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칙
운문의 발우와 통[雲門鉢桶]
시중 |
대중에게 보이시다.
바둑에는 별도로 지혜가 있고 술에는 별도로 창자가 있다. 교활한 토끼가 세구멍을 만들고 교활한 아전[猾胥]은 만 가지 요행을 누린다. 이밖에 다시 아리송한 것[誵頭低]이 있으니 말해보라, 무엇인가?
본칙 |
드노라.
어떤 승이 운문에게 묻되 "어떤 것이 티끌마다에 나타나는 삼매입니까?" 하니,
-원(願)이 있으면 모래를 뿌리지 않는다.
운문이 대답하되 "발우 안의 밥이요, 통 속의 물이니라" 하였다.
-고개를 흔들다 이마를 부딪치고 뺨을 문지르다 얼굴을 친다.
평창 |
스승께서 이르시다.
「화엄경」에 이르되 "한 티끌에서 삼매[正受]에 들면 여러 티끌에서는 삼매에서 일어난다" 하였고, 또 이르되 "티끌마다 그렇고 법마다 그렇다" 하였는데, 그 승이 물은 의도는 운문에게 곧장 드러내주기를 바랐거늘, 운문은 이르되 "발우 안의 밥이요, 통 속의 물이라" 하였으니, 일러보라, 드러낸 것인가, 드러내지 못한 것인가? 어떤 이는 소리와 함께 현실을 물리치고 구절 속에 기틀을 드러낸 것이라 인식해버리기도 하고, 어떤 이는 이르되 "발우 안의 밥이란 알알이 둥글었고, 통 속의 물이란 방울방울이 젖는다" 하고, 또 어떤 무리는 뭐가 그리 다급한지, 이르되 "발우 안에 밥이 있고 통 속에 물이 있다" 하고, 불과(佛果)는 이르되 "3년 동안 양치질을 한 것은 바로 그대들을 위한 때문이라" 하였고, 설두는 이르되 "말 많은 납자들이 쉽사리 입을 떼지 못하는 것은 원래 담(膽)이 작기 때문이다" 하였는데, 그대들은 천동이 얼굴 가죽을 찢어낸 도리를 보라.
송고 |
발우 안의 밥과 통 속의 물이여,
-종지에는 담고 국자로는 물은 뜬다.
입을 열어 쓸개를 보이면서 알아줄 이를 구했네.
-그러나 분명함이 극하기를 바라니 도리어 얻은 바가 더디게 하였다.
생각하려고 망설이면 문득 이류 · 삼류에 떨어지고
-천동은 제4류라.
얼굴을 마주했지만 문득 천만 리를 이룬다.
-반드시 빨리 돌아올 것이다.
소양(韶陽 : 운문)스님은 약간 비슷했으니
-감히 보증할 수는 없다.
쇠를 끊는 의리여, 누가 그와 같을 것이며,
-마음에 사람을 저버리지 않으면
돌보다 굳은 마음이여, 그런 이만이 이와 같도다.
-얼굴에 부끄러운 빛이 없다.
평창 |
스승께서 이르시다.
어떤 승이 충(忠)국사에게 묻되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하니, 국사가 대답하되 "문수당 안의 만보살이니라" 하였다. 승이 이르되 "학인이 알지 못하였습니다" 하니, 국사가 이르되 "대비천수안(大悲千手眼)이니라" 하였다.
불감(佛鑑)이 송하되 "시절이 풍년이니 채소값이 싸서 / 온 천지에 나복(蘿蔔)이 가득하다 / 한 푼에 한 개를 사니 / 얻은 이는 배불러 씩씩댄다" 하였으니, 여기서 천동과 운문이 각각 한쪽 손을 내밀어 다리 부러진 솥을 들어올리는 도리를 볼 것이다.
「주역(周易)」 계사(繫辭)에 이르되 "군자의 도는 나가거나, 들어가서나, 말하거나, 잠잠할 때 두 사람이 마음을 함께 하면 그 날카로움이 쇠를 끊는다" 하였으니, 마음을 함께 한다함은 그 향취가 난초같이 한다는 뜻이다. 주(註)에 이르되 "쇠는 굳고 굳센 물건이로대 능히 그것을 끊는다 하니, 날카로움이 심함을 말한다" 하였다.
「모시(毛詩)」 패백주(邶柏舟)에 이르되 "내 마음 돌이 아니어서 굴릴 수 없고, 내 마음 자리[席]가 아니어서 걷을 수 없다" 하였는데, 주에 이르되 "돌은 비록 견고하나 굴릴 수 있고, 자리는 비록 평평하나 걷을 수 있는데, 오히려 자기의 마음은 돌과 자리보다 굳고 평평하다는 뜻이다" 하였으니, 일러보라, 충 국사와 불감과 운문과 천동이 그렇게 성급해서 무엇하자는 것인가? 붉은 마음 조각조각인데 아는 사람 적고 마주 대해 또렷또렷한데 보는 이 드물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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