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칙
나산의 일어나고 멸함[羅山起滅]
시중 |
대중에게 보이시다.
환단(還丹) 한 알로 쇠에 점찍으면 쇠가 금이 되고, 지극한 진리 한마디가 범부를 고쳐 성인을 만든다. 만일 쇠와 금이 둘이 아니요, 범부와 성인이 본래 같은 줄 알면 과연 한 점도 쓸 수 없으리라. 일러보라. 그 어느 한 점인가?
본칙 |
드노라.
나산(羅山)이 암두(巖頭)에게 묻되 "일어나고 멸함이 멈추지 않을 때가 어떠합니까?" 하니,
-금강 역사가 진흙사람의 등을 긁어주도다.
암두가 돌(咄)하고,
-별똥이 튀고 구름이 흩어진다.
이르되 "누가 일어났다 멸했다 하는가?" 하였다.
-알고보면 원수가 되지 않는다.
평창 |
스승께서 이르시다.
복주(福州) 나산(羅山) 도한(道閑)선사는 먼저 석상(石霜)에게 묻되 "일어나고 멸함이 멈추지 않을 때가 어떠합니까?" 하니, 석상이 대답하되 "바로 마른 나무 식은 재같이 되게 하고, 한 생각이 만 년 가게 하고, 함과 뚜껑이 서로 맞듯이 되게 하고, 순수히 깨끗하여 티가 없게 하라" 하였다. 선사(나산)는 계합하지 못하여 암두에게로 가서 물었더니, 암두가 할을 하면서 이르되 "누가 일어났다 멸했다 하는고?" 하매, 나산이 이때 깨달음이 있었다.
아마도 암두는 오직 소견이 명백함을 귀히 여겼고 석상은 고목당(枯木堂)을 두어, 직접 거기까지 한번 와서야 비로소 얻기를 요구했던 것 같다. 보지 못했는가? 서암(瑞岩)이 암두에게 묻되 "어떤 것이 본래 항상한 이치입니까?" 하니, 암두가 이르되 "움직였다" 하였다. 서암이 다시 묻되 "움직였을 때엔 어떠합니까?" 하니, 암두가 이르되 "본래 항상한 이치를 보지 못하느니라" 하였다. 서암이 우두커니 생각하고 있으니, 암두가 이르되 "긍정하면 근진(根塵)을 벗어나지 못하고, 긍정하지 않으면 영원히 생사에 빠지느니라" 하니, 서암이 깨달았다.
암두는 영특함이 뛰어나서 학인들을 깨우쳐줌이 정확하고 정민(精敏)하여 덕산에 못지 않더니, 나중에 나산법보를 배출하였으니, 가히 얼음이 물보다 차다는 격이 되었다. 위산이 앙산에게 "다만 그대의 안목이 바르기만을 귀히 여기고, 그대의 지내온 길은 묻지 않겠다" 한 것과 같다.
나산이 물은 것은 천하 사람들의 본보기가 되거늘, 요즘의 초학자들은 간혹 그 속에서 살아날 궁리를 하면서 마치 물 위에서 호롱박을 누르듯이 번뇌를 굴복시켜 끊으려 한다. 지각(智覺)이 이르되 "마음과 짝을 하지 말라. 마음이 없으면 마음이 스스로 편안하다. 만일 마음으로 짝을 삼으면 움죽하자마자 마음에게 속으리라" 하였으니, 짝한다면 망심(忘心)과 짝하는 것이요, 없다면 망심도 없다.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셔서 사람의 마음을 곧바로 가리켜서 성품을 보고 성불케 하셨거늘, 어찌 보주(普州 : 보주 사람들은 도둑질을 잘했다) 사람들로 하여금 도적떼를 쫓으러 보내고, 종놈을 서방님으로 잘못 알게 하려 했겠는가? 나산이 물은 경지는 진(眞)에 미혹하여 망(妄)에 집착한 것이요, 암두가 "돌"을 한 경지는 망에 나아가고 진에 나아간 것이거니와 만송의 생각으로는 돌하고 꾸짖은 뒤에 문득 쉬었더라면 진과 망의 경지에서 위로 향할 길이 있었으리라 한다.
