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선림보전禪林寶典

제2편 완릉록(宛陵錄) 11~16.

쪽빛마루 2016. 7. 1. 20:29

11. 보리의 마음

 

 "만약 그렇다면 어느 곳이 깨달음입니까?"

 "깨달음은 일정한 처소가 없느니라. 부처라 해서 역시 깨달음을 얻는 것이 아니며, 중생이라 해서 깨달음을 잃는 것도 아니다. 깨달음은 몸으로 얻지 못하며, 마음으로도 구할 수 없는 것이니, 일체중생이 그대로 깨달음의 모양이니라."

 "그러면 어떻게 보리심을 냅니까?"

 "보리는 얻는 것이 아니다. 네 지금 얻음이 없는 마음을 내기만 하면, 결정코 한 법도 얻을 수 없는 것 그대로가 보리의 마음이니라. 보리는 머물 자리가 없기 때문에 얻을 그 무엇도 없다. 그러므로 말씀하시기를 '내가 연등부처님의 처소에서 작은 법도 얻을 수 없었으므로, 연등부처님께서 나에게 수기하셨느니라'고 하셨다. 일체 중생이 본래 보리이므로, 다시 보리를 얻으려 할 필요가 없음을 명백히 알아야 한다.

 네 이제 보리심을 낸다는 말을 듣고 한 마음을 가지고 배워서 부처를 얻는다고 말하여, 오로지 부처가 되려고 한다면, 네가 3대아승기겁을 닦는다 해도 다만 보신 · 화신의 부처만을 얻을 뿐, 너의 근본 연원인 참된 성품의 부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말하기를 '밖으로 구하는 모양있는 부처는 그대와는 닮지 않았도다'고 하였다."

 

云하되 若如此인댄 何處是菩提닛고

師云 菩提無是處니 佛亦不得菩提이며 衆生도 亦不失菩提니라 不可以身得이며 不可以心求니 一切衆生이 卽菩提相이니라

云하되 如何發菩提心이닛고

師云 菩提는 無所得이니 你今但發無所得心하면 決定不得一法이니 卽菩提心이라 菩提는 無住處하니 是故로 無有得者라 故로 云하시되 <我於燃燈佛所에서 無有少法可得이라 佛이 卽與我授記라>하시니 明知一切衆生이 本是菩提니 不應更得菩提니라 你今聞發菩提心하고 謂將一箇心하야 學取佛去라하야 唯擬作佛하면 任你三祇劫修하야도 亦祇得箇報化佛이니 與你本源眞性佛로 有何交涉이리오 故로 云하되 <外求有相佛이 與汝不相似라>하니라

 

12. 수은의 비유

 

 "본래로 이미 부처일진대 어찌하여 4생과 6도가 있어 갖가지로 형상과 모양이 같지 않습니까?"

 "모든 부처님께서는 본체가 두렷하여 거기에 더 불어나고 줄어들 것이 없다. 또한 6도에 흘러들어도 곳곳마다 모두 원만하고, 여러 만물이 모두 낱낱이 부처이니라. 이것은 마치 한 덩어리의 수은이 여러 곳으로 나뉘어 흩어졌어도 방울방울이 모두 둥근 것과 같다. 나뉘지 않았을 때에도 한 덩이였을 뿐이니, 이는 하나가 곧 일체요 일체가 곧 하나이니라. 온갖 형상과 모습은 마치 집과 같다. 나귀의 집을 버리고 사람의 집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사람의 몸을 버리고 하늘의 몸이 되기도 하며, 성문 · 연각 · 보살 · 부처의 집은 모두 네 자신이 취하고 버리는 곳이니라. 그래서 모든 구별이 있는 것이지만, 본래 근원의 성품에는 무슨 차별이 있겠느냐?"

 

問 本旣是佛인댄 那得更有四生六道하야 種種形貌不同이닛고

師云 諸佛이 體圓하야 更無增減하며 流入六道하야도 處處皆圓이요 萬類之中에 箇箇是佛이니라 譬如一團水銀하야 分散諸處라도 顆顆皆圓이라 若不分時에도 祇是一塊니 此一卽一切요 一切卽一이니라 種種形貌가 喩如屋舍하야 捨驢屋入人屋하며 捨人身至天身하며 乃至聲聞緣覺菩薩佛屋이 皆是汝取捨處니 所以有別이어니와 本源之性이 何得有別이리오

 

13. 무연자비

 

 "모든 부처님께서는 어떻게 자비를 베풀어 중생을 위해 법을 설하십니까?"

