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물려받은 인연을 간직함/ 황룡 혜남(黃龍慧南)스님
혜남(慧南)스님이 귀종사(歸宗寺)의 주지로 있을 무렵, 화주승을 건상(虔上)지방으로 보내었는데 그가 돌아와 말하였다.
“유군(劉君)이라는 신도 한 사람이 제가 그 곳을 떠나올 때 교외까지 나와 전송하면서 축원하기를, ‘노스님의 게 한 수를 구하여 자손 대대로 복전을 삼겠읍니다’고 하였읍니다.”
그 이듬해 스님은 게를 지어 보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건상에 갔던 스님 여산에 돌아와
맨처음 하는 말이 ‘거사가 게 한 수 청하더라’고
붓들어 그대에게 내 마음을 전하노니
요사이 늦가을 숲에 낙엽이 날린다오.
虔上僧歸廬岳寺 首言居士乞伽陀
援毫示汝箇中意 近日秋林落葉多
그 후 40년이 지나 운암(雲庵)스님이 그 다음으로 귀종사의 주지가 되니 법석(法席)은 전보다도 더욱 융성하였다. 유군의 아들이 혜남스님의 게를 들고 찾아와 대중스님에게 음식을 공양하고 그 사실을 말하니, 운암스님은 법당에 올라 게를 지었다.
은사스님 그 옛날 이 절에 주지할 때
그대 집에 게를 보내 인연을 맺었어라
내 이제 주지되어 또 다시 게 지으니
이를 남겨 자손에게 전하게나.
先師昔住金輪日 有偈君家結淨緣
我住金輪還有偈 卻應留與子孫傳
'선림고경총서 > 임간록林間錄' 카테고리의 다른 글
52. 화엄경 강사를 조복시킴/ 영명 연수(永明延壽)스님 (0) | 2015.01.12 |
---|---|
51. 「열반경」에 설하는 복덕상 (0) | 2015.01.12 |
49. 「정종기」에 실린 삼조에 대한 기록 (0) | 2015.01.12 |
48. 「영가선종집」에 대한 평/ 영가 현각(永嘉玄覺)스님 (0) | 2015.01.12 |
47. 인도승에게 예언받은 여섯 선지식/ 분양 무덕(汾陽無德)스님 (0) | 2015.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