「능엄경(楞嚴經)」에서 아난이 말하되 "여래께서 지금 마음 있는 곳을 물으시거니와 제가 마음으로써 추궁하고 찾아보건대 추궁하는 놈이 저의 마음이라 여기나이다" 하니, 부처님께서 이르시되 "돌(애닯다)! 이는 너의 마음이 아니니라" 하신다. 아난이 깜짝 놀라 자리를 피하고 합장하고 일어나서 부처님께 사뢰되 "이것이 저의 마음이 아니면 무엇이라 이름하오리까?" 하니,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이르시되 "이것은 눈앞의 경계를 허망하게 생각해내어 너의 참 성품을 미혹케 하는 것이다. 네가 끝없는 옛부터 금생에 이르기까지 도적을 잘못 알아 자식으로 여겼기에 너의 원래 항상함을 잃었느니라. 그러므로 윤회를 받느니라" 하셨으니, 이 할은 금강왕보검과 같은 것이요, 암두의 할은 사자가 땅에 버티고 앉은 것 같아서 완전한 위엄과 큰 작용으로 속이지 않는 힘이 있다.
방(龐)거사가 이르되 "한 무리의 여섯 도적이 날 적마다 사람을 홀딱 속인다. 나는 이제 너를 아노니, 너와 더불어 이웃하지 않으련다. 네가 내게 굴복하지 않으면 나는 가는 곳마다에서 말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모두가 너를 알게 하여 너의 앞길이 끊기게 하리라. 네가 만일 나에게 굴복한다면 나는 더 분별치 않고 너와 한 곳에 살면서 함께 무생법을 증득하리라" 하였다.
암두가 이르기를 "누가 일어났다 멸했다 하는고?" 한 것은 운암이 빗자루를 들어올리고 이르되 "이것은 몇째 달인고?" 한 것과 동참(同參)이다. 천동은 그가 능숙하게 점검하고 교화하는 것을 귀히 여겨 거듭 게송을 설했다.
송고 |
늙은 등 · 칡덩굴을 끊어버리고
-가지와 덩굴은 더욱 뻗어나는데…….
여우의 굴을 쳐부수도다.
-다시 군침까지 흘리는구나!
표범은 안개에 싸여 문채가 변하고
-가죽과 털을 벗어버린다.
용은 우레를 타고 뼈를 바꾼다.
-몸 따로 껍질 따로 고친다.
돌(咄)!
-한 할에 만 가지 기미가 파하니, 사흘 아침에 두 귀가 막혔다.
일어났다 멸했다 함이 분분하니, 이 어떤 물건인고?
-좋은 손님에겐 성근 길벗이 없다.
평창 |
스승께서 이르시다.
이야기 길을 끊어버리고, 물으려는 뜻을 깎아버렸다. 비춤과 작용이 같은 때요, 사람과 경계를 모두 빼앗았으니 암두에게는 스승을 뛰어넘는 동작이 있다.
양자(楊子)가 이르되 "성인은 범처럼 변하니 그 문채가 빛나고, 군자는 표범처럼 변하니 그 문채가 울창하다. 말재주꾼은 살쾡이처럼 변하니 그 문채가 빼어나다. 살쾡이가 변하면 표범이 되고, 표범이 변하면 범이 된다" 하니, 남산의 검은 표범이 안개 속에서 문채가 변한 것을 말한 것이다.
한(漢)의 유향(劉向)이 쓴 「열녀전(列女傳)」에 "도답자(陶答子)는 질그릇 만들기 3년에 명예는 일어나지 않고 집안만 세 곱으로 부유해졌다. 그의 아내가 아기를 안고 우니, 시어머니는 상서롭지 못하다고 꾸짖었다. 이때, 아내가 이르되 '첩이 듣건대, 남산에 검은 표범이 있는데 안개 속에 숨어서 7일 동안을 먹지 않아 그 털이 윤택해지고, 문채가 좋아지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그러나 개 · 돼지들은 가리지 않고 먹기에만 힘쓰기 때문에 살이 찌고, 살이 찌기 때문에 화를 당한다 하였습니다' 하였는데, 과연 돌 만에 주륙(誅)을 당했다"고 하였다.
임방(任昉)의 「술이기(述異記)」에, "한(漢)의 혜제(惠帝) 7년 여름에 남산에 벼락(우레)이 쳐서 숲이 모두 불에 타고 땅이 누렇게 볶아졌는데 비가 지나간 뒤에 한 무더기의 용의 뼈를 얻었다"고 하였다.
나산은 집안을 파괴하는 도적을 만나 진정서를 내었다가 암두가 안정케 해준 뒤에는 힘을 얻은 장부로 변했다. 일러보라. 어느것이 안정케 해준 곳인가? 돌! 일어나고 멸함이 분분한 것은 다시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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