 "부처님의 자비란 인연이 없기 때문에 큰 자비라고 한다. 사랑함[慈]이란 이룰 만한 부처가 있다는 견해를 내지 않는 것이고, 슬퍼함[悲]이란 제도할 중생이 있다는 견해를 내지 않는 것이다. 설하시는 법은 설함도 없고 보임도 없으며, 그 법을 듣는 자는 들음도 얻음도 없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마술사가 마술로 만들어 놓은 인간을 위하여 설법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법을 어떻게 '내가 선지식으로부터 말끝에서 알아차리고 이해하여 깨달았다'고 말하겠으며, 이러한 자비를 어떻게 마음을 일으키고 생각을 움직여 가지고 배워서 얻겠느냐? 스스로 본래의 마음을 깨닫지 못한 것이라면 마침내 아무런 이익도 없느니라."

 

問 諸佛은 如何行大慈悲하사 爲衆生說法이닛고

師云 佛慈悲者는 無緣故로 名大慈悲니라 慈者는 不見有佛可成이요 悲者는 不見有衆生可度며 其所說法은 無說無示요 其聽法者는 無聞無得이니 譬如幻士爲幻人說法이라 者箇法을 若爲道我從善知識言下領得하야 會也悟也라하며 者箇慈悲를 若爲汝起心動念하야 學得他이리요 見解는 不是自悟本心이면 究竟無益이니라

 

14. 정진이란?

 

 "어떤 것이 정진(精進)입니까?"

 "몸과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가장 굳건한 정진이니라. 마음을 일으켜서 밖으로 구하기만 하면 '가리왕이 사냥놀이를 좋아함'*이라고 부른다. 마음이 밖으로 나다니지 않는 것이 곧 인욕선인이며, 몸과 마음이 함께 없음이 곧 부처님의 도이니라."

 

問 何者是精進이닛고

師云 身心不起가 是名第一牢强精進이니라 纔起心하야 向外求者는 名爲歌利王이 愛遊獵去니 心不外遊가 卽是忍辱仙人이며 身心俱無가 卽是佛道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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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리왕(歌利王) : 석가모니 부처님이 전생에 인욕선인(忍辱仙人)이었을 때의 본생담(本生譚)에 나오는 왕으로서, 자신의 궁녀들에게 법을 설하는 인욕선인을 잡아들여 귀와 코를 베고 팔다리를 자른, 극악무도한 인물이다. 사냥하기를 특히 즐겼다고 한다.

 

15. 무심한 행

 

 "만약 마음이 없으면 이 도를 행하여 얻을 수 있읍니까?"

 "마음없음[無心]이 바로 도를 행함이거늘 거기에 다시 더 얻고 말고 할 것이 있겠느냐? 만약 잠깐이라도 한 생각 일으키면 곧 경계이고, 한 생각 없다 하여도 경계이니라. 망령된 마음이 스스로 없어지면 더 이상 쫓아가 찾을 것이 없느니라."

 

問 若無心하면 行此道得否닛고

師云 無心이 便是行此道어늘 更說什麽得與不得고 且如瞥起一念하면 便是境이요 若無一念이라도 便是境이니 妄心이 自滅하면 無復可追尋이니라

 

16. 삼계(三界)를 벗어남

 

 "어떤 것이 3계를 벗어나는 것입니까?"

 "선과 악을 전혀 생각지 않는다면 그 자리에서 곧 3계를 벗어나느니라. 여래께서 세간에 출현하신 것은 3계를 부수기 위해서이다. 만약 모든 마음이 없다면 3계 또한 없느니라. 가령 작은 티끌 하나를 100등분 부수어 그 중 99등분은 없애고 한 등분만 남았더라도, 대승의 입장에서는 완전히 벗어난 것이 못된다. 100등분이 모두 다 없어야만 대승에 있어서 비로소 잘 벗어났다고 하느니라."

 

問 如何是出三界닛고

師云 善惡을 都莫思量하면 當處便出三界니라 如來出世는 爲破三有니 若無一切心하면 三界도 亦非有니 如一微塵을 破爲百分하야 九十九分은 是無하고 一分은 是有라도 摩訶衍에 不能勝出이요 百分이 俱無하야사 摩訶衍에 始能勝出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