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영가선종집」에 대한 평/ 영가 현각(永嘉玄覺)스님
영가 현각(永嘉玄覺 ? ~713)스님은 다음과 같은 게를 지었다.*
만일 지(知 : 惺惺)로써 고요함[寂寂]을 안다면
이는 ‘무연지(無緣知)’가 아니니
손으로 여의주를 잡을 때
여의주 잡는 손이 없지는 않은 셈이다
지 자체로 지를 안다 해도
그것은 ‘무연지’가 아니니
손으로 주먹을 쥘 때
주먹 쥐는 손이 없는 건 아니다
또한 지로 고요함을 알지도 않고
지로 지를 알지 않는다 해도
지(知)가 없다고 할 수 없음은
본성이 분명하여
목석과 다르기 때문이다
손으로 무엇을 잡지도 않고
맨 주먹을 쥐지도 않았을 때에
손이 없다 말할 수 없음은
손이 엄연히 있어서
토끼뿔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若以知知寂 此非無緣知
如手執如意 非無如意手
若以自知知 亦非無緣知
如手自作拳 非是不拳手
亦不知知寂 亦不自知知
不可爲無知 以性了然故
不同於木石 如手不執物
亦不自作拳 不可爲無手
以手安然故 不同於兎角
연수 지각(延壽智覺 : 904~975)스님은 이 게에 대하여 말하였다.
“이는 선종의 오묘한 뜻이 담겨 있기에 지금까지도 전해오고 있지만 한편 조금은 다른 점이 있다. 게송에서는 반연없는 참지혜[無緣眞智]를 나타내는 것을 참다운 도라고 말하였는데, 만일 그것조차 부정하는 입장에서라면 다만 본심을 드러내면 될 뿐 망념을 대치할 것도 없기에 지혜로써 마음의 근원을 비춰 보는 일은 없다. 모름지기 주관[能]과 객관[所]이 평등하여 한결같이 관조함을 잃지 않아야 ‘무지의 지혜[無知之知]’라 한다. 그러므로 고요하여 남이 없는[空寂無生] 여래장성(如來藏性)에 의하여 아는 것만이 바야흐로 오묘한 것이다.”
지각스님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영가스님의 게송이 밝게 깨달은 자리까지도 겸하여 말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러나 영가스님은 다만 깨달음을 얻은 뒤의 병통을 말하는 데에 그쳤다. 두 노스님의 말씀은 모두 옳은 것이다. 그러나 천하의 이치를 어찌 한마디로 다할 수 있겠는가? 영가스님의 게송을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해도 역시 옳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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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10문단으로 된 「영가선종집(永嘉禪宗集)」 중에 지관(止觀)을 닦는 부분에서 지(止)에 관한 게송을 인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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