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선림보전禪林寶典

제2편 돈황본단경 편역(編譯) 24.돈수(頓修)

쪽빛마루 2016. 6. 17. 05:19

24.돈수(頓修)

 

 세상 사람이 다 전하기를 '남쪽은 혜능이요 북쪽은 신수'라고 하나, 아직 근본 사유를 모르는 말이다.

 또 신수선사는 형남부 당양현 옥천사에 주지하며 수행하고, 혜능대사는 소주성 동쪽 삼십오 리 떨어진 조계산에 머무시니, 법은 한 종(宗)이나 사람에게 남쪽과 북쪽이 있어 이로 말미암아 남쪽과 북쪽이 서게 되었다.

 어떤 것을 '점(漸)'과 '돈(頓)'이라고 하는가?

 법은 하가지로되 견해에 더디고 빠름이 있기 때문이다. 견해가 더딘즉 '점'이요 견해가 빠른즉 '돈'이다. 법에는 '점'과 '돈'이 없으나 사람에게는 영리함과 우둔함이 있는 까닭으로 '점'과 '돈'이라고 이름한 것이다.

 

世人이 盡傳하되 南'宗'能北(比)秀라하니 未知根本事由니라 且秀禪師는 於荊南府當(南荊苻堂)陽縣玉泉寺에 住持(時)修行하고 惠能大師는 於韶州城東 三十五里曹溪山에 住하니 法卽一宗이나 人有南北(比)이라 因此便立南北이니라 何名(以)漸頓고 法卽一種이로되 見有遲疾이라 見遲卽漸이요 見疾卽頓이니 法無漸頓이요 人有利鈍故로 名漸頓이니라

 

 일찌기 신수스님은 사람들이 혜능스님의 법이 빠르고 곧게 길을 가리킨다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신수스님은 드디어 문인 지성스님을 불러 말하였다.

 "너는 총명하고 지혜가 많으니, 나를 위하여 조계산으로 가라. 가서 혜능 스님의 처소에 이르러 예배하고 듣기만 하되, 내가 보내서 왔다 하지 말라. 들은 대로 그 뜻을 기억하여 돌아와서 나에게 말하여라. 그래서 혜능스님의 견해와 나와, 누가 빠르고 더딘지를 보게 하여라. 너는 첫째로 빨리 오너라. 그래서 나로 하여금 괴이하게 여기지 않도록 하라."

 지성은 기쁘게 분부를 받들어 반달쯤 걸려서 조계산에 도달하였다. 그는 혜능스님을 뵙고 예배하여 법문을 들었으나 온 곳을 말하지 않았다.

 지성은 법문을 듣고 그 말끝에 문득 깨달아 곧 본래의 마음에 계합하였다. 그는 일어서서 예배하고 스스로 말하였다.

 "큰스님이시여, 제자는 옥천사에서 왔읍니다. 신수스님 밑에서는 깨치지 못하였으나 큰스님의 법문을 듣고 본래의 마음에 계합하였읍니다. 큰스님께서는 자비로써 가르쳐 주시기 바라옵니다."

 혜능대사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거기에서 왔다면 마땅히 염탐꾼이렸다!"

 지성이 말하였다.

 "말을 하기 이전에는 그렇습니다만, 말씀을 드렸으니 이미 아니옵니다."

 육조대사께서 말씀하셨다.

 "번뇌가 곧 보리임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神秀師嘗(常)見人이 說惠能法의 疾直指(旨)路하고 秀師遂喚(換)門人僧志誠曰 汝聰明多智하니 汝與吾至曹溪山하야 到惠能所하야 禮拜但聽하되 莫言吾使汝來하고 所聽得(德)意旨를 記取하야 却來與吾說하야 看惠能見解與吾誰疾遲케하되 汝第一早來하야 勿令吾恠(土+在)하라 志誠이 奉使歡喜하야 遂半月中間에 卽至曹溪山하야 見惠能和尙(當)하고 禮拜卽聽하되 不言來處러니 志誠(城)이 聞法하고 言下便悟하야 卽契本心하고 起立卽禮拜하야 自言하되 和尙하 弟子從玉泉寺來니다 秀師處에 不得(德)契悟러니 聞和尙說하고 便契本心하오니 和尙은 慈悲로 願當敎(散)示하소서 惠能大師曰 汝從彼(被)來면 應是細作이로다 志誠曰 未說時卽是나 說'及'了不(卽)是니다 六祖言하되 煩惱卽是菩提도 亦復如是니라

 

 대사께서 지성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들으니 너의 스님이 사람을 가르치기를 오직 계 · 정 · 혜를 전한다고 하는데, 너의 스님이 사람들에게 가르치는 계 · 정 · 혜는 어떤 것인가? 마땅히 나를 위해 말해 보라."

