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칙
동산의 항상 친절함[洞山常切]
시중 |
대중에게 보이시다.
구봉(九峰)은 혀를 끊어 석상(石霜)의 뒤를 좇아 화답했고 조산(曹山)은 이마를 깨뜨려 동산[洞嶺]을 저버리지 않았다. 옛사람이 세 치의 혀를 이렇게 비밀히 간직했으니, 사람을 위하는 수단이 어디에 있는고?
본칙 |
드노라.
어떤 승이 동산(洞山)에게 묻되 "삼신(三身) 가운데 어느 몸이 수효에 떨어지지 않습니까?" 하니,
-앞도 삼삼이요, 뒤도 삼삼이다.
동산이 이르되 "내가 항상 이것에 대하여 간절했느니라" 하였다.
-사람을 다급하게 만드는군!
평창 |
스승께서 이르시다.
본록(本錄)에는 "삼신 가운데 어느 한 몸이 설법합니까?" 하고 물으니, 동산이 이르되 "내가 항상 이것에 대하여 간절했느니라" 하였다고 되어 있다. 소산 광인(疎山匡仁)선사가 처음 동산에게 묻되 "아직 있지 않은 말씀을 스님께서 보여주소서" 하니, 소산이 이르되 "인낙할 수 없으니 긍정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하였다. 소산이 다시 묻되 "간절히 할 수는 있습니까?" 하니, 동산이 이르되 "그대는 지금 간절할 수 있겠는가?" 하매, 소산이 대답하되 "간절할 수가 없다면 숨길 것도 없습니다" 하니 동산이 긍정하였다. 나중에 그 승이 조산에게 묻되 "스승[先師]께서 이르시되 내가 항상 여기에 대하여 간절했다 하신 뜻이 무엇입니까?" 하니, 조산이 이르되 "내 머리가 필요하거든 쪼개어 가거라" 하였다. 승이 또 설봉(雪峰)에게 물으니 설봉이 주장자로 입을 쥐어질러 때리면서 이르되 "나도 일찍이 동산에 간 적이 있느니라" 하였다.
승천 전종(承天傳宗)이 이르되 "한 말씀에는 바다와 강이 평온하고 맑아졌고, 한 말씀에는 바람은 높고 달이 싸늘해졌고, 한 말씀에는 도적의 말을 타고 도적을 좇았으니 가려내보라. 갑자기 어떤 납승이 나서서 이르기를 모두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그가 한쪽 눈은 갖추었다고 허락하리라" 하였다.
약산 문하의 자손들은 겉으로는 보호하고 숨기는 법을 지키면서도 근본을 좋아하기로는 대체로 같았으니, 듣지 못했는가? 어떤 승이 석상에게 묻되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하니, 석상이 이를 악물어 보였다. 승이 알아듣지 못한 채 석상이 천화(遷化)하자 구봉에게 가서 묻되 "선사께서 이를 악무신 뜻이 무엇인가?" 하니, 구봉이 대답하되 "내가 차라리 혀를 끊을지언정 나라님의 이름[國諱]은 범하지 않겠노라" 하였다. 승이 다시 운개(雲蓋)에게 물으니, 운개가 이르되 "나와 스승과 무슨 원한이 있다고 여기느냐?" 하였다.
보녕 인용(保寧仁勇)화상이 송하되 "이 간절함은 밖을 향해 구하는 모습을 슬퍼하노니 / 지극히 친한 이를 어찌하여 원수같이 여기리요 / 처음부터 끝까지 온 얼굴에 부그러움 없더니 / 다시 조산에게서 머리를 달라는 소리 들었네" 하였으니, 좋기는 매우 좋으나 자연[風煙]을 지나치게 범했다. 그대들은 천동이 얼마나 면밀한가를 살펴보라.
송고 |
세상에 들어가지도 않고
-세상 밖에 누웠구나!
인연을 따르지도 않나니
-독실함을 쌓아서 살림을 일구었다.
겁호(劫壺)가 비는 곳에 가문에 전할 보배가 있다.
-고양이가 방 안에서 오줌을 싼다.
백빈(白蘋) 언덕에 바람이 섬세하니 가을 강이 저물고
-맑고 비고 차고 담담하다.
묵은 항포에 고깃배 돌아오니 한 떨기 저녁 연기더라.
-눈길이 하늘 끝에 막히도다.
평창 |
스승께서 이르시다.
세상에 들어가지 않고 인연을 따르지도 않으니 뒤통수에서 뺨을 본다하겠고, 전혀 세상과 왕래하지 않으니 "겁호가 비는 곳에 가문에 전할 보배가 있다" 한 것이다. 동산이 그렇게 외치고 조산이 그렇게 화답하고 설봉이 그렇게 단정해버렸으니 삼대곡(三臺曲)은 꼭 여럿이 연주해야 되나니 대체로 황하는 근원부터 흐렸기 때문이다.
주기(周起)의 「풍토기(風土記)」에 이르되 "평(萍)과 빈(蘋)은 미나리[芹菜] 종류의 이름이니, 큰 것은 빈이라 하고 작은 것은 평이라 한다" 하였다. 백빈의 언덕이라 함은 유운(柳惲)의 시에 이르되 "못가에서 흰 마름[白蘋]을 뜯노라니 / 해가 저물어 강남의 봄이로세 / 동네 안에 돌아온 나그네 있으니 / 소상강에서 옛친구를 만났네" 하였는데, 후인들이 그 지방을 백빈정(白蘋汀)이라 부른다.
"바람이 섬세하니 가을 강이 저물었다" 함은 송옥(宋玉)의 풍부(風賦)에 이르되 "대저 바람이란 푸른 마름[靑蘋] 끝에서 나와서 골짜기에 잠겼다가 태산(太山)의 언덕을 더듬고 다시 송백의 나무 밑에서 춤을 춘다" 하였는데, 백빈이가 한 까닭은 싹은 푸르나 꽃이 희기 때문이다. 감히 묻노니 묵은 항포에 돌아왔다는 고깃배는 지금 어디로 갔는가? 뉘라서 알았으랴? 멀리 아련한 파도 위에 다시 썩 좋은 생각거리가 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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