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칙
낙포의 임종[洛浦臨終]
시중 |
대중에게 보이시다.
때로는 충성으로 자기를 낮추는데 괴로움과 굴욕스러움을 다 설명키 어렵고, 때로는 재앙이 남에게까지 미치건만 승복하려 하지 않는다. 길 떠나기 직전에 천하게 구박을 받더니 마지막이 가장 정성스럽구나. 아픈 창자에서 눈물이 나오니 더 숨기기는 어렵도다. 그래도 싸늘한 눈으로 볼 이가 있는가?
본칙 |
드노라.
낙포(洛浦)가 임종에 대중에게 보이되 "지금 한 가지 일이 생겼기에 그대들에게 묻노라.
-자신이 도리어 군사 기밀을 누설하는구나.
그것이 만일 옳다면 머리 위에 머리를 포개는 격이요,
-그렇게 해도 되지 않고
만일 옳지 못하다면 목을 베고서 살기를 바라는 격이다" 하니,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지 않는다.
이때 수좌(首座)가 있다가 말하되 "푸른 산은 항상 움직이고 밝은 대낮에는 등심지를 돋구지 않습니다" 하였다.
-말하기는 분명히 하나 꼬집어내기란 더욱 어렵다.
낙포가 이르되 "지금이 어떤 때인데 그런 소리를 하는가?" 하니,
-돈 잃고 죄를 받았다.
언종상좌(彦從上座)라는 이가 있다가 나서서 이르되 "이 두가닥의 길을 떠나서는 스님은 더 묻지 마시기 바랍니다" 하였다.
-처음과 끝의 입을 열기는 쉬우나, 추운 겨울 소나무의 마음은 보존키 어렵다.
낙포가 이르되 "틀렸다. 다시 일러라" 하니,
-시는 거듭 읊어야 비로소 공을 본다.
언종이 이르되 "저는 말로는 다할 수 없습니다" 하였다.
-사람으로 하여금 풍류를 울리는 꼴을 보지 않게 하려 함이라.
낙포가 이르되 "나는 그대가 말로 다할 수 있거나 말로 다할 수 없거나에 관여하지 않는다" 하니,
-말이 빠졌으니 그만두지 않을 수 없다.
언종이 이르되 "저에게는 화상께 대꾸할 시자가 없습니다" 하였다.
-그림자를 만드는 풀단이 언제나 몸을 따라 다닌다.
저녁이 되자, 언종상좌를 불러서 이르되 "그대가 오늘 대꾸한 것에는 어떤 까닭이 있는가?
-그저 애써서 머리를 흐리게만 하는군!
마땅히 선사(先師)께서 이르시기를 '눈앞에 법이 없건만 뜻이 눈앞에 있다' 하신 것에 부합되어야 한다.
-달 속의 계수나무를 베어넘기면 맑은 광채가 더욱 많으리라.
그는 눈앞의 법이 아닌지라 귀와 눈이 미칠 바 아니니,
-달이 지면 와서 만나리.
어느 구절이 손[賓]이며, 어느 구절이 주인[主]인가?
-결코 이야기를 두 토막으로 내지 말라.
만일 가려낸다면 발우와 걸망을 전해 주리라" 하니,
-몽둥이를 들고 개를 부르네…….
언종이 이르되 "알지 못하겠습니다" 하였다.
-진짜 전해주어야 되겠군!
낙포가 이르되 "그대가 꼭 알아야 한다" 하니,
-아홉 길 산을 쌓으려 하면서…….
언종이 이르되 "실로 알지 못합니다" 하였다.
-한 삼태기의 흙도 보태지 않는구나.
낙포가 할을 하면서 이르되 "괴롭구나! 괴롭구나!" 하니,
-한 배에 탄 사람을 몽땅 속이는구나!
어떤 승이 묻되 "화상의 높으신 뜻은 어떠하십니까?" 하였다.
-불을 잃은 자리에서 숯토막을 얻는다.
이에 낙포가 이르되 "자네의 배는 아직 맑은 파도 위에 뜨지도 않았는데 검협(劍峽)에서는 공연히 나무거위[木鵝 : 신호]를 날리느라 헛수고만 했구나" 하였다.
-솜씨를 자랑하다가 도리어 졸작이 되었구나.
평창 |
스승께서 이르시다.
