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고경총서/오가정종찬五家正宗贊

16. 오조 법연(五祖法演)선사 / ?~1104

쪽빛마루 2015. 2. 7. 08:11

16. 오조 법연(五祖法演)선사

      / ?~1104

 

 스님의 법명은 법연(法演)이며, 백운 수단(白雲守端)스님의 법제자로 면주 등씨(綿州鄧氏) 자손이다. 처음 성도(成都)의 강원에서 강을 들을 때였다.

 “인도의 외도(外道)들이 이런 논리로 불제자에게 물었다. ‘보살이 성도할 때 정신[神]은 지혜[智]와 비밀히 합쳐지고 이치[理]는 경계[境]와 하나가 되어 깨치는 이[能證]와 깨칠 것[所證]이 구분이 없으니, 결국 무엇으로 깨쳤는지를 증명할 수 있는가?’ 불제자는 이론이 막혀서 종도 북도 치지 않고 뒷문으로 빠져나와 자기 방으로 돌아가 가사를 벽에 걸고 숨었다. 뒤에 삼장(三藏)법사가 와서 다시 외도를 모아놓고 이 물음에 답하기를 ‘그것은 마치 사람이 물을 마셔 보면 차가운지 뜨거운지 스스로 알게 되는 것과 같다’ 하니 마침내 외도들은 굴복하였다.”

 이 말을 듣고 나서 스님은 여러 법사에게 따져 물었다.

 “물이 차가운지 뜨거운지는 알 수 있다 하더라도, 스스로 알 수 있는 이치는 무엇인가?”

 법사들은 모두 입을 다문 채 아무런 말이 없었는데 그 가운데 한 법사가 말하였다.

 “그대가 그 이치를 밝히려 한다면 남방의 불심종(佛心宗)에 밝은 삶은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스님은 남방으로 길을 나섰는데 흥원사(興元寺)에 이르러 세월을 보내며 머물고 있었다. 이때 스님을 가르쳤던 은사스님이 이 소식을 듣고 편지를 보내왔다.

 “네가 간장독에서 나왔나 했더니 다시 양념독으로 들어갔구나.”

 스님은 드디어 흥원사를 떠나 부산(浮山)에 와서 이 이치를 다시 물으니 부산스님이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비밀한 말씀을 두셨지마는 가섭존자는 이를 감추지 않았다.”

 스님은 이 말에 의심이 풀렸다. 이에 부산스님은 백운 수단스님을 찾아가라 하였다. 그 길로 스님은 백운스님을 찾아가 마니주화두(摩尼珠話)*로 크게 깨치고 ‘투기송(投機頌)’을 지었다.

 

산기슭 한 뙈기 쓸모없는 밭을

두 손 모아쥐고 공손히 늙은이에게 물었더니

몇 번이고 팔았다가 다시 사들인 것은

송죽의 맑은 바람이 좋아서란다.

山前一片閑田地  叉手叮嚀問祖翁

幾度賣來還自買  爲憐松竹引淸風

 

 백운스님이 스님을 인가하였다.

 대중에게 설법하였다.

 “선을 참구하는 이는 누구나 마치 독수리가 뱁새새끼를 낚아챌 때 겨우 땅에 닿는가 싶으면 솟구쳐 날아가버리듯 해야 한다. 만일 땅에 웅크리고 주저앉아 있다면 이 공부를 감당할 수 없다.”

 

 소참법문에서 말하였다.

 “나는 십수년 동안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큰스님들을 만나보고 내가 완전히 도를 깨친 줄 알았는데 부산 원감스님 회하에 이르러서는 입도 뻥긋할 수 없음을 알았다. 그 후 백운스님의 문하에 이르러 쇠로 만든 콩떡 하나를 깨물어 터쳐보니 바로 그 속에 온갖 진미가 들어 있음을 알았노라. 자! 말해 보아라. 이 콩떡 한마디를 무어라 말하겠느냐?”

 다시 말씀하셨다.

 

맨드라미 꽃 피어 첫 가을에 아양떠니

누가 실낱같은 꽃잎 끝에 자주빛을 들일 수 있을까

때때로 바람 불면 서로 뒤엉키는 모습은

마치 섬돌 앞에서 끊임없이 싸우는 듯하구나.