 지성이 말하였다.

 "신수스님은 계 · 정 · 혜를 말하기를 '모든 악을 짓지 않는 것을 계라고 하고,

모든 선을 받들어 행하는 것을 혜라고 하며, 스스로 그 뜻을 깨끗이 하는 것을 정이라고 한다. 이것이 곧 계 · · 혜이다'고 합니다. 신수스님의 말씀은 그렇거니와, 큰스님의 의견은 어떠신지 알지 못합니다."   

 혜능대사께서 대답하셨다.

 "그 법문은 불가사의하나 혜능의 소견은 또 다르니라."

 지성이 여쭈었다.

 "어떻게 다릅니까?"

 혜능스님께서 대답하셨다.

 "견해에 더디고 빠름이 있느니라."

 지성이 계 · · 혜에 대한 스님의 소견을 청하였다.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나의 말을 듣고서 나의 소견을 보라. 마음의 땅에 그릇됨이 없는 것이 자성의 계요, 마음의 땅에 어지러움이 없는 것이 자성의 정이요, 마음의 땅에 어리석음이 없는 것이 자성의 혜이니라."

 혜능대사께서 말씀하셨다.

 "너의 계 · 정 · 혜는 작은 근기의 사람에게 권하는 것이요, 나의 계 · · 혜는 높은 근기의 사람에게 권하는 것이다. 자기의 성품을 깨치면 또한 계 · · 혜도 세우지 않느니라."

 지성이 여쭈었다.

 "큰스님께서 세우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뜻은 어떤 것입니까.?"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자기의 성품은 그릇됨도 없고 어지러움도 없으며 어리석음도 없다. 생각생각마다 지혜로 관조하여 항상 법의 모양을 떠났는데, 무엇을 세우겠는가. 자기의 성품을 단박 닦으라. 세우면 점차가 있으니 그러므로 세우지 않느니라."

 지성은 예배하고서 바로 조계산을 떠나지 아니하고 곧 문인이 되어 대사의 좌우를 떠나지 않았다.

 

大師謂志誠曰 吾聞汝(與)禪師敎人하되 唯傳戒定慧라하니 汝(與)和尙의 敎人戒定慧는 如何오 當爲吾說하라 志誠(城)曰 秀和尙의 言戒定慧는 諸惡不作을 名爲戒요 諸善奉行을 名爲惠요 自淨其意를 名爲定이라 此卽名爲戒定惠니 彼作如是說이어니와 不知和尙所見은 如何오 惠能和尙答曰 此說은 不可思議나 惠能所見은 又別하니라 志誠(城)이 問 何以別고 惠能答曰 見有遲疾이니라 志誠(城)이 請 和尙說所見戒定惠한대 大師言하되 '如'汝聽吾(悟)說하야 看吾(悟)所見處하라 心地無'疑'非自性(姓)戒요 心地無亂이 是自性(姓)定이요 心地無癡 自性(姓)'是'惠니라 能大師言하되 汝戒定惠는 勸小根諸人이요 吾戒定惠는 勸上[根]人이니 得悟(吾)自[性]하면 亦不立戒定惠니라 志誠(城)이 言 請大師說不立은 如何오 大師言 自性(姓)은 無非無亂無癡하야 念念般若觀照하야 常(當)離法相하나니 有何可立고 自性(姓)頓修하야 立有漸이라 此所(契)以不立이니라 志誠이 禮拜하고 便不離曹溪山하야 卽爲門人하야 不離大師左右니라

○ 자성돈수(自性頓修 자성으로 단박 닦음)… 육조는 「제 8무념편」에서 '미혹한 사람은 점점 계합하고[迷人漸契] 깨친 사람은 단박에 닦는다[悟人頓修]'고 말함과 같이, 깨침[悟]은 모두 돈수(頓修)임을 말하였다. 돈황본에서는 '자성으로 단박에 닦는다[自性頓修]'고 간명하게 말하였으나, 각 본(本)에서는 '자성이 스스로 깨쳐서 단박에 깨치고 단박에 닦아서 또한 점차도 없다[自性이 自悟하여 頓悟頓修하여 赤無漸次라]'고 소상히 말씀하심으로써, 「단경」에는 오직 돈오돈수(頓悟頓修)뿐이요 점수(漸修)는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