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임간록林間錄

62. 직접 참방하여 종풍을 얻을 것을 권유함/ 분주 무덕(汾州無德)스님

쪽빛마루 2015. 1. 12. 09:15

62. 직접 참방하여 종풍을 얻을 것을 권유함/ 분주 무덕(汾州無德)스님

 

 분주 무덕(汾州無德)스님은 문도들에게 설법할 때 동산스님의 ‘편정오위(偏正五位)’와 임제스님의 ‘삼현 삼요(三玄三要)를 자주 이야기하였으며, 「광지가(廣智歌)」를 지어 15가(一五家)의 종풍(宗風)를 밝혔다. 이는 참방을 게을리하고 적은 경지를 얻은 것만으로도 만족해 하는 후학을 보고서 많은 참방을 권유하는 경책이 아니겠는가?

 누군가 선지식이라는 자에게 물으면 답하기를, “우리 가문에서는 옛부터 본분의 일[本分事]이 있는데 그것은 모두 옛사람이 한때 나름대로의 방편[門庭]을 세워 한 말에 불과하니, 참구해 볼 가치가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이는 마치 한 글자도 모르는 까막눈이 책을 가지고 멍텅구리 바보에게 물으면 바보가 “이는 먹으로 종이를 채운 것인데 어찌하여 나에게 묻느냐?”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니, 삼척동자도 웃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예전에 어느 스님이 설봉의존(雪峯義存 : 822~908)스님에게 물었다.

 “임제스님에게 ‘네 가지의 할[四喝]’이 있다는데 그 뜻이 무엇입니까?”

 “내, 처음 사방을 돌아다닐 때 곧장 하북(河北) 지방으로 갔었는데 뜻밖에도 도중에 임제스님이 입적하여 뵈옵지 못하였다. 그 곳의 종지는 내 모르는 바이니, 네가 그들의 법손을 찾아가 물어보도록 하라.”

 그 스님은 남원(南院 : 860~930 ?, 임제종 스님으로 六化存獎의 법을 이음)스님을 찾아가 다시 묻고 또한 설봉스님이 보낸 뜻을 말하니, 남원스님은 설봉스님 쪽을 향하여 두 차례의 절을 올린 뒤 말을 이었다.

 “스님께서는 참으로 선지식이십니다.”

 아! 오늘날, 바보처럼 시끌벅적대며 지껄여대는 자들이 설봉스님의 마음 씀씀이를 듣는다면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식은 땀이 흐르지 않을 자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