 무게에 견주랴!
-가까이서 보면 분명하다.
드높은 명성이야 사해에서 누가 같을 수 있으며
-하늘의 달과 눈길이 마주치니
우뚝한 자세[介立] 8풍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전에는 일찍이 없었던 것 같다.
평창 |
스승께서 이르시다.
강주(絳州)의 용문산(龍門山)은 우(禹) 임금이 뚫은 것(폭포)이다. 그래서 우문(禹門)이라고도 하는데 물결이 세 계단으로 되어 있다. 「수경(水經)」에 이르되 "전유(鳣鲔)가 굴에서 나와 3월달에 뛰어오르는데 용문을 지나면 용이 되고, 그렇지 못하면 이마만 부딪치고 돌아온다"고 하였다. 여기서 '폭포의 계단을 처음 오른다' 한 것은 세 계단의 물결을 이른 것이다. 「주역(周易)」 문언(文言)에 이르되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범을 따른다" 하였는데, 이는 구름과 우레가 함께 전송하면서 용을 이루었다는 뜻이다. 두 대사는 펄펄 뛰어오름과 위세가 당당함이 있으니 삼성은 폭포의 세 계단을 처음 오른 것 같고, 설봉은 구름과 우레가 함께 전송한 것 같다. 삼성이 이미 우문을 지났거나, 설봉인들 어찌 김칫독에 머물러 있겠는가? 임제가 낙포(洛浦)를 전송하면서 이르되 "임제의 문하에 졸가리[梢] 붉은 잉어가 있는데 고개와 꼬리를 흔들면서 남쪽으로 가고 있으니, 누구네 김칫독에 몽땅 빠질런고?" 하였다.
다음부터는 설봉의 "노승은 주지의 일이 번거롭다" 한 것과 삼성의 두 질문을 송한 것이니, "늙어 성숙한 사람이기에 대중 앞에서 조금도 놀라지 않고, 평소 큰 적을 상대해왔기에 전혀 두려움이 없다"는 대목이다
광무 황제 때에 왕심(王尋)과 왕읍(王邑)의 군사가 백만이었는데 진군하여 곤양(昆陽 : 광무의 성도을 에워쌌다. 이때 광무가 스스로 선봉장이 되어 적군 수십 명의 목을 베니, 장수들이 모두 기뻐하면서 이르되 "유장군(劉將軍)이 평소에는 작은 적을 보고도 겁을 냈었는데, 오늘은 큰 적을 보고도 용맹스러우니, 매우 이상한 일이다. 얼핏 보면 다섯 냥도 못 되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천 근인지라, 저울에 얹을 수조차 없도다" 하였다. 나중에 설봉의 밑에서 운문과 법안 , 두 파를 내었으니 이 어찌 근원이 깊으면 흐름이 길다는 증좌가 아니겠는가?
이(利) · 쇠(衰) · 훼(毁) · 예(譽) · 칭(稱) · 기(譏) · 고(苦) · 락(樂)을 8풍이라 하는데 진짜 종사에게는 귓가에 바람결이 지나는 격이다. 담자성(潭柘性) 화상이 장경 수의(長慶壽顗)선사에게 이르되 "그대를 아버지라 부른들 어떻겠느냐?" 한 예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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