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종용록從容錄

종용록 下 제94칙 동산의 편치 않음[洞山不安]

쪽빛마루 2016. 6. 3. 13:45

제94칙

동산의 편치 않음[洞山不安]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아래서는 위를 의론하지 못하고 낮은 이는 높은 이를 움직이지 못한다. 비록 자기를 낮추어 남을 따른다 하여도 가벼운 것을 가지고 무거운 것을 수고롭게 하지는 말아야 하리니, 4대가 고르지 못할 때엔 어떻게 조섭해야 할까?

 

본칙

 드노라.

 동산(洞山)이 편치 않으니, 어떤 승이 묻되 "화상께서 병이 나셨는데 병들지 않은 이가 있습니까?" 하니,

 -마음대로 해석하라.

 

 동산이 대답하되 "있느니라" 하였다.

 -억지 주장을 하는구나.

 

 승이 다시 묻되 "병들지 않은 이가 화상의 병을 간호해드립다까?" 하니,

 -세속법으로 흐르는구나.

 

 동산이 대답하되 "노승이 그를 보살펴야 할 책임[分]이 있느니라" 하였다.

 -본분 자리에서 만나는구나!

 

 승이 다시 묻되 "화상께서 그를 보살필 때가 어떻습니까?" 하니,

 -어떤 눈이 있기에 본다는 것인가?

 

 동산이 이르되 "병 있는 것을 보지 않느니라" 하였다.

 -오직 거짓을 참구하는 일은 하지 않으려 할 뿐이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옛사람이 노(老) · 병(病) · 사(死)의 경계를 향해 떠날 때에는 자유롭게 유희했는데 그중에도 동산이 매우 특이[奇怪]하였다. 이미 약간의 병환을 보이자 대중이 문안을 갔는데 그중 한 승이 묻되 "화상께서 병환이 나셨는데 병들지 않은 분이 있겠습니까?" 하였으니, 그 승의 말 속에 메아리가 있고, 구절 속에 기봉을 드러냈는지라 병자가 안목을 갖추었는가를 살피려 한 것이다. 이에 동산이 이르되 "있느니라" 하였으니, 근지러운 곳을 긁어주면서 병이 완전히 나은 것이다. 승이 다시 묻되 "병들지 않은 이가 화상의 병을 간호해드립디까?" 하였으니, 이 영(令)을 거꾸로 시행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리려 했던 것인데 동산이 이르되 "노승이 도리어 그를 보살펴야 할 책임이 있느니라" 하였다. 만일 인정으로 말한다면 병들지 않은 자가 합당히 병든 이를 간호해야 할 터인데 동산은 도리어 이르되 "노승이 도리어 그를 보살펴야 할 책임이 있느니라" 하였으니, 이 어찌 세속의 인정으로 문안하는 도리겠는가? 그 승은 더욱 철저히 만나보고자 하여 다시 묻되 "화상께서 그를 보살핀 뒤엔 어떠합니까?" 하였으니, 그대는 12시 가운데 항상 소중히 받들되 저녁에 잘 때와 아침에 일어나서는 문안을 드려야 비로소 은혜를 아는 효순한 사람이라는 뜻에서 동산은 이르되 "노승이 만일 그를 간호한다면 병 있음을 보지 못하리라" 하였다. 이는 평생의 행리에서 길 떠남에 임해서 힘을 얻은 곳이다. 동산이 다시 묻되 "이 껍데기를 여의고는 어디서 나를 만나겠는가?" 하였는데 승이 대답이 없으니, 동산이 게송을 읊되 "학자가 많으나 하나도 깨달은 이가 없으니 / 허물은 혀끝에서 찾으려는 데 있을 뿐이다 / 형상도 종적도 잊고자 한다면 / 힘써서 정성껏 공(空) 속을 걸으라" 하였다. 이렇게 송하고는 머리를 깎고 종을 울리고 선당에 앉아 대중을 하직하고 입적을 고하매 대중이 통곡을 하니 동산이 다시 눈을 뜨고 우치재(愚痴齋)를 베푼 뒤에 다시 7일을 연장했다가 다시 대중에게 하직하고 앉은 채로 갔다.

