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문열스님의 부도를 참배함
내 일찌기 몇 명의 스님들과 운봉 문열(雲峯文悅)스님의 부도를 배알하게 되었다. 절을 올리고 일어나 탑을 어루만지면서 자문자답(自問自答)하였다.
“살아 계십니까? 돌아가셨습니까?”
한참 후 스스로 답하였다.
“이 탑을 밀쳐 자빠뜨릴 수 없구나.”
이 말에 곁에 있던 승려가 말하였다.
“오늘 상황이 바로 도오(道吾)스님의 인연 같습니다.”
그래서 게를 지어 설법하였다.
알지 못하여 묻고
보지 못하여 다투지만
원만히 앞에 나타나 있는데
무얼 다시 말하랴
단단한 육체에도
생로병사는 어쩔 수 없는 것
앞에 놓인 이 탑을
밀쳐 자빠뜨릴 수 없구나.
不知卽問 不見卽討
圓滿現前 何須更道
維堅密身 生死病老
面前塔子 不可推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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