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대각 회련(大覺懷璉) 선사
/ 1009~1090
스님은 늑담 회징(泐潭懷澄)스님의 법을 이었으며, 법명은 회련(懷璉)으로 장주 진씨(漳州陳氏) 자손이다.
어머니가 사주(泗州) 스님 꿈을 꾸고서 태어났으므로 어릴 때 자(字)를 사주(泗州)라고 하였다. 스님은 늑담스님의 법석(法席)에 이르러 기연(機緣)이 투합되어 인가를 받고 늑담스님을 받들기 10여년 만에 여산(廬山)으로 행각을 떠나 원통 거눌(圓通居訥 : 1010~1072)스님의 회하에서 서기를 맡아보았다. 송나라 인종(仁宗)이 거눌스님을 궁궐로 초청하였으나 거눌스님은 이를 귀찮게 생각한 나머지 상소를 올려 스님을 대신 보냈다. 그리하여 조칙으로 스님을 정인사의 주지로 명하고 화성전(化成殿)으로 초청하여 불법의 대의를 묻고 뜻에 맞아 대각(大覺)이라는 법호를 하사하였다. 그후 중사(中使 : 내신)을 보내 묻기를 “이곳을 나가자마자 불자를 세워드니 아무도 그 앞에 마주 서기 어려움은 무슨 까닭인가?” 하니 스님은 송을 지어 아뢰었다.
그 절개는 대나무도 댈 바 아니며
삼태성(三台星)은 달 주위를 맴돌 뿐이네
한 분이 태양 아래 군림하시니
뭇 사람과는 같지 않더라.
有節非干竹 三星繞月宮
一人居日下 弗與衆人同
인종은 이를 보고 크게 기뻐하여 다시 편전(내전)으로 초청하여 비단부채를 하사하고 부채 위에 ‘원적송(元寂頌)’을 써주었다. 또한 문답한 시를 써서 내렸는데 모두 17편이나 되었다.
지화 연간(至和 : 1054~1055)에 스님은 산중으로 돌아가 노년을 쉬도록 해달라고 간청하는 게송을 지어 인종에게 올렸다.
6년 동안 왕도에서 조사기연 제창할제
두 차례나 궁전에서 황제 얼굴 뵈었네
청산에 은거하려 가는 이때에 어찌 이리 기쁜가
상자 가득 황제의 시를 받들고 가기 때문이리라.
六載皇都唱祖機 再會金殿奉天威
靑山隱去忻何得 滿篋唯將御頌歸
그러나 인종은 이를 허락하지 않고 게송에 화답하여 달래는 말을 보냈다.
“산은 여여(如如)한 본체이거늘 장차 어디로 돌아가려 하시오? 다시 서울에 머물며 불법을 일이키소서.”
스님은 다시 게송을 지어 감사의 뜻을 표하였다.
내신이 황제의 명 전하고자 궁궐을 나와
다시 신에게 이 선문에 머물라 하시니
청산도 이 못난 이를 받아주려 하지 않는데
백발의 몸으로 어찌 나라에 보탬이 되겠는가
성상의 은총은 정말이지 깊사오나
산림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변함 없다오
요임금의 어진 덕 하늘처럼 드넓으니
외로운 구름이 마음대로 날 수 있게 응낙하소서.
中使宣傳出禁圍 再令臣住此禪扉
靑山未許藏千拙 百髮將何補萬機
霄露恩輝方湛湛 林泉情味苦依依
堯仁況是如天濶 應任孤雲自在飛
인종이 용뇌수로 만든 발우를 하사하였는데 스님은 임금의 은혜에 감사하는 절을 올리고는 발우를 받들고 말하기를 “우리 불법에는 잿빛 옷을 입고 발우는 토기나 철기로 쓰니, 이 발우는 우리 불법에 맞지 않습니다” 하고는 이를 불살라버렸다. 사신이 이를 아뢰자 인종은 더욱 감탄해 마지 않았다.
한 스님이 물었다.
“천자가 송을 지어 친히 하사하셨는데 스님께서는 무엇으로 이 은혜에 보답하려 하십니까?”
손으로 땅을 짚으니 그 스님이 다시 물었다.
“이렇게 되면 왕에게 경사있어 만 백성이 이에 힘입게 되는 것입니까?”
“다섯자의 주장자로 황하수를 휘젓는다.”
개당(開堂)할 때 한 스님이 물었다.
“많은 부처는 세상에 나와 중생을 이롭게 하고 제도하였는데 사자좌에 오른 스님께서는 무엇을 가지고 중생을 제도하시렵니까?”
“산은 높고 물은 넓다.”
“뿌리없는 나무에 꽃이 피고 고기가 만길 높은 봉우리에 뛰어오릅니다.”
“신라에서는......”
“자비의 배는 맑은 물결 위에 노를 젓지 않는데 검협(劍峽)에서는 부질없이 나무거위를 놓아줍니다.”
“옷을 벗고 가시 위에 누웠다.”
“사람들은 말을 가지고 시험하려 듭니다.”
“그들은 편할대로 하는데 익숙하다.”
그 스님은 손뼉을 치면서 말하였다.
“다시 날뛰는군요.”
상당하여 말하였다.
“문수의 보검을 얻은 자가 존귀하다.”
