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흥화 존장(興化存獎)선사
/ 830~888
스님의 법명은 존장(存獎)이며, 위주(魏州) 사람이다. 처음 임제스님을 찾아가니 임제스님이 시자로 삼았다. 하루는 임제스님이 한 신참승에게 물었다.
“어디에서 왔느냐?”
“ 난성(鑾城)에서 왔습니다.”
“일이 있으면 서로 물어볼 수 있겠느냐?”
“처음 계를 받아 잘 모르겠습니다.”
“이 크나큰 당나라를 다 찾아봐도 이처럼 잘 모르겠다는 사람을 만나기 어렵지. 큰방에 들어가 참구하여라.”
스님은 임제스님에게 물었다.
“조금 전에 찾아온 신참승을 제가 탈바꿈시켜 볼까요?”
“내가 누구라고 그대가 탈바꿈을 시키든 말든 관여를 하겠느냐?”
“스님께선 죽은 참새도 땅 위에서 뛰놀게 하면서 뒤바꿔 줄 한마디[一轉語]를 던져 다 덮어줄 줄은 모른신다는 말씀입니까?”
“그래, 그대는 어찌하겠느냐?.”
“스님께서 신참승이 되어 주십시오.”
그리하여 임제스님이 말했다.
“처음 계를 받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아이구 내가 잘못했구나.”
“그대 말속에 칼날이 감춰져 있구나.”
이 말에 스님이 무어라 하려는데 임제스님이 후려쳤다. 저물녘에 또다시 임제스님이 말하였다.
“내가 오늘 신참승에게 물었던 그것이 죽은 참새를 땅 위에서 뛰게 하고 둥지를 때린 것이다. 그대가 말을 하게 되면 저 구름 속에 할(喝)을 일으키리라.”
스님이 “좀도적이 대패했구나!” 하고 소리치자 임제스님은 이번에도 후려쳤다.
그 후 스님은 삼성 혜연스님의 회중에 찾아가 수좌를 시켜달라하여 수좌가 되었는데 늘 이렇게 말했다.
“내 남방을 온통 돌아다녔지만, 여태껏 이 주장자 끝으로 불법을 아는 이를 한 사람도 들춰내지 못하였다.”
삼성스님은 그 말을 듣고 “그대는 무슨 눈을 가지고 있느냐?”하니 스님은 악! 하였는데, 삼성스님은 “그대라야 이럴 수 있지” 하였다.
대각(大覺)스님은 이 말을 듣고서 “어찌하면 이 대각의 문까지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라고 하였는데, 스님은 뒤에 대각스님 회중에 찾아가 원주(院主)가 되겠다고 자청하여 원주가 되었다. 하루는 대각스님이 스님을 불러놓고서 말하였다.
“내 듣자하니 그대가 남방을 다 돌아다녔지만 여태껏 주장자 끝으로 불법 아는 이를 들춰내지 못하였다고 하였다는데 그대는 무슨 눈을 가졌느냐?”
스님이 악! 하자 대각스님은 몽둥이를 뽑아들었다. 이에 스님이 무어라 하려는데 대각스님은 사정없이 때렸다. 스님은 다시 악! 하자 대각스님이 또 때렸다. 이튿날 스님이 법당 앞을 지나가는데 대각스님이 “원주!”하고 불러세워 물었다.
“어제 그 자리에서는 그대의 두 번 할(喝)을 의심치 않았는데 다시 말해 보아라.”
“삼성 사형의 회중에서 빈주구(貧主句)를 얻었지만 사형에게 모조리 꺾이고 말았으니, 나에게 안락법문(安樂法門)을 하나 내려주십시오.”
“이 눈먼 놈이 여기까지 와서 낭패를 당하고 누더기를 벗어 놓으니 뼈아픈 몽둥이 맛을 봐야겠구나.”
스님은 이 말끝에 황벽스님 회중에서 몽둥이를 얻어맞고 깨쳤던 임제스님의 도리를 얻게 되었던 것이다. 뒷날 스님이 개당법회를 하던 날 향을 뽑아들고 설법하였다.
“이 한 개를 삼성스님에게 올리자니 삼성스님은 나 때문에 너무나 외로워지겠고, 대각스님에게 올리자니 대각스님은 나 때문에 너무나 호사스럽게 되겠다. 차라리 은사 임제스님에게 올리는 편이 낫겠다.”
운거 도응(雲居道膺 ?~902)스님이 삼봉(三峰)에 살 때 스님이 운거스님에게 물었다.
“방편으로 질문 하나를 던져 스님의 경지를 더듬어 본다면 어떻겠습니까?”
대답이 없자 스님이 말하였다.
“생각컨대 스님은 이 물음에 답할 수 없을 것 같으니 절이나 올리고 물러가는 것이 좋겠소.”
그 후 20년이 지난 뒤 운거스님은 말하였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 당시 ‘하필(何必)이면...’이라는 말을 못했구나.”
그 후 운거스님이 화주(化主)를 보내자 스님이 말하였다.
“스님(운거)이 삼봉에 살 때 내가 그에게 질문 하나를 했는데 대답을 못하더니만 이제는 대답할 수 있을려는지 모르겠군.”
화주가 전날 말했던 운거스님의 이야기를 전하니 스님이 말하였다.
“나라면 그렇게 말하진 않았을 것이다. ‘굳이 그럴게 없지[不必]’라고 했을걸...”
한 스님이 스님에게 물었다.
“사방팔방에서 닥쳐올 때는 어떻게 합니까?”
“가운데를 쳐라.”
그 스님이 절을 올리자 스님은 말을 이었다.
