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분양 선소(汾陽善昭)선사
/ 947~1024
스님의 법명은 선소(善昭), 태원(太原) 사람이며 속성은 유씨(兪氏)다. 처음 수산 선념스님을 뵈었을 때, 마침 상당법문을 하고 있었는데 스님은 앞으로 나아가 물었다.
“마조스님이 상당하시자 백장스님은 돗자리를 말았는데 그 뜻이 무엇입니까?”
“곤룡포의 소맷자락을 펼쳐보이니 온몸이 그대로 드러나는구나.”
“스님께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코끼리 가는 곳에 여우 자취 끊어진다.”
스님은 이 말끝에 크게 깨쳤다.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한마디에 3현문(三玄門)이 갖춰져야 하며 각 현문(玄門)마다 3요로(三要路)가 갖춰져야 한다. 또한 조(照)에도 때가 있으니 선조후용(先照後用), 선용후조(先用後照), 조용동시(照用同時), 조용부동시(照用不同時)가 그것이다. 선조후용은 그대들과 헤아려 볼일이겠지만 선용후조는 역시 그 사람이어야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조용동시는 그대들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으며, 조용부동시는 또한 어떻게 머물 수 있겠는가?”
대중에게 설법하였다.
“이 분양에게 세 가지 비결[三訣]이 있는데, 납승들이 알아내기엔 어려움이 있다. 그래도 거기서 어찌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바로 주장자를 날려주리라.”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첫 근기[初機]를 지도하는 한마디입니까?”
“너는 행각승이다.”
“납승을 알아내는 한마디는 무엇입니까?”
“서쪽에서도 해는 묘방(卯, 동쪽)에서 돋는다.”
“무엇이 바른 가르침[正令]이 행해지는 한마디입니까?”
“천리길을 지니고 와서 친구의 편지를 바치는구나.”
“무엇이 하늘 땅을 바로잡는 한마디입니까?”
“좋은 쌀밥을 먹는 북구로주(北俱盧洲) 사람은 좋은 일도 없지만 성낼 일도 없다.”
한 스님이 물었다.
“객 중에 객[賓中賓]이란 무엇입니까?”
“암자 앞에서 합장하고 세존에게 법을 묻는다.”
“객 중에 주인[賓中主]이란 무엇입니까?”
“얼굴을 마주하고서도 짝 될 사람이 없다.”
“주인 중에 객[主中賓]이란 무엇입니까?”
“쭉 펼쳐진 구름이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데 칼을 빼어들고 용문을 휘젓는다.”
“주인 중에 주인[主中主]이란 무엇입니까?”
“세 머리 여섯 개의 팔로 천지를 떠받들고 화난 나타(那吒 : 부처의 수호신)는 제석천의 범종을 마구 두드린다.”
한 스님이 물었다.
“학인이 힘쏟아야 할 곳[箸力處]은 어디입니까?”
“가주(嘉州)에서는 큰 관음상을 두드린다.”
“학인이 몸을 바꾸는 곳[轉身處]은 어디입니까?”
“섬부(陝府)에서는 무쇠소에 물을 붓는다.”
“학인에게 가까운 곳[親切處]은 어디입니까?”
“ 서하(西河) 에서는 사자놀이를 한다.”
북쪽지방의 지독스러운 추위 때문에 스님은 야참법회를 그만두었는데 이역승(異域僧) 한 사람이 지팡이를 휘두르며 찾아와 말하였다.
“이 회중에는 여섯 명의 대사가 있는데 어찌하여 설법을 하지 않는가?”
말을 마치자 공중으로 사라져버렸는데 스님은 게송으로 이를 기록하였다.
이역 스님이 금지팡이 휘두르며
법문을 청하고자 분양 땅에 왔네
여섯 사람이 큰 그릇 이룬다고
나더러 설법하라 청하시네.
胡僧金錫光 請法到汾陽
六人成大器 勸請爲敷揚
찬하노라.
고고함은 세상에 다시 없고
고요히 물러남은 보통사람을 뛰어났네
보배 솥과 향기로운 방은 말쑥한 사당의 성서이며
보배 숲과 옥같은 나무는 창해의 보배이어라
큰 코끼리 가는 곳에 여우 자취 끊긴단 말에
말 밖의 뜻을 활짝 깨닫고
취모검을 뽑아들고 용문을 휘저으니
누가 주인 가운데 객[主中賓]을 알랴
모진 화살과 칼날을 내두르는 기봉으로
3현문 열어제치니 조(照)도 있고 용(用)도 있네
천지를 바로 세우는 한마디에
좋은 멥쌀밥 먹는 사람 기쁨도 없고 노여움도 없다네
서하 땅 사자놀이에는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이 없으니
진실함을 말하여도 절실하지 못하고
섬부의 무쇠소에 물 끼얹느라 기력이 다하니
몸을 바꾸려 해도 바꾸기 어려워라
묘방[機關]을 훔치는 일 일천 성인도 모른다 하나
납승을 가려내는데 세 가지 비결이 있고
귀신같은 자취를 오랑캐 중에게 들켜서
큰 그릇 이룰 제자 여섯이라 하였네
섭현스님과 함께 지낼 적엔
한 구덩이 속이라 흙이 다르지 않더니
자명스님 쫓아내며 성내고 욕할 때는
물크러진 밥을 잡신에게 올리노라
번갯불 번뜩이고 회오리바람 치듯이
일흔두 분의 선지식 참방하고
진흙탕을 뒤집어쓴 곳엔
가장 괴로운 것이 십지동진(十智同眞)*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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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지동진(十智同眞) : 분양 선소스님이 납자를 지도하는 방편으로 세운 10가지. 즉 동일질(同一質), 동대사(同大事), 총동참(總同參), 동진지(同眞智), 동편보(同偏普), 동구족(同具足), 동득실(同得失), 동생살(同生殺), 동음후(同音吼), 동득입(同得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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