그리고는 마침내 주장자를 뽑아들고 설하였다.
“나 정인사 대각은 오늘 이렇게 일천 성인들의 길을 그대로 끊어버렸다. 비록 그렇다지만 아직은 창과 방패가 서로 부딪치고 있는 형편이니 칼날을 닿지 않으려면 어떻게 움직여야 하겠는가?”
한참동안 잠자코 있다가 말을 이었다.
“들쑥은 저절로 돋아나 속절없이 물가에 서 있고 강남제비 처음 돌아오니 사람이 보이지 않는구나! 참구하여라.”
치평 연간(治平 : 1064~1067)에 스님은 상소를 올려 산사로 돌아가게 해 줄 것을 바라는 송을 지어 올렸다.
구름 덮인 천산만학에 개울 물소리
돌아가고픈 마음 이 봉우리에서 여생을 마치오리
남은 생애 황제의 만수무강을 빌며
한 줄기 맑은 향 올리노니 돌다락에 향기 가득하소서
千蔟雲山萬壑流 歸心終老此峰頭
餘生願祝無彊壽 一炷淸香滿石樓
송나라 영종(英宗)은 더 만류할 수 없다 생각하고 조칙을 내려 스님의 마음에 편할대로 하도록 윤허하였다.
이에 스님은 양자강을 건너 금산 땅에 머무니 서호 사명(西湖四明) 태수가 육왕사(育王寺)의 주지로 맞이하고 구봉 감소(九峰鑑韶)스님이 권하는 글을 쓰기도 하였다. 스님이 육왕사에 주석하자 사명 땅 사람들은 서로 힘을 내어 누각을 세우고 그곳에 황제가 하사한 시를 보관하여 ‘신규각(宸奎閣)’이라 하였다.
소동파가 항주(杭州)자사로 있을 때 스님에게 편지를 보내 물었다.
“신규각 비문을 청하는 부탁을 받고 삼가 글을 지었습니다만 몸이 쇠약해지고 학문을 전폐한 터라 과연 이 글을 비석에 새길 수 있을른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참요(參寥 : ?~1106)스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스님께서 서울을 나올 때 영종 임금께서 ‘아무 곳이나 마음에 드는 곳에 주지를 하도록 하라’ 고 손수 조서(詔書)를 내리셨다는데 정말 이러한 사실이 있었습니까? 그러한 사실이 있다면 그 전문을 적어 보여 주시기 바라오니 그 한 구절을 첨가하고저 합니다.”
그러나 스님은 끝내 감추고 내보이지 않았는데 스님이 입적한 뒤에야 서랍에서 발견되었다.
스님은 불국 유백(佛國惟白)스님에게 초당(蒙堂)을 짓게 하고 노년을 그곳에서 주석하니, 뒷날 총림에서 이를 본보기로 삼았다. 스님이 육왕사의 주지로 있을 때 일로당(逸老堂 : 노승의 거처)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찬하노라.
집은 동녘 나라에 가까운데
귀에는 페르시아의 귀고리를 달았네
장천(章泉)의 납짝머리라 말하지만
마음은 타오를듯 독하고
사주 땅 스님이 꿈속에 들어왔다 말하나
남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말아라
가슴속에 만상을 펼쳐 놓으니
바람과 천둥이 몰아치고
혓바닥으로 한 조각 말을 토하니
비단 무늬결 아롱다롱하구나
산성(散聖) 회징(懷澄)스님의 호두관(虎頭關)을 뽑아
호랑이 꼬리를 웃으며 잡아들이고
은당사(銀璫使 : 궁내사신) 용뇌수 발우를 불살라
황제를 기쁘게 하였네
주장자 뽑아들고 황하수 휘저으니
성은에 보답함도 분수가 있고
옷을 벗고 가시 위에 누었으니
중생제도에 어이 그리 인색하오
도덕을 높여 가난할 때의 사귐을 잊지 않아
효순스님에게 몸소 정침에 거처케 양보하였으며
불법을 위해 조정의 부름에 대신 나가니
원통 거눌스님 온 천하에 이름 떨치게 하였네
강남 제비 처음 돌아왔으나 아무도 보이지 않더라고
문수 보검의 칼날이 너무 드러나보이고
들쑥이 저절로 돋아 부질없이 강가에 자라니
일천 성인의 길을 밟아 끊기 어렵겠다
비단 휘장에 꽃을 깔아
소동파의 뛰어난 문장으로 신규각의 장관 이루고
주머니 속에 송곳의 자루까지 튀어나오니*
구봉스님 글 한 장으로 육왕산의 주지되었네
집 지을 때 기둥과 서까래 걱정하니
온 누리 사람에게 초당에 살며 바른 마음 기르게 했고
구름 속에 승복을 펄쳐입고
산에 머무는 늙은이 노년을 한가히 보내네
매화 그림자 찾아 팔 베고 누워
이마에 손을 얹고 밝은 달 바라보며
대나무 그늘 헤치며 이끼 낀 산길 밟고서
난간에 기대어 거센 파도 바라본다
파란색은 쪽빛에서 나와서 쪽빛보다 더 푸르니
그 뜻을 알고자 하는가
그윽한 새소리 재잘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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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곳이 주머니에 있으면 저절로 삐죽이 나오듯이 잘난 사람도 저절로 드러난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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