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오가정종찬五家正宗贊

3. 남탑 광용(南塔光湧) 선사 / 850~938

쪽빛마루 2015. 2. 7. 08:57

3. 남탑 광용(南塔光湧) 선사

     / 850~938

 

 

 스님의 법명은 광용(光湧)이다. 앙산스님의 법제자로 풍성(豊城) 사람이며 장씨(章氏) 자손이다.

 스님이 태어나던 날 저녁, 신비한 광채가 방안 가득히 비추자 마굿간의 말들이 모두 놀라니 이 일로 광용(光湧)이라 이름하였다. 어려서부터 매우 똑똑하였으며 앙산스님에게 귀의, 머리깎고 출가하여 마침내 나고 죽는[生死] 큰 일을 밝히게 되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문수보살은 과거 7불(過去七佛)의 스승인데 그에게도 스승이 있습니까?”

 “인연을 만나면 있다.”

 “무엇이 문수보살의 스승입니까?”

 스님이 불자를 세우자 그 스님이 “그것뿐입니까?”하니 스님은 불자를 탁 내려놓았다.

 “무엇이 묘용(妙用)을 말해주는 한마디입니까?”

 “물이 흐르면 시내를 이룬다.”

 “참 부처님은 어느 곳에 머무십니까?”

 “말끝에 무상(無相)이 된다 해도 별다른 경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청화 전부(淸化全付)스님이 찾아뵙자 스님이 물었다.

 “어디에서 왔느냐?”

 “악주(鄂州)에서 왔습니다.”

 “악주 사또의 이름이 무엇이더냐?”

 “제가 그분 아래 있었으므로 감히 이름을 들먹거릴 수 없습니다.”

 “이곳에서는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대장부라면 굳이 시험해 볼 것까지야 있겠습니까?”

 스님은 빙그레 웃으며 그를 인가하였다.

 스님은 운봉(雲峯)문하 큰 선사들의 법어를 모았는데 그 사실은 「전등록」에 자세히 실려 있다.

 

 

 찬하노라.

 

 

태어나신 방에는 빛이 솟아오르고

칼은 풍성 땅에 숨어 있었네

 

번갯불 공중에 번뜩이니 깊은 연못에 용이 잠깨고

천리마 땅에 떨어지니 마굿간의 말들이 놀랐다

 

임제스님 찾아뵈니

생사는 간밤의 꿈과 같았고

앙산스님 보고나니

성이다 범이다 하는 생각을 다 잊었네

 

갑자기 크게 놀란 일은

사람들의 앞에서 육신불이라 가리킴이며

빙그레 웃는 일은

그 아래 있었으니 감히 이름을 댈 수 없음을 알아서였네

 

진상(眞常)이 오롯이 드러나니

구름 걷혀 달빛이 나타나고

체(體)와 용(用)이 온전히 펼쳐지니

물이 흘러 시내를 이루도다

 

납탑의 그림자 속 문수보살의 스승이라고

불자를 잘못 들어보이고

운봉문하 큰 스님의 어록을 편집하여

사형이라 잘못 불렀다

 

한두 차례 동평산(東平山)의 거울을 보았을 때는

얼굴에는 티끌이 가득하고

20년 동안 사람을 시험하는 안목 비웃다가

눈동자 없는 애꾸되었네

 

말끝에 상(相)이 없어진 경계를 옳다 하겠으나

별다른 경계에 있는 것은 아니리라

그러나 참 부처가 머문 곳은

기량을 다해 도저히 알아낼 수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