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파초 혜청(芭蕉慧淸) 선사
스님의 법명은 혜청(慧淸)이며, 남탑스님의 법제자로 신라(新羅) 사람이다.
스님이 대중에게 말하였다.
“내 열여덟살 때 앙산으로 올라가 남탑스님을 찾아뵈었는데 스님께서 상당하여 말하였다. ‘너희들이 이런 놈들이 된 것은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똥이 되어 세상에 나왔기 때문인데, 나와서 사자후까지 하니 좋은 줄이나 알고 그랬느냐?’ 나는 그 말씀에 몸과 마음을 쉬게 되었으며 그곳에서 5년을 머물렀다.”
대중에게 말하였다.
“너에게 주장자가 있으면 주장자를 주고, 주장자가 없으면 너에게서 주장자를 빼앗겠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제바(提婆)의 종지입니까?”
“붉은 깃발이 왼쪽에 꽂혀 있다.”
“무엇이 달마가 서쪽에서 온 뜻입니까?”
“홀로 남모르게 애써 강을 건넌다.”
“도적이 오면 때려 쫓아야 하고 손님이 오면 만나 보아야 하는데 갑자기 도적과 손님이 한꺼번에 왔을 때는 어떻게 합니까?”
“집안에 떨어진 짚신 한 켤레가 있다.”
“이런 낡은 짚신짝도 쓸모가 있습니까?”
“네가 가져간다면 앞에도 흉하고 뒤에도 불길하리라.”
상당하여 말하였다.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가 생각찮게 앞에는 만길 벼랑이고 뒤에는 들불이 활활 타 들어오며 양 옆은 가시덤불이 가로막힌 곳을 만났다 하자. 앞으로 나가자니 벼랑에서 떨어지겠고, 뒤로 물러서자니 불에 타 죽겠고, 옆으로 몸을 돌리자니 가시밭에 찔릴 것이다. 여기서 어떻게 하면 빠져나갈 수 있을까? 만일 빠져나갈 수 있다면 살 길이 열리겠지만 빠져나갈 수 없다면 꼼짝없이 죽게 될 것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이것 저것 다 묻지는 않겠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본래면목을 가르쳐 주십시오.”
스님은 아무 말씀도 없이 꼿꼿이 앉아 있었다.
“무엇이 취모검(吹毛劍)입니까?”
“앞으로 세 걸음 나아가라.”
“취모검을 활용하는 사람은 어떻습니까?”
“뒤로 세 걸음 물러서라.”
“북두칠성에 몸을 숨겼을 때는 어떻습니까?”
“구구 팔십일이다. 알겠느냐!”
“모르겠습니다.”
“1 2 3 4 5 ......”
“옛 부처가 세상에 나와 불법을 일으키지 않았을 때는 어떻습니까?”
“천년묵은 가지[茄] 뿌리다.”
“세상에 나와 일으킨 뒤에는 어떻습니까?”
“금강역사가 눈을 부라리고 있구나.”
승천 사확(承天辭確)스님이 스님의 회하에 있을 때 밝게 깨달았는데, 뒷날 한 스님이 승천스님에게 물었다.
“서릿발같고 이슬같은 숱한 죄를 지혜의 태양이 녹여줄 때는 어떻습니까?”
“깊은 밤 뜨락에 비가 내리고 누각은 고요한데 범종소리 울린다.”
“어찌하여 인연을 만났을 때 저절로 과보도 받게 됩니까?”
“대롱 붓은 글씨를 써내고 한 조각 혓바닥은 말할 줄 안다.”
찬하노라.
발끝이 뱃전을 걸터넘기도 전에
당나라의 조사들을 두루 찾아뵈었네
제바의 종지를 세워
외도의 붉은 깃발을 뺏아 돌아왔으며
서쪽에서 오신 뜻을 답하되
달마가 강을 건너갔다고 욕을 하였다.
한 평생 주장자를 주었다 뺏었다 하였으나
한번도 오색 기린을 찾아내지 못하였고
어머니 뱃속에서 열달만에 나왔으나
몇 차례나 황금사자의 사자후를 터뜨렸던가
앞에서도 흉하고 뒤에서도 불길하니
낡은 짚신은 감당하기 어렵고
불러서면 불이요, 나아가면 깊은 구렁인데
가시덤불에 어찌 벗어날 길이 있을까
신라인의 말은 분간키 어려워라
땅(當) 떠(的) 띠(帝) 떠우(都) 띵(丁)...
북두칠성에 몸을 숨기니
1 2 3 4 5
입은 둘이나 혓바닥은 하나도 없으니
임계산 석문의 돌사슬을 두들겨 깰 때 두 쪽 남을 보았고
잡독이 마음 깊이 들어가니
승천스님을 깊은 밤 뜨락에 비가 내린다고 말하게 하였노라
말없이 반듯이 앉으니
본래 면목이란 두 군데 있지 않고
활용하는 자는 어떠냐고 물으니
취모검이 어찌 세 걸음에 얽매이랴
청색이 쪽빛에서 나오지만 쪽빛보다 푸르니
위앙종의 자손이
정말로 봉황처럼 춤추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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