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오가정종찬五家正宗贊

5. 파초 계철(芭蕉繼徹) 선사

쪽빛마루 2015. 2. 7. 08:58

5. 파초 계철(芭蕉繼徹) 선사

 

 

 스님의 법명은 계철(繼徹)이며, 파초 혜청스님의 법제자로 광서(廣西) 사람이다. 처음 풍혈 연소(風穴延沼)스님을 찾아뵙자 풍혈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정법안(正法眼)인가?”

 “흙덩어리[泥彈子]입니다.”

 풍혈스님은 스님을 남달리 여겼다. 그 후 파초 혜청스님을 찾아 갔는데 혜청스님이 상당하여 말하였다.

 “입은 둘이나 혀는 하나도 없으니 이것이 우리 종지이다.”

 이 말에 스님은 크게 깨쳤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깊고 깊은 경지입니까?”

 “석인(石人)이 석문을 열어제치니 석문 쇠사슬이 두 쪽이 났구나.”

 “무엇이 임계산(臨溪山)의 경계입니까?”

 “산도 있고 물도 있다.”

 “적막해서 아무 것도 붙들 곳이 없을 때는 어떻습니까?”

 “그것은 납승의 일이 아니다.”

 “무엇이 납승의 일입니까?”

 “가고 싶으면 가고 앉고 싶으면 앉는 것이다.”

 “생사를 버리지도 않고 열반을 증득하지도 않은 사람이 있다면 스님은 그 사람과 손을 잡으시렵니까?”

 “손을 잡지 않겠다.”

 “무엇 때문에 손을 잡지 않습니까?”

 “나는 무엇이 좋고 나쁜지를 조금은 알고 있다.”

 

 

 대중에게 말하였다.

 “옛날 여래께서는 바라나국(波羅奈國)에서 범왕의 청으로 법륜을 굴렸는데 끝내지 못하고 그만두셨다. 이는 종풍을 굽혀 근기에 따라 가르침을 맞추신 것으로서 그리하여 마침내 3승이란 이름이 있게 되었고 천상과 인간에 널리 퍼져 그 빛이 땅에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조사 문하에서 보자면 그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상상(上上) 근기라면 단박에 뛰어넘어 차별이 없을 것이니 무엇이 혼융일구(混融一句)인가? 누구 말해낼 사람 있느냐? 말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참구할 안목이 있다 하겠지만 말하지 못하면 하늘은 넓고 땅은 비좁다.”

 

 

 대중에게 말하였다.

 “눈에 눈병이 없으면 공중에 헛꽃이 피어나지 않는다. 또한 강물이 길면 배가 높이 뜨고 진흙덩이가 크면 부처님도 크다. 묻지를 말아라. 나도 대답할 말이 없다. 알겠느냐! 물음은 답에 있고 답은 물음 속에 있다.”

 그리고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파초산의 종지는

입에 있지 않은데

목동이 노래 부르니

석녀는 귀를 기울이도다

芭蕉的旨  不掛唇齒

木童唱和  石女側耳

 

 

 찬하노라.

 

 

사람 얼굴을 한 뱀이요

날카로운 칼끝의 꿀이로다

 

쓸모없는 행주좌와(行住坐臥)에 스스로 과장했으나

좋고 나쁨을 알고 있으니 사람들은 믿지 못하네

 

진흙덩이가 정법안이 되었으니

풍혈 노스님 솜 속에 가시를 싸두었는 줄 어찌 알았으랴

천년묵은 가지 뿌리로 옛 부처의 기연에 응수하니

스승 파초스님에게 비단으로 경쇠를 싸두는 일을 배우지 못했구나

 

혼융일구(混融一句)라,

땅은 좁고 하늘은 넓은데

임계산의 경계는

산이 깊고 물이 푸르도다

 

납승이 생사열반을 물어오니

손잡고 싶거든 당나귀해까지 기다려 보라

석가가 설하신 돈점편원(頓漸偏圓)을 배척하고

종풍을 굽히어 끝날 날이 없겠네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은

저고리가 몸에 붙으니, 땀이 천겹 옷 속에서 배어나오고

종문의 일은

발꿈치 밑에 석자 되는 깊은 진흙탕이라네

 

목동은 노래 부르고 석녀는 귀를 기울이는데

종지를 이미 파헤쳤으니 누가 다시 말을 꺼낼 것이며

눈에 눈병 없어서 공중에 헛꽃 일지 않으니

쓸모없는 말들을 들먹일 것 없다네

 

사람들이 모두 말하기를 위산의 도는 5대를 내려와

스님에 이르러선 법을 전치 못하고 쓸쓸해졌다 하지만

만길 높은 담장을 기어오르려는 자에게는

은산철벽(銀山鐵壁)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위앙종은 여기까지 5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