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법명 '원택' 27. 법명 '원택' 김장준비를 위해 뿌린 무.배추의 새싹이 막 땅에서 고개를 내밀던 한여름이었다. 성철스님이 찾는다는 전갈에 큰스님 방으로 갔다. 별다른 사고나 실수를 하지 않았기에 '무슨 영문인가' 하며 긴장한 채 앉았다. "전에 내가 니보고 법명 받지 말고 평생 행자로 살아라 했제?" 큰스님이 지.. 산은 산 물은 물 2010.01.19
26. 영어 실력 26. 영어 실력 백련암은 '시주물을 화살인듯 피하라' 는 성철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가능한 자급자족하는 살림을 지향했다. 그러다보니 울력(공동작업) 이 많아 힘도 들었지만, 한철을 지내면서 속세에선 느끼기 힘든 생산의 기쁨을 직접 맛보는 재미도 적지않았다. 지금도 눈에 선한 것은 감자 수확이.. 산은 산 물은 물 2010.01.19
25. 법명 번복 소동 25. 법명 번복 소동 나보다 4-5개월 먼저 들어온 행자가 있었다. 마흔을 넘겨 늦어도 한참 늦게 출가한 분이다. 성철스님의 시찬(侍饌.큰스님 식사당번) 을 맡고 있던 그 스님이 법명(法名) 을 받던 날이었다. "뭐라꼬?" 갑자기 큰스님 방에서 고함 소리가 낭자하고 여러 스님들이 들락날락 불려다녔다. 무.. 산은 산 물은 물 2010.01.19
24. 내 이빨 물어줄래? 24. 내 이빨 물어줄래? 어느 날 중년의 스님 한 분이 백련암을 찾아왔다. 점심시간이 지났는데, 먼 길 오느라 끼니를 걸른 스님께 밥상을 차려드려라는 원주스님의 명에 따라 내가 상을 봐드렸다. 10여분이나 지났을 시간, 그 중년 스님이 마루로 뛰어나와선 고함을 질렀다. "이 절 공양주가 누구야? 어서 .. 산은 산 물은 물 2010.01.19
23. 시줏돈과 팁 23. 시줏돈과 팁 사찰의 부엌 살림은 대개 공양주(밥하는 직책) 와 채공(반찬 만드는 직책) 이 맡아 꾸려간다. 밥은 한가지나 반찬은 여러가지인지라 채공이 더 힘든 일이다. 그러나 신도들 대부분은 공양주에게 인사를 차린다. 법당 부처님께 올리는 마지(밥) 를 공양주가 불기(佛器) 에 소담스럽게 담아.. 산은 산 물은 물 2010.01.19
22. 육조단경 설법 22. 육조단경 설법 헉헉거리며 성철스님의 뒤를 따라 백련암에 올라오면서도 설법의 음성은 귓속을 떠나지 않았다. 큰스님의 법문은 육조(六祖) , 즉 달마대사로부터 시작된 선종(禪宗) 의 법통을 이은 여섯번째 조사(祖師) 인 혜능(慧能.638-713) 의 가르침에 관한 것이었다. 흔히 '육조 혜능' 이라 부르는.. 산은 산 물은 물 2010.01.19
21. 사투리 설법 21. 사투리 설법 도시를 떠나 산에 살게되면서 내심 걱정이 많았었다. 뱀에 물리지 않을까, 큰 짐승이 나타나지 않을까, 옻나무가 많은데 옻물 오르지 않을까…등등. 모든 것이 걱정거리였다. 그런데 오솔길을 가다가 한눈 파는 사이 기어이 뱀에 물리고 만 것이다. 허벅지 위를 허리줄로 묶고 산아래 약.. 산은 산 물은 물 2010.01.19
20. 연등 없는 백련암 20. 연등 없는 백련암 공양주로 밥 지으랴, 나무 울력 나가랴, 철철이 농사지으랴…. 짬짬이 예불하고 참선을 한다고 하지만 몸이 피곤하다보니 공부가 쉽지 않았다. 아침 먹고 울력, 점심 먹고 울력, 저녁 예불을 마치고 비로소 좌복(좌선할 때 깔고 앉는 큰 방석) 위에 앉으면 몸이 천근만근이다. 산사(.. 산은 산 물은 물 2010.01.19
19. 가장 긴 꾸중 19. 가장 긴 꾸중 어설픈 행자시절, 성철스님의 꾸중엔 은근한 사랑과 관심이 담겨 있었기에 누구보다 많은 꾸중을 들으면서도 그럭저럭 지낼 수 있었다. 내가 스님으로부터 가장 큰 꾸중을 들은 것은 행자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지금은 백련암에도 전기가 들어오고 기름보일러 시설이 갖춰.. 산은 산 물은 물 2010.01.19
18. 큰 스님 환갑날 18. 큰 스님 환갑날 행자생활에서 가장 답답했던 점은 말상대가 없다는 것이다. 행자가 공경해야할 스님들에게 이야기를 먼저 할 수 없고, 스님들도 행자라는 존재에 관심이 없는 듯 아예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처음 절 생활을 하는 입장에선 온갖 것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내 입.. 산은 산 물은 물 2010.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