 「대정계등록(大定繼燈錄)」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황통(皇統 : 1141~1148, 金나라의 연호) 연간에 함평부(咸平府) 대각사(大覺寺)의 법경(法慶)선사는 불국 백(佛國白)선사의 법을 이었는데 일찍이 서기의 소임을 맡았다. 처음에는 사주(泗州)의 보조사(普照寺)에 머무르다가 나중에 숭소(崇少)로 옮겼다. 변경(汴京)이 무너지면서 포로로 끌려가 북방에서 소를 치며 살았는데, 강승(講僧)들은 그를 알아보았다. 나중에 동경(東京)으로 옮겨서 사는데 시자가 동산록을 읽다가 우치재를 장만했다는 대목에서 이르되 "옛사람은 매우 특이했습니다" 하니, 대각이 이르되 "내가 떠난 뒤에 그대는 불러보라. 만일 돌아오면 도력이 있었음을 알라" 하더니, 나중에 그 시기를 미리 알고 게송을 읊되 "금년 5월 초닷새 / 4대가 본 주인을 떠나리니 / 백골은 바람결에 날리게 하여 / 시주들의 묘터를 차지함이 없게 하라" 하고는 옷가지와 물건을 모두 시자에게 주고, 대중에게 공양을 내게 하고 그날 초저녁에 종소리를 들으며 앉아서 떠났다.

 시자가 생각하되 "지난날 부르라고 약속하였더니라" 하고는 드디어 세 마디를 부르니, 대각이 대꾸하되 "왜 그러느냐?" 하였다. 시자가 이르되 "어찌하여 알몸에 맨발로 떠나십니까?" 하니, 대각이 이르되 "올 때에는 무엇이 있었더냐?" 하였다. 시자가 억지로 옷을 입혀드리려 하니 각이 이르되 "그만두었다가 후인에게 주라" 하였다. 시자가 다시 묻되 "이럴 때엔 어떻습니까" 하니, 각이 이르되 "그저 그러니라" 하고는, 다시 게송 한 수를 읊되 "73년 번개치듯 지났는데 / 떠나기에 앞서 그대에게 한 가닥 길을 터주노라 / 무쇠소가 팔짝 뛰어 신라를 지나가다 / 허공을 흔들어 깨니 일곱 · 여덟 쪼가리더라" 하고는 엄연히 앉아서 떠나시니, 세속의 나이는 73세, 때는 황통 3년 5월 5일이었다.

 동산은 병들지 않은 것을 알았고 대각은 죽지 않는 존재를 알았으니, 그 까닭에 두 노숙은 가고 옴에 자유하다는 것이다. 천동이 염(拈)하고 이르되 "갈 수 있으면 올 수도 있고, 올 수 있으면 갈 수도 있다. 나는 그를 보살필 의무가 있다지만 그가 나를 보살핌은 그렇지 않다. 바야흐로 이럴 때를 당하여 어떻게 이해해야 할꼬?" 하고, 양구했다가 이르되 "묵은 안개가 아직도 짙어서 정수리는 보이지 않으나 봄바람은 언제나 싹트지 않은 가지에 있다" 하였으니, 천동이 염하여 드러낸 것은 사리[事] 전체의 바탕이라 이미 위에서 말한 바와 같거니와 송에는 옛사람이 매우 힘쓴 곳을 보였으니 어떻게 송했을까?

 

송고

 냄새나는 가죽주머니를 벗어버리고

 -풀이 마르니 매의 눈길이 재빠르다.

 

붉은 육단심(肉團心)을 바꾸어놓았다.

 -눈이 다 녹으니 말의 발굽이 가벼워졌다.

 

 단번에 콧구멍이 반듯해졌고

 -그러나 쉬지 않고 작동시켜야 한다.

 

 당장에 해골바가지가 말랐다.

 -결코 귀신을 보지는 않게 하라.

 

 늙은 의원은 종래의 병을 보지 않는데

 -손만 닿으면 병이 없어진다.

 

 젊은이들은 마주 보면서도 가까이 하기를 어색해한다.

 -그는 국토가 없거니 어디에서 그를 만나겠는가?

 

 들물이 여윌 때에 가을장마 물러가고

 -용은 옛길로 다닌다.

 

 백운이 끊어진 곳에 옛 산이 싸늘하다.

 -이것이야말로 멸하기 어렵다.

 

 모름지기 끊어버려서

 -군자의 한 말씀이…….

 

 어름어름 속이지 말라.

 -등불을 켜고 밥을 먹는다.

 

 공 없는[無功] 경지까지 바뀌어 다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잎은 떨어져 뿌리로 돌아가고

 

 외로이 표방하노라니 그대와 어울리지 않는다.

