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상골봉(象骨峰)
우람하구나 커다란 짐승, 다시 봐도 굉장하구나
오랑캐 나라에서 부처님 땅 찾아와 귀의하고
일찍이 보현보살의 행원력을 받았고
이어 설봉노스님 애써 수행하신 공덕을 따랐네
어찌하여 마른 뼈를 길이 돌 속에 묻고
다시는 두 이빨 바람에 내보이지 않는가
허깨비 육신은 다 태웠으나 이름은 남았으니
진실한 영혼이란 원래가 저 바다끝 동쪽에서 솟아오르네.
屹哉巨獸更威雄 夷國來歸佛地中
曾授普賢行願力 仍從雪老苦修功
如何孤骨長埋石 無復雙牙再露風
焚却幻身名尙在 眞靈元自海涯東
19. 마향석(磨香石)
하늘이 별빛을 내려 돌 넋에 향기나는데
누가 말했나, 산마루밑 푸른 언덕에 이미 향은 다 갈아 없어졌다고
개인 날 실같은 연기 갈라짐은 바람에 하늘거림이 아니며
밤에 요정같은 꽃을 토함은 달빛 띠고 올라옴일세
그 향기 자용차(紫茸茶)의 진한 맛과 품격을 비할 바 아니고
아마도 용뇌수(龍腦樹)가 빗속에 시원한 모습같은데
지금 그 암자는 세월 많이 흘렀으니
무엇 때문에 해탈향을 길이 쏘일 필요있겠나.
天降芒星石魄香 誰言磨盪翠微傍
晴分煙縷非風嫋 夜吐精花帶月揚
不比紫茸茶品液 可宣龍腦雨中凉
而今蘭若流光遠 何必長薰解脫香
20. 방생지(放生池)
성스런 조정의 수역(壽域 : 오래 보존될 땅)에 따뜻한 하늘 빛 비치어
모든 중생을 많이도 살려 주었는데
우습구나, 편편한 큰 길에 구멍과 함정을 파놓고
평지에 낚싯줄과 그물을 쳐 놓았으니 더욱 안타깝구나
부질없이 이곳을 자비의 바다라고 떠벌리지만
사람마음 깨끗히 씻고 애욕의 물결을 바로잡는 곳일세
장사치의 집에서 3면의 그물을 거두어버리면
천지에 생기가 돌 것이니 함께 웃고 어루만지세.
聖朝壽域煦天和 品類群生放且多
堪笑坦途施坎穽 更嗟平地下絲羅
謾將此處爲仁海 淨洗人心正慾波
撤去商家三面網 乾坤生氣共呵摩
21. 잠월지(蘸月池)
누가 이 못을 팠는가, 반듯한 거울 같구나
맑은 물결 잔잔하고 달빛은 차가운데
바쁘게 아지랑이 공중에서 뒤엉키고
찬란한 둥근 달은 물 위에서 볼 수 있네
계수나무 씻겨서 맑은 향기 짙게 뜨고
여윈 솔은 그림자 내려 뚜렷하게 비치네
노승이 오간(吳干 : 名工)의 강한 도끼로 잘라내지 않았으니
그루터기 남아 있어 비스듬히 누워 물속에 서렸구나.
誰鑿方塘一鑒寬 澄波湛湛月華寒
紛紜野馬空中絞 燐爛氷輪水上看
桂洗淸香浮馥馥 松垂瘦影照欒欒
老僧不斫吳剛斧 留個根株偃蹇蟠
22. 망주정(望州亭)
천산만학이 정자를 에워싸고 흐르는데
바라보노니 조주 노스님 그 어느 고을에 계셨는가
마음은 소리없이 텅 빈 저 하늘 다한 곳으로 달려가고
눈길은 파란 물 다한 곳에서 아득히 끊어지네
비에 씻긴 금오봉을 읊조림 속에 가보았고
구름에 길 잃은 학을 바라보는 경계 속은 가을이로다
신기한 기틀은 무엇 때문에 있느냐고 묻고자 하면
그것은 봉래섬 제 9주(第九洲)에 있음을 알아야 하리.
亭繞千山萬壑流 相望趙老在何州
心馳寥廓天窮處 目斷蒼茫水盡頭
雨洗鼇峰吟裏趣 雲迷鶴路望中秋
神機欲問因何事 知在蓬灜第九洲
23. 탁석천(卓錫泉)
석장끌고 샘을 찾던 상골봉 앞에서
잠깐 사이 석장 꽂자 단 샘물 솟아나오네
맑기는 신선의 이슬과 몰래 맥이 통한 듯하고
그 향기 신룡이 몰래 침을 토한 듯하네
바위에 부딪쳐 뒤집히며 솟아오를 때 게눈같은 거품 떠오르고
개울 흘러나가 흐느낄 때는 고니 울음같은 가락을 울리다가
어느 넓은 못에서 잔잔해져 빛나고 밝은 거울이 되어
내 선심(禪心)같이 저 망망한 하늘에 넘치네.
携錫尋源象骨前 須臾卓錫湧甘泉
淸疑沆瀣潜通脈 香訝神龍暗吐涎
激石飜騰浮蟹眼 出溪鳴咽響鵾絃
一泓澄定光明鏡 同我禪心瀁個天
24. 응조천(應潮泉)
바위 속에서 솟구쳐 나와 강물결에 합해지니
그 기운 음양에 맞춰 불어났다 다시 꺼지는데
가득 차나 얕으나 많은 사람 손에 떠서 마시고
오르고 가라앉음에 때가 있어서 아침과 저녁을 알게 하네
맑은 맛으로 입술을 적셔 보았더니
우습구나, 탐욕젖은 이름이 시끄러운 세상에 퍼진 것을
설봉에 숨어 살며 높은 산마루에 누운 사람은
밝은 달에 귀를 씻고 밤 피리소리를 듣는다.
石中迸出契江潮 氣與陰陽長復消
挹取多人隨滿淺 升沈有候測晨霄
曾將淸味滋吟吻 却笑貪名播俗囂
隱拙雪山高處臥 月明洗耳夜聞簫
24경 총시(總詩)
설봉산의 보소대는 남전과 가까운데
고목암(枯木菴)과, 삼구당(三毬堂)은 한 통천(洞天)이라네
반산 고개의 화성(化城)에는 글자새긴 돌 없고
빽빽한 소나무숲 설교(雪嶠)에는 잠자는 용이 있어
문수보살 옛 거울 금오산가에 있고
나한의 구름 사다리 상골봉 산마루에 걸쳤네
향기나는 돌 방생지에는 달 그림자 잠기고
멀리 조주(趙州) 바라보며 응조천(應潮泉)에 석장을 꽂았네.
雪峰寶所近藍田 枯木三毬一洞天
半嶺化城無字石 萬松雪嶠有龍眠
文殊古鏡金鼇畔 羅漢梯雲象骨巓
香石放生池蘸月 望州卓錫應潮泉
지금 주지, 원손(遠孫)비구 지명(智明)이 9배를 드리고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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