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오가정종찬五家正宗贊

3. 남원 혜옹(南院慧顒)선사 / 860~930

쪽빛마루 2015. 2. 7. 07:59

3. 남원 혜옹(南院慧顒)선사

    / 860~930

 

 스님의 흥화 존장스님의 법제자로 하북(河北) 사람이며, 법명은 혜옹(慧顒), 속명은 보응(寶應)이다.

 스님이 상당하여 말하였다.

 “여러 총림에 줄탁을 동시(啐啄同時 : 어미와 새끼가 안밖에서 알껍질을 쪼아 병아리가 부화되듯이 스승과 제자의 기연이 맞아 깨침)에 하는 안목[眼]은 있지만 줄탁을 동시에 하는 작용[用]은 없다.”

 한 스님이 물었다.

 “줄탁을 동시에 하는 작용이란 무엇입니까?”

 “스승[作家]이 줄탁을 하지 않으면 줄탁을 동시에 놓치게 된다.”

 “그 말씀은 제가 물은 것이 아닙니다.”

 “그대가 묻는 것은 무엇이냐?”

 “놓쳤습니다.”

 그러자 스님이 그 스님을 때렸는데 그는 수긍하지 않았다.

 

 대중에게 말하였다.

 “알몽뚱이로 천길 벼랑 위에 서 있노라.”

 그러자 한 스님이 나서며 물었다.

 “알몽뚱이로 천길 벼랑 위에 서 있다는 말씀은 스님의 말씀이 아닙니까?”

 “그렇다.”

 그가 선상을 뒤집어버리자 스님이 말하였다.

 “이 막돼먹은 놈 좀 보게나”

 그가 무어라 하려는데 스님은 때려 절 밖으로 내쫓아버렸다.

 

 한 스님이 물었다.

 “두 왕이 만났을 때는 어떻습니까?”

 “사거리에서 퉁소[尺八]를 분다.”

 “옛 성인들은 죽어서 어디로 갔습니까?”

 “천당에 올라가지 않았으면 지옥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그렇다면 스님께서는 어떻게 됩니까?”

 “이 보응이 갈 곳을 아느냐?”

 그가 무어라 하려는데 스님은 불자를 들어 한 차례 때렸다.

 

 어느 날 스님이 신참승에게 물었다.

 “어디서 떠나왔는가?”

 “양주(襄州)에서 왔습니다.”

 “무슨 물건이 이렇게 왔는가?”

 “스님께서 한번 말씀해 보십시오.”

 “조금 전에 절한 자가 아니냐?”

 “틀렸습니다.”

 “절한 것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또 다시 잘못을 범하면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30년 동안 말타고 놀다가 오늘 당나귀 앞발에 밟혔구나. 이 눈먼 놈아, 큰방에 들어가 참구나 하거라.”

 

 한 스님이 물었다.

 “어떤 사람이 눈 푸른 이를 만났을 땐 어떻습니까?”

 “귀신이 새까만 칠통에서 다투는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옛 집을 다시 지을 때는 어떻습니까?”

 “궁중의 기와에 비녀가 꽂혔구나.”

 “그렇게 되면 불전 장엄이 다 된 것입니까?”

 “풀을 베니 뱀대가리가 떨어진다.”

 

 한 스님이 물었다.

 “금방 좋아했다 금방 성낼 때는 어떻습니까?”

 “폭포가 쏟아지고 산악이 무너진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봉탑(無縫塔)이란 무엇입니까?”

 “7, 8월에 떨어지는 꽃잎이다.”

 “그 탑 속에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머리도 빗지 않고 얼굴도 씻지 않는다.”

 

 한 스님이 물었다.

 “조사의 뜻과 경전의 가르침이 같습니까 다릅니까?”

 “황상서(黃尙書)와 이복야(李僕射 : 진나라 때는 활 쏘는 것을 맡아보던 벼슬이었는데 당나라 후에는 상서성으로 되었음)이다.”

 “무슨 뜻입니까?”

 “우두(牛頭 : 지옥사자)는 북쪽으로 마두(馬頭 : 지옥사자)는 남쪽으로 간다.”

 

 어느 날 한 스님에게 물었다.

 “요사이 어디서 떠나왔는가?”

 “용흥사(龍興寺)에서 왔습니다.”

 “오는 길에 섭현(葉縣)을 들렸느냐?”

 그가 갑자기 악! 하였다.

 “좋게 물었는데 그렇게 발악하는 건 또 뭐냐?”

 “발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이번에는 스님이 악! 하고 말하였다.

 “네가 먼저 발악을 하기에 나도 한번 해본 것이다. 가까이 오너라. 나도 큰 잘못을 범하였고 너도 큰 잘못을 범하였다. 눈먼 놈아, 큰방에 들어가 참구나 하거라.”

 

 찬하노라.

 

한마디에 종문의 강령을 정하니

작가는 줄탁하지 않는 법

얼음같은 마음은 흥화스님의 맏이요

기린뿔 용뿔은 임제스님의 친손자로다

 

알몸뚱이로 천길 벼랑 위에 서니

선상을 뒤집는 눈먼 당나귀에게 몽둥이질하고

사거리에서 두 왕이 서로 만나니

퉁소소리에 아악이 어우러지도다

 

성인들은 죽어 어디로 가는가 함에

지옥에 가지 천당에 오르지 못한다 거짓말하며

어떤 물건이 이렇게 왔느냐 물으니

말타고 놀다가 이번에는 당나귀에게 짓밟힘이 분명하구나

 

한 기연 한 경계마다

북두성의 자리를 뒤바꾸고

금방 좋아했다 금방 성을 내니

폭포가 쏟아지고 산악이 무너지네

 

머리도 빗지 않고 얼굴도 씻지 않는다 하니

무봉탑 속의 사람을 그렸는데 모습을 완성하지 못했고

마두는 북으로 우두는 남으로 간다 하니

조사의 뜻과 경전의 뜻을 헤아림은 모두 틀린 일이다

 

노숙은 작가종장을 따르며

곽시자와 함께 한두 차례 동참했고

신참 풋내기 놀려대며

용흥사 스님과 서로서로 발악하는구나

 

천 분 성인의 눈으로 그의 종적 찾으려니

푸른 하늘에 비바람 우뢰 천둥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