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종용록從容錄

종용록 下 제82칙 운문의 빛과 소리[雲門聲色]

쪽빛마루 2016. 5. 16. 08:29

제82칙

운문의 빛과 소리[雲門聲色]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빛과 소리를 끊지 못하면 간 곳마다 그릇되니 소리로 구하고 빛으로 보면 여래를 보지 못한다. 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갈 자가 있는가?

 

본칙

 드노라.

 운문(雲門)이 대중에게 보이되 "소리를 들어 도를 깨닫고

 -두 탄자[丸]로 귀를 막고

 

 빛을 보아 마음을 밝힌다.

 -두 잎으로 눈을 가려야 되겠군!

 

 관세음보살이 돈을 가지고 와서 호떡을 샀는데 손을 털고 보니 도리어 만두(饅頭)더라" 하였다.

 -또 바람결을 만나니 딴 곡조가 생기더라.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천동(天童)이 이 화두를 들고 말하되 "신기로운 준마를 설명하되  그 얼룩덜룩[玄黃]한 빛깔은 빼놓은 것 같다" 하였다. 본록(本錄)에서는 운문이 대중에게 보이되 "소리를 들어 도를 깨닫고 빛을 보아 마음을 깨닫나니 어떤 것이 소리를 들어 도를 깨닫고 빛을 보아 마음을 밝히는 것인가?" 하고는, 손을 들고 이르되 "관세음보살이 돈을 가지고 와서 호떡을 샀는데 손을 털고 보니 도리어 만두더라" 하였다. 원통(圓通)국사가 이르되 "소양(韶陽 : 운문) 노인을 두고 가히 노래 격조가 더욱 높아 화답하는 이가 더욱 드물다 하는 경우이다. 지금 연성(延聖)의 불자(拂子) 위에서 방망삼매(方網三昧)에 들어갔으니 동쪽에서 선정에 들었다가는 서쪽에서 일어나고 나아가서는 남자의 몸으로 선정에 들어갔다가는 여자의 몸으로 깨어난다. 알겠는가? 들 경치는 산천 때문에 막히는 일이 없는데 달빛은 곧장 물과 통하느니라" 하였는데, 만송은 이르노니 "바다에서 찾아도 만나지 못하더니 언덕 위에서 도리어 만나게 되더라" 하려니와, 천동은 어디서 만나는가를 다시 살펴보라.

 

송고

 문을 나서서 뛰는 준마 참창(攙搶)을 쓸어내니

 -변방에는 장군의 명령이거니!

 

 만국(萬國)의 전운[煙塵]이 저절로 맑아진다.

 -바람이 지나가면 풀이 눕는다.

 

 12처에서 부질없는 그림자, 메아리[影響]가 사라지고

 -아울러 한 집으로 만든다.

 

 삼천세계에서 맑은 광명을 뿜는다.

 -다시는 두 모양이 없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소리를 듣고 도를 깨닫는다 하나 도에 어찌 소리가 있으며, 빛을 보고 마음을 밝힌다 하나 마음에 어찌 빛이 있겠는가? 이는 예악(禮樂)과 정벌(征伐)이 천자로부터 나오고 인의(仁義)의 군병에게는 천하에 적이 없다는 도리이다. 참창(攙搶)과 방혜(棓彗)는 그 재앙은 하나이다.

 빛과 소리를 메아리와 그림자로 삼으니 실답지 못함을 표한다. 그림자[影]란 거울의 그림자, 물 속의 달 같은 것이요, 메아리[響]란 빈 골짜기에 전하는 울림소리니, 이는 모두가 도심(道心)에 있어서는 재앙[攙搶]의 마음 위에 참창이 된다.

 만국이라 함은 만법이란 뜻이요, 12처라 함은 6근과 6진이다. 삼천세계의 광명이 그림자와 메아리를 비추어 깨뜨리니 메아리와 그림자가 사라진 까닭에 광명을 뿜는 것이다. 보지 못했는가? 백장 고령(百丈古靈)이 이르되 "신령스런 광명이 홀로 빛나서 근과 진을 아득히 벗어난다" 했던 말을. 그런데 만일 근과 진이 모두 법계에 두루했다면 또 어찌하겠는가? 만두라 여겼더니 도리어 호떡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