 -올 때에는 말이 없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석두(石頭)화상이 이르되 "암자 속의 죽지 않은 사람을 알고자 한다면 어찌 지금의 가죽주머니를 여의리오" 하였는데, 천동은 도리어 이르되 "저 가죽주머니를 벗어나라" 했다. 동산과 천동은 모두가 석두의 법손인데 이렇게 서로 어긋나니 어떻게 화회(和會)하겠는가? 임제도 이르기를 "붉은 육단(肉團) 위에 지위없는 참사람[無位眞人]이 있다" 하였는데, 천동은 도리어 이르되 "붉은 육단을 벗어버리라" 하였으니, 그대 일러보라. 지위없는 참사람이 어디에서 안신입명(安身立命)하고 있다고 여기는가?

 불일(佛日) 화상이 이르되 "내가 오기 전에 연경(燕京) 사람들의 코가 바르지 못했는데 내가 우정 와서 바로잡았다" 하였는데, 만송은 이르노니 "불일의 콧구멍이 연경 사람들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하노라.

 어떤 승이 향엄(香嚴)에게 묻되 "어떤 것이 도입니까?" 하니, 향엄이 이르되 "마른 나무 속에서 용이 읊조리는 것이니라" 하였다. 승이 다시 묻되 "제가 모르겠습니다" 하니, 향엄이 이르되 "해골바가지 속에 눈동가가 있느니라" 하였다. 나중에 어떤 승이 석상(石霜)에게 묻되 "어떤 것이 마른 나무 속에서 용이 읊조리는 것입니까?" 하니, 석상이 이르되 "아직은 기쁨의 티가 남았느니라" 하였다. 승이 다시 묻되 "어떤 것이 해골바가지 속의 눈동자입니까?" 하니, 석상이 이르되 "아직도 알음알이[識]의 티가 남았느니라" 하였다. 또 어떤 승이 조산(曹山)에게 물으니, 조산이 게송으로 대답하되 "마른 나무에서 용이 읊조릴 때 진실되게 도를 보고 / 해골바가지의 알음알이가 다하면 눈이 비로소 밝아진다 / 기쁨과 알음알이가 다할 때 소식이 다하지만 / 본인이야 어떻게 흐림 속의 맑음을 알랴?" 하였다. 승이 다시 묻되 "어떤 것이 마른 나무 속에서 용이 읊조리는 것입니까?" 하니, 조산이 이르되 "혈맥이 끊이지 않느니라" 하였다. 승이 다시 묻되 "어떤 것이 해골바가지 속의 눈동자입니까?" 하니, 조산이 이르되 "다 마르지 않느니라" 하였는데, 조정사원(祖庭事苑)에는 "말라 다했다" 하였고, 천동 송(天童頌)의 병서(幷序)에는 이르되 "붉은 육단에 참되고 항상함이 홀로 드러나고 해골바가지의 눈에 눈물은 마르고 알음알이는 새어난다" 했으니, "말라 다했다" 하여도 잘못은 없을 것이다.

 속담에 이르되 "늙은 의원에 젊은 점쟁이라" 한 것이 있으니, 이는 의원은 늙어야 능하고 점쟁이는 젊어야 영험하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동산 노작가는 병 있음을 보지 않는다. "젊은 아이들이 마주 보면서도 가까이하기 어려워한다"는 것은 친하려 하면 성글어지고, 향하려 하면 어그러지니, 늙은 소나무의 병든 가지는 병으로 인해 더욱 기묘해지고 유마는 여위었으되 파리하지 않았으니, 병으로 인해 도를 닦는다는 생각이 날마다 줄어든 것이다. 서경(西京) 봉성사(奉聖寺)의 심(深)선사가 병에서 일어나 읊은 송에 이르되 "기운이 떨어지니 정서(情緖)마저 끊어지고 / 뜻을 일으키자니 뜻의 길이 없도다 / 눈을 껌벅일 힘조차 없으매 / 여러 해를 문 밖에 나갈 일이 없더라" 하였는데, 부용 해(芙蓉楷)화상이 이르되 "이 한 게송이 자연히 노승의 법을 이어받았다" 하였으니, 이는 물이 줄어드니 장마가 물러간 때요, 구름이 끊어지니 산 빛이 싸늘해지는 경지이다.

 "모름지기 끊어버려서 어름어름 속이지 말라" 한 것은 병은 뿌리를 제하고 의원은 약을 버리라는 경지이니, "공없는 경지까지 바뀌어 다한 곳에 자리를 잡고, 외로이 표방하노라니 그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알겠는가? 맑은 물 속의 별똥같이 작은 금싸라기는 첩첩이 흐르는 모래와는 섞이지 않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