“내 오늘 한 마을에 공양청을 받고 가던 도중 뜻하지 않게 폭풍우를 만나 옛 사당 안에서 비바람을 피하였다.”
대중에게 말하였다.
“듣자하니 길다란 행랑에서도 할(喝)을 하고 뒤편 창고에서도 할을 한다 하는구나. 여러분은 마구잡이로 할을 하지 말아라. 설령 그대들 할 소리에 이 흥화가 33천(天)으로 날아가 부딪쳐 아무 기운도 없이 되어 내려온다 해도 내가 다시 깨어나게 되면 정녕코 말해 주리라. 그대들은 아직 멀었다고. 왜냐고? 나는 아직까지 자주빛 비단장막에서 진주알을 흩뿌리면서 그대들에게 준 적이 없기 때문이지! 허공에 아무리 할 소리를 질러본들 무엇하겠느냐?”
어느 날 스님이 극빈유나(克賓維那)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머지않아 불법을 설하는[唱導]는 스님이 될 것이다.”
“저는 그런 무리에는 들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알고서도 들어가지 않겠다는 것이냐, 아니면 모르니까 들어가지 않겠다는 것이냐?”
“어쨌든 그렇게 하지는 않으렵니다.”
이에 스님이 그를 때린 후 대중에게 말하였다.
“극빈유나가 법싸움[法戰]에서 졌다. 벌금 5관(五貫)으로 밥을 지어 이 사원의 모든 대중에게 공양할 것이다.”
그리고는 극빈에게 밥을 먹지 못하게 하고 절에서 쫓아버렸다.
스님은 동참하던 스님이 찾아와 막 법당에 오르려는 것을 보는 순간 악! 하고 고함쳤다. 그러자 그 스님도 악! 하고 두세 발자국 걸어오니 스님이 다시 악! 하고 그도 또한 악! 하였다. 스님이 그가 가까이 다가서려는 순간 몽둥이를 뽑아드니 그는 또다시 악! 하였다. 이에 스님이 말하였다.
“이것 봐라. 이 눈먼 놈이 오히려 주인노릇을 하고 있구나.”
그 스님이 무어라 하려는데 스님은 후려쳐서 법당 아래로 쫓아버렸다. 이때 한 스님이 곁에 있다가 물었다.
“그 스님이 무슨 일로 스님의 비위를 거슬렸습니까?”
“나는 그가 처음 왔을 때 권실(權實), 조용(照用)이 있는가 하여 그의 얼굴에다 손을 두 차례 가로저어 보았지만 그는 이를 떨어버리지 못했다. 이런 놈을 때리지 않고 누구를 때린단 말이냐?”
한 스님이 스님에게 물었다.
“스님께서 오랫동안 보검을 감추었다 하니 오늘 당장 좀 보여주십시오.”
“보여줄 수 없다.”
“무엇 때문에 못 보여줍니까?”
“장화(張華 : 晉代의 학자)같은 눈이 아니라면 부질없이 북두성이나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 칼을 쓰는 사람은 어떻습니까?”
“칼을 눕혀 우주를 가로막으니 그 누가 감히 머리를 내밀겠느냐.”
당나라 광제(光帝)가 스님에게 물었다.
“내 중원을 수복하여 보물 하나를 얻었는데 지금까지도 그 값을 아는 사람이 없다.”
“폐하의 보물을 한번 빌려주십시오.”
광제가 손으로 두건(頭巾) 끝을 잡아당겨 보이자 스님이 말하였다.
“폐하의 보물을 누가 감히 값어치를 말할 수 있겠습니까?”
광제는 몹시 기뻐한 나머지 가사와 법호를 하사하였으나 받지 않았다. 이에 광제가 말을 하사하자 스님은 그 말을 타고 달리다가 떨어져 발을 다쳤다. 그리하여 지팡이를 짚고 걷는 신세가 되었는데 한 스님을 만나 물었다.
“이 노승을 알겠는가?”
“어찌 스님을 모를 턱이 있겠습니까?”
“절름발이 법사는 말은 할 수 있어도 걸을 수는 없다.”
찬하노라
임제의 맏이요
삼성의 수좌로다
뜨거운 할소리는 우뢰처럼 진동하고
겁없는 담력은 하늘만큼이나 크구려
살가죽 속에 피가 흐르지 않아
대각의 뼈아픈 몽둥이에 스승(임제)의 경지를 얻고
앞 이빨에 털이 나니
운거에 이르러 물음 하나 던져서 탐색의 도구로 삼았다
마을 공양 가는 길에 뜻하잖은 비바람으로
옛 사당에서 온몸을 피하였다고 그 누가 말하는가
남방을 돌면서 호랑이굴 마귀 궁전 찾아다녔지만
주장자 끝엔 하나도 들쳐내지 못하였네
소리 높혀 할을 멎게 하고서
자주빛 비단장막 속에서 명월주를 흩뿌리고
눈 있으나 힘줄 없어
북두건 끝에서 왕의 보물 가려냈네
동행스님 시험할 때 얼굴에 손 뻗쳐 두 차례 가로저어 보았지만
죽은 기량은 이미 다했고
극빈스님 때려 내쫓고 벌금으로 대중공양 마련하니
사람을 속인 일이 적지 않구려
보검을 당장 보여달라 하니
그 빛이 북두성까지 쏘아 엿보는 이는 장님이 된다나
죽은 참새를 땅 위에 뛰놀게 한다 하니
말 속에 칼날을 숨겼으나 그 정도 공으로는 죄갚기 어려우리
천자 마주하여 천자의 말을 타니
한때의 영광을 누렸으나
두 다리 절면서 조사의 길 헤쳐 보니
힘을 다해 가려해도 이를 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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