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임간록林間錄

50. 물려받은 인연을 간직함/ 황룡 혜남(黃龍慧南)스님

쪽빛마루 2015. 1. 12. 09:09

50. 물려받은 인연을 간직함/ 황룡 혜남(黃龍慧南)스님

 

 혜남(慧南)스님이 귀종사(歸宗寺)의 주지로 있을 무렵, 화주승을 건상(虔上)지방으로 보내었는데 그가 돌아와 말하였다.

 “유군(劉君)이라는 신도 한 사람이 제가 그 곳을 떠나올 때 교외까지 나와 전송하면서 축원하기를, ‘노스님의 게 한 수를 구하여 자손 대대로 복전을 삼겠읍니다’고 하였읍니다.”

 그 이듬해 스님은 게를 지어 보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건상에 갔던 스님 여산에 돌아와

맨처음 하는 말이 ‘거사가 게 한 수 청하더라’고

붓들어 그대에게 내 마음을 전하노니

요사이 늦가을 숲에 낙엽이 날린다오.

 

虔上僧歸廬岳寺  首言居士乞伽陀

援毫示汝箇中意  近日秋林落葉多

 

 그 후 40년이 지나 운암(雲庵)스님이 그 다음으로 귀종사의 주지가 되니 법석(法席)은 전보다도 더욱 융성하였다. 유군의 아들이 혜남스님의 게를 들고 찾아와 대중스님에게 음식을 공양하고 그 사실을 말하니, 운암스님은 법당에 올라 게를 지었다.

 

은사스님 그 옛날 이 절에 주지할 때

그대 집에 게를 보내 인연을 맺었어라

내 이제 주지되어 또 다시 게 지으니

이를 남겨 자손에게 전하게나.

 

先師昔住金輪日  有偈君家結淨緣

我住金輪還有偈  卻應留與子孫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