낙포가 임종할 때에 노파심이 지나치게 간절하기에 수좌가 마음을 다해 털어놓았거늘 도리어 때가 아니라 꾸짖었고, 언종상좌는 입술가죽을 놀리지도 않았거늘 그는 알아야 됨이 합당하다고 허락함으로써 두세 번 달을 건지는 시늉을 했으나, 아깝게도 극빈유나(克賓維那)가 벌전으로 국밥값을 달게 낸 일과 삼성(三聖)이 눈먼 나귀이기 때문에 정법을 멸한다 한 일들을 한결같이 묻어버렸도다.
현각이 이르되 "일러보라. 언종상좌는 실제로 알지 못했는가, 아니면 발우와 걸망을 차지하는 것이 두려워서였는가?" 하였다. 그러므로 전등서적[燈錄]에는 언종을 법제자의 반열에 수록하고 있다.
낙포가 일찍이 대중에게 보이되 "이론 밖에서 종취를 바로 밝힐지언정 말 구절 안에서 법칙을 찾지 말라" 하니, 어떤 승이 묻되 "부사의(不思議) 한 경지를 행함이 어떠합니까?" 하였다. 이때, 낙포가 대답하되 "푸른 산은 항상 움직이고 있는데 밝은 해는 자취[輪]를 옮기지 않는다" 하였으니, 이것으로 징험하건대 수좌와 언종상좌는 분명해서 볼 수 있거니와 낙포의 분상에도 뒤를 거두어줄 사람이 있겠는가? 백 년 뒤에 도리어 천동이 있었다.
송고 |
구름으로 먹이 삼고 달로 낚시 삼아 청진(淸津)에서 낚싯줄을 드리우니
-사람을 놀라게 하는 파도에 뛰어들지 않으면 마음에 맞는 고기를 만날 수 없도다.
나이 늙고, 마음 외로워 금비늘을 얻지 못했네.
-조급히 생각해서 무엇하리요.
한 곡조의 이소가(離騷歌)로 돌아온 뒤에는
-어디로 갔는고?
멱라강(汨羅江) 위에 홀로 깬 사람 됐네.
-낙포도 있지 않는가.
평창 |
스승께서 이르시다.
옛사람이 긴 무지개로 낚싯대를 삼고, 초생달로 낚시를 삼고 조각구름으로 낚싯밥을 삼아, 청진에서 자비의 배를 띄우려면 검협(劒峽)에는 먼저 나무거위를 띄웠었다. 항주(杭州) 오운(五雲) 화상의 「좌선잠(坐禪箴)」에 이르되 "검각의 흐름을 따라가려면 나무거위 띄우기를 지체하지 말라. 대체, 검협은 물이 급하고 골짜기가 좁아서 두 배가 서로 부딪치면 반드시 부서진다. 그러므로 먼저 나무를 쪼개서 띄워내려야 하나니, 이를 나무거위라 한다" 하였다. 제방에서는 다르게 말하기도 하나 신빙하기 어려우니, 「선잠」을 좋은 증거로 삼는 것만 못할 것이다.
"나이 늙고, 마음 외로워 금빛 비늘을 얻지 못했다" 한 것을, 모르는 이들은 낙포가 후계자가 없기 때문이라 하는데 낙포는 무릇 열 한 사람을 얻었으니, 오아(烏牙) · 청봉(靑峰) 등은 모두가 백미(白眉)의 노작가이다.
막막암(莫莫庵) 눌(訥)화상은 시에서 이르되 "고금에 술로 이름난 사람들 / 모두가 흠뻑 취하면 호걸 · 영웅되었다 / 못가에 초췌하게 오가는 이 / 혼자만 깨었다기에는 합당치 않다!" 하였다.
굴원(屈原)의 자는 평(平)이니, 초(楚)의 회왕(懷王)에게 벼슬하여 삼려대부(三閭大夫)에까지 이르렀으나 근상(靳尙)이라는 사람의 모함을 받아 장사(長沙)로 귀양을 갔다. 강가를 홀로 걷다가 어부에게 이르되 "온 세상이 모두 취했는데 나 혼자 깨었고 온 세상이 모두 흐린데 나 혼자만 맑다" 하고, 멱라강에 빠져죽었다. 멱라강은 담주(潭州)의 나현(羅縣)에 있다. 「문선(文選)」에 이르기를 "「이소경(離騷經)」은 굴원이 지은 것이라" 하였다.
낙포의 임종시에 언종이 미련하여 낚시를 드리우되 일푼일문[分文]도 손에 들어오지 않았고, 겨루되 마침내는 물도 쌀도 바꾸어들이지 못했으니 알겠는가? 제후의 지위에 뽑히지 않은 것이 도리어 한가로웠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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