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운문록 雲門錄

마지막 가르침[遺誡]

쪽빛마루 2015. 5. 25. 06:49

마지막 가르침[遺誡]

 

 

  옛 큰스님들께서는 돌아가실 때 모두 마지막 가르침을 남기셨고, 우리 부처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열반에 드시려 하면서 가르침을 남기셨다. 나는 옛 성인만큼의 덕도 없이 주제넘게도 한총림의 대중을 지도해 왔다. 그런데 이제 살 날이 얼마남지 않았기에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은 채 잠자코 있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였다.

  내가 영수원(靈樹院)에서 이 산으로 거처를 옮긴 30여 년 동안 늘 아침저녁으로 조사의 도를 일깨워주었다. 너희들 중에 한마디 할 사람 있으면 내놓아 보아라. 안목을 갖춘 자는 알 것이니 잘 간직[保任]해야 한다.

  내 이제 쇠약해져서 수명이 다해가니, 숨 한번 쉴 잠깐 사이에 몸이 바뀌고 목숨이 끊어지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몇 번이나 이렇게 생사에 빠져 지내왔던가. 지금뿐만이 아니다.

  내가 주지하면서 너희들이 옆에서 돕느라고 번거롭게 수고하였으니 스스로 부끄럽게 느낄 뿐이다. 내가 죽거든 나를 방장실에 둘 것이며, 천자께서 혹시 부도탑 이름[塔題]을 내리시거든 그저 방장실에 걸어두고 따로 세우지는 말라. 상복입고 곡을 하며 제사 따위를 크게 차려서도 안될 것이니 그렇게 하기를 간절히 하기를 바란다.

  출가한 사람이라면 본래 세속을 벗어나는데 힘써야지 거기에 휩쓸려서는 안된다. 주지 등의 일은 모두 관례를 따르고 찾아오는 사람은 일상의 법도대로 맞이하라. 젊은 제자들은 어른들의 가르침을 받들어 따르고, 총림에 소속된 농토나 상주물 등은 모두 본원(本院)의 갖가지 비용에 충당해야 하며 다른 절에 돌려 써서는 안된다. 불교 문중에는 ‘동쪽 서쪽 회랑의 물건도 서로 돌려 써서는 안된다’고 한 분명한 지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누가 내 가르침대로 지킬 수 있다면 불법이 널리 퍼지고 천신(天神)이 둘러싸고 보호하여 4은(四恩)을 저버리지 않고 세간을 이익케 하리라. 반면 이 말을 어기는 자는 나의 권속이 아니다. 힘쓰고 힘쓰라.

  죽을 시간이 다되어 떠나는 마당에 몇 마디 간략히 남겼으니 열심히 노력하며 잘들 있거라.

  알겠느냐? 모르겠다면 부처님의 밝으신 가르침이 있으니 그대로만 따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