花發雞冠媚早秋  誰人能染紫絲頭

有時風動頻相倚  似向階前鬪不休

 

 뿔나팔소리를 듣고 게송을 지었다.

 

멀리서 차가운 나팔소리가 외로운 성에 울려오니

십리 산마루는 서서히 어둠속에 묻히네

한 가락 이 소리에 한없는 뜻 서려있어

들을 수 있는 소리도 있고 듣지 못하는 소리도 있네.

幽幽寒角發孤城  十里山頭漸杳冥

一種是聲無限意  有堪聽有不堪聽

 

 원오 극근(圓悟克勤)스님이 시자로 있을 때, 우연히 진제형(陳提刑)이 찾아와 도를 묻자 스님(법연)께서 말하였다.

 “제형께서는 ‘소염시(小艶詩)’를 읽어 본 적이 있습니까?”

 ‘소옥아*! 소옥아! 하고 부르는 뜻은 원래 다름이 아니고 사랑하는 낭군에게 알리려는 소리라오[頻呼小玉元無事 只要檀郎認得聲]’

 제형은 이 뜻을 알지 못하였지만 원오스님은 이 말을 듣고 깨우친 바가 있었다. 스님은 원오스님의 손을 잡고 요사를 돌아다니며 “나의 시자가 선을 깨쳤다”고 하였다.

 또한 무위 종태(無爲宗泰)스님에게는 ‘와고가(瓦鼓歌)’를 부르게 하였는데 ‘현무문...’하는 대목에서 깨우친 바가 있었다.

 

 찬하노라.

 

반야의 칼날이요

지혜의 횃불이라

 

좌현 포허촌(左縣 蒲許村)에서 태어나

성도 땅 대자사(大慈寺)에서 강을 들었네

 

‘스스로 알 수 있는 이치’를 물어

이치 따지는 호랑이의 목구멍을 막히게 했고

직지인심(直指人心)을 참구하다가

눈먼 나귀들의 대열로 굴러들어갔도다

 

간장독의 벌레가 양념독에 다시 들어갔지만

익은 곳에 이르르면 옛 맛을 잊지 못하고

큰 독수리 뱁새를 낚아채듯

땅에 닿자마자 곧바로 솟구쳐올랐네

 

백운산에 이르러

남전스님의 ‘마니주’를 쳐부수고

원스님을 만나서

여래의 밀어를 알았도다

 

산기슭 거치른 밭을 사랑함은

송죽이 맑은 바람을 불러오기 때문이요

격식을 벗어난 고향 이야기를 늘어놓으니

밝은 대낮에 소나기 쏟아지네

 

뿔나팔소리 나팔수에게 전하니

남몰래 시름젖어 애를 태우고

맨드라미 꽃으로 실 끝에 자주빛 물을 들이고

그것이 무쇠콩떡인 줄 착각하였네

 

법을 얻으려는 거지가 자리 얻자

요사채 빙빙 돌며 시자가 선을 깨쳤노라 자랑하고

흰 구슬 티 없는데

물방앗간에서 부인들과 노래하고 춤추었네

 

쇠로 만든 콩떡에 모든 진미 다 들었으니

산[活] 납승들이 삼키든 뱉든 놔두겠지만

결국은 그 누가 단지 쓴지를 알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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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전스님에게 사조(師祖)스님이 물었다. “ ‘마니주를 사람들이 알지 못하니 여래의 창고속에서 몸소 얻었네’ 하였는데, 여래의 창고란 무엇입니까?” “내가 그대를 위해 왕래한 것이 창고이다.” “가지도 오지도 않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것도 광이다.” “무엇이 구슬입니까?” 남전스님이 사조스님을 부르니 사조스님이 “녜”하고 대답하자 “가거라! 그대는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구나” 하였다. 사조스님이 여기서 깨쳤다.

* 소옥(小玉)은 당 현종(玄宗)때 양귀비(楊貴妃)의 시녀 이름이다. 양귀비는 현종이 주위에 없으면 안록산을 불러들이기 위해 "소옥아 소옥아" 하고 불렀으니, 원뜻은 소옥이를 부른 것이 아니고 안록산을 부른 것이다. 화두도 이와 같이 그 깊은 뜻은 다른 곳에 있다.