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오가정종찬五家正宗贊

5. 수산 성념(首山省念)선사 / 926~993

쪽빛마루 2015. 2. 7. 08:01

5. 수산 성념(首山省念)선사

    / 926~993

 

 스님은 풍혈스님의 법제자이며 법명은 성념(省念)으로 내주 적씨(萊州狄氏) 자손이다.

 스님이 원두(園頭)인 진(眞)스님과 함께 방장으로 올라가 풍혈스님에게 문안드리자 풍혈스님이 진원두에게 물었다.

 “세존의 ‘설법하지 않는 설법[不說說]’이란 무엇이냐?”

 “비둘기가 나무 위에서 지저귑니다.”

 “그렇게 어리석은 복이나 숱하게 지어서 무얼하려느냐? 어찌하여 그 말씀[言句]을 체득하지 않느냐?”

 다시 스님(성념)에게 같은 질문을 하니 스님이 말하였다.

 “행동과 용모에 옛 도를 드러내되 조용한 데[悄然] 빠지지 않는 일입니다.”

 그러자 풍혈스님은 진원두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어찌하여 저 염법화(念法華 : 성념의 별명)의 한마디 말을 듣지 못하느냐.”

 

 어느 날 백조 회초(白兆懷楚)스님이 여주(汝州)에 와서 가르침을 베풀었는데 풍혈스님은 스님을 그곳에 보내 말을 전하도록 하였다. 스님은 백조스님을 만나자마자 방석을 집어들고서 물었다.

 “펴야 옳겠소, 펴지 말아야 옳겠소?”

 “네 알아서 하라.”

 스님이 대뜸 악! 하자 백조스님이 말하였다.

 “내 이제껏 선지식을 친견해 왔지만 이처럼 경황없는 일은 일찍이 없었다.”

 “좀도둑이 대패하였구나.”

 “내일 풍혈스님을 만나기만 하면 낱낱이 이야기하리다.”

 “그렇게 하시오, 그렇게. 잊지 말고.”

 스님이 돌아와 풍혈스님에게 이야기하니 풍혈스님이 말하였다.

 “오늘 네가 좀도둑으 또 하나 거두어들였구나.”

 “뛰어난 솜씨가 있는 이는 이름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이튿날 백조스님이 풍혈스님을 만나자마자 어제 있었던 이야기를 하니 풍혈스님은 말하였다.

 “어제뿐만 아니라 오늘은 숨겨둔 것까지 뺏겼소.”

 이를 계기로 스님은 명성을 드날리게 되었다.

 

 스님은 대중에게 법문하셨다.

 “불법이 국왕과 대신 등 힘있는 시주들에게 부촉되어 대대로 등불이 끊이지 않고 이어오는데, 대중들이여! 말해 보아라. 무엇이 이어져왔는가를.”

 잠자코 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이 일은 가섭 사형이라야 되는 일입니다.”

 이때 한 스님이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영산회상의 법회와 오늘 이 법회가 어떻게 다릅니까?”

 “구덩이에 떨어졌구나.”

 “무슨 까닭에 이렇게 되었습니까?”

 “눈이 멀었기 때문이다.”

 “무엇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한마디에 천줄기 강물을 끊어버리고, 만길 봉우리 앞에서야 비로소 묘함을 얻노라.”

 “무엇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초나라 왕성 언덕에 여수(汝水)가 동으로 흐른다.”

 

 상당하여 말하였다.

 “만일 이 일을 논한다면 실제로 ‘으뜸 원(元)자’ 한 자에도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는 곧 법좌에서 내려왔다.

 

 한 스님이 물었다.

 “여래의 말씀은 어떤 모습입니까?”

 “당나귀 울음소리, 개 짖는 소리다.”

 “무엇이 부처입니까?”

 “신부는 나귀를 타고 시어머니는 고삐를 잡고 간다.”

 “이 말씀은 어느 법문에 들어 있습니까?”

 “3현(三玄)도 그것을 포함할 수 없는데 4구게(四句偈)인들 그것을 포함할 수 있겠느냐?”

 “무슨 뜻입니까?”

 “긴긴 하늘 땅에 해도 밝고 달도 밝구나.”

 상당하여 말하였다.

 “첫번째 마디[第一句]에서 깨치면 불조의 스승이 될 수 있고, 두 번째 마디에서 깨치면 인천(人天)에게 스승이 될 수 있으며, 세 번째 마디에서 깨치면 자기도 구제할 수 없다.”

 

 한 스님이 물었다.

 “곧장 끊는 한 길[徑截一路]은 어떤 것입니까?”

 “때로는 산속에 때로는 숲 아래에 있다.”

 “예로부터 성인은 어떤 길로 가셨습니까?”

 “보습을 끌면서 쟁기자루를 당기셨다.”

 “무엇이 도입니까?”

 “화로 속 불씨를 무심결에 헤치고 곳곳에 이리저리 마음대로 노는구나.”

 “그 도 속에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앉아서 아름다운 노을 바라보니 흰구름만 못하구나.”

 

 찬하노라.

 

바다를 가지고 노는 푸른 용이요

무리에서 빼어난 좋은 말이로다

 

새가 물어온 약을 먹고서

환골탈태(換骨脫胎)하여 보고

어린아이 울음 달래는 돈을

마음 다해 집어던져버렸네

매사에 고풍을 드날린다 하여

풍혈의 깊은 함정에 빠져버리고

솜씨 좋은 이는 티를 내지 않는다 하여

백조스님 장물도 빼앗고 낭패도 보였구나

 

가풍이 새나가 적잖게 고달프니

일천 강나루와 일만 봉우리 앞이라

곧바로 끊어 가는 길에 우회로는 더욱 많아

때로는 산속이요, 때로는 숲 아래로다

 

맹인과 뒤섞여 더듬거리는 눈먼 사나이

영산회상을 구덩이 아래로 밀쳐버리고

악독을 가슴속에 잊지 않고서

옛 성인 몰아세워 보습 끌고 쟁기자루 잡게 했네

 

나귀울음 개 짖는 소리가 부처의 소리니

누가 그 소리를 듣고파 하랴

긴긴 하늘과 땅이 참다운 불신이라니

보증하노니 아직도 깨치지 못했구나

 

비록 세 마디로 천하 납승을 시험했지만

내 한번 물어보리다

신부는 나귀타고 시어미는 고삐 잡고 간다 하니